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일야화 세트 - 전6권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기억1: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마도 초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매일 아침 8시 쯤이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아라비아 나이트 봉제 인형극이 방송되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기억2: 좀더 후의 얘기다. 역시나 초등학생 무렵이었다. 주말이면 EBS에서 신드바드의 모험이라는 시리즈 만화를 틀어주었다. 역시나 꽤 좋아했었다.
기억3: 중학교 때쯤인 듯 하다.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은터라 19딱지만 보면 눈이 돌아갔다. 어느날 19딱지 코너에 버턴판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는 걸 보고 몰래 훔쳐보다 주인 아저씨한테 혼났다.
누구나 다 알지만 읽을 사람은 몇 없는 고전. 역자 말 맞다나 천일야화는 딱 거기에 맞다. 신드바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라딘과 요술램프. 여자를 불신하는 술탄을 위해 천하루밤 동안 꼬박 얘기를 들려주는 세레하자드. 단편적인 삽화들은 너무도 유명하기에 누구나 천일야화를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냐면 아마 고개를 저을거다.
나 또한 버턴판 아라비안 나이트 밖에 몰랐었고, 아라비안 나이트 정본이라면 버턴판인 줄 알았건만 역자에 의하면 그게 착각도 심한 착각이란다. 천일야화를 처음 유럽에 소개한 사람은 갈랑이고 괴테, 프루스트, 보르헤스 등이 읽은 천일야화도 갈랑판이란다. 양이 많고, 선정적, 폭력적 내용이 여과없이 실려있다고 버턴판을 정본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천일야화는 재미있다. 그 이상 무엇을 바라냐. 6권 2000쪽이 넘어가는 책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시간 날때마다 펴들어가며 얘기에 빠져지냈다. 몇 권의 어느 얘기라도 좋다.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왕자의 사랑 이야기, 신비로운 모험 이야기, 어디선가 한 번쯤들어본 얘기를 읽게 될게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어릴 적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세레하자드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술탄 샤리아 처럼 나도 매일 아침 다음 인형극을 보고싶었는지.
천일야화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무수한 파생물을 낳았다. 김연아 안무곡으로 유명한 세레하자데, 푸치니의 투란도트, 보르헤스의 끝없는 이야기들, 디즈니의 알라딘, 일본 애니메이션 엘하자드 등등등.... 천재도 뭐도 아닌 나 자신은 천일 야화를 읽고도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부담없이 재미있는 옛 얘기를 읽으며 새록새록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