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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들 그랬듯, 나도 어릴 적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한 번 읽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인용한 글을 처음 접했다.'소매치기 꼬마 나오는 아동용 소설' 정도의 단편적인 기억 밖에 떠오르질 않았고,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왠걸, 이 아동용 소설의 제목을 그 후 에도 몇 차례나 발견했다. 아동용 동화 따위가 아닌 19C 산업 혁명기의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룬 사회 소설로. 결국 자본론 해설서에 까지 올리버 트위스트가 등장하는 것을 보며, '아동용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 결심했다.
예전에 읽은 동화책은 올리버의 모험과 행운에 대해서만 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은 같아도 이 원전 번역은 대영제국의 뒷골목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드라마에도 초점을 두고 있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작품이었다.
사람을 서서히 말려 죽이는 구빈원의 처참한 실상. 그 불쌍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다루는 범블씨와 자비로운 이사님들. 더럽고 비참한 '세계의 수도' 런던의 뒷골목. 그 추악한 곳에 어울리는 페이긴스와 싸익스의 무리들. 내가 좋아하는 화려한 19C 배경만화의 무대 뒤 실상은 이러했다. 교과서에서 지리하게 언급되는 19C 야경국가와 빈부 격차에 대한 설명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도 실감나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19C를 보면서는, 그 시대가 하류층에게 얼마나 잔인했는지, 지금의 내가 누리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올리버가 몇 번이고 악의 손아귀에 넘어가 고난을 겪다, 참 행복을 찾는 다는 이야기는 지극히 전형적이다. 그러나 디킨즈는 이 전형적인 이야기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너무도 재미있는 재담으로 바꾸어놓는다. 유치한 아동용이라고 얍잡아 보았던 것에서, 여느 소설에서도 맛보기 힘든 긴장과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제목답게 주인공이 올리버고, 전체적인 전개가 그에게 맞춰져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읽었던 동화버전과는 달리 원전 번역에서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범블씨, 노어, 코오니 부인등의 구빈원 동아리 이야기, 페이긴스, 미꾸라지, 베이킨스, 싸익스등의 런던 뒷골목 동아리 이야기, 로즈와 헤리의 사랑이야기, 올리버의 은인인 브로드무어씨등의 이야기. 올리버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부르주아, 귀족들의 화려한 연회로 연상되는 19C 뒷 무대의 실상은 어떠했는지, 교과서에서 보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또한 아동용 동화로만 여겼던 책이 실은 얼마나 수준 높고 재미있는 작품인지 발견했다. 올리버 트위스트를 다시 읽은 것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