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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왕 6
타카시게 히로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21C초반, 갑자기 '출현한 식물' 들이 지상을 뒤덮는다. 폭발적인 식물들의 번성에 도시는 황폐해지고, 식량이 부족해지며 인류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는다. '플랜트 버스트'라고 명명된 이 재앙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인류는 살아 남기 위해 식물들과 가망없는 싸움을 시작해야만 한다.
'묵시록적 재앙'으로 지금의 문명이 사라져 버린다는 만화책은 언급하기가 힘들 정도로 무수히 많다. 그런 만화책들을 읽으며 '왜 번성하던 인류가 멸망해버렸는지'를 따라가보는 것은 아무리 봐도물리질 않는다. 그 이상으로 스토리를 뒤받침하는 과학지식이라든가, 현대 과학 기술 문명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흥미거리다.
'스노우 볼' 이론이라든지, 식물들간의 '네트워크'라든지, '평행세계론' 과 같은 낯선 얘기들은 무식한 인문학도인 내겐 신선한 자극이었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든지, 지구 온난화로 물바다가 된다든지, 핵전쟁으로 재앙적 타격을 입는다는 얘긴들을 봤어도 저 식물들 탓에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그만큼 색다르고 흥미롭다는 얘기. 만화에서는 배경으로나 쓰여 있는지 없는지 헤깔리고, 평소에도 그저 채소, 시원한 녹음을 주는 나무가 징그럽게 번식한다든지, 마치 동물처럼 살아 움직인다는 발상이라니...
익숙해지면 되려 좋아보이지만, 그림체 탓에 녹색의 왕을 보는 것을 한동안 주저했었다. 과학지식이나 색다른 설정도 좋지만 '정보 통합학' 이라는 황당한 학문이라든지, 아스트랄한 경지에 까지 가버린 평행 우주론에는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아 주면 좋겠다.
녹색의 왕을 보고 새삼 집 안,팎을 둘러보니 관상용 나무, 꽃들이 잔뜩 보인다. 쟤네들이 인간에게 적의를 품고 무한 번식 한다든지, 거대한 로봇처럼 이족 보행을 할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좋겠만 여겼던 저 푸른색이 섬뜩하게 보인다.
이제 녹색의 왕도 절정에 이른 모양새다. 전세계에서 출현한 알레투사들과 초대형 홀 알레투사, 우주에 까지 출현한 알레투사들은 절정을 예고하는 신호들이다. 과연 식물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인류는 식물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호기심을 풀어줄 다음 권들이 빨리 나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