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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ㅣ 아셰트클래식 4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모리스 포미에 그림 / 작가정신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 나오고 있는 세계문학전집들과의 달리 과거의 세계문학전집이라 하면 원본을 가위질 해서 1/10으로 축약한 축약본에 불과했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작품을 이런형태로 접하게 됐고, 여탯껏 그것이 그 명작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었다. 모비딕 또한 200P도 안되는 짧은 분량에서 밑도 끝도 없이 이슈마엘이 배에 오르더니만 순식간에 모비딕과 조우해버리고 대단원에 이르러 버리니 원... 모비딕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도 어린 생각에도 뭔가 빠진듯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축약본임을 알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읽을 만한 판본이 없었는데, 올해 나온 작가정신판 모비딕을 발견했다. 두툼한 완역본임은 물론이고, 이해를 돕는 삽화가 있음에다, 번역자가 그 김석희씨라면야!
과연 축약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래와 바다에 대한 세밀한 묘사들, 이슈마엘 유쾌한 어투, 거친 선원들의 대화, 에이허브 선장의 치명적인 광기, 처음접한 에피소드 등을 마음 껏 접해볼 수 있었다. 모비딕을 그저 해양 모험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말 그대로 유치한 생각에 불과했다. 역자의 말을 빌려 3대 비극소설이라는 말이 아깝지가 않다.
무엇때문에 말못하는 짐승에게 집착하냐는 스타벅에게 에이허브는 모비딕이라는 고래가 아니라 자신의 앞에선 무언가 벽과 같은 거대한 악에 맞서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거대한 벽에 대한 미칠듯한 집착으로 달려가다 마침내 부딫쳐 산산히 깨져버리는 여정. 멜빌은 에이허브의 파멸에 이르기 까지의 미칠듯한 질주로 과거 미국의 서부팽창, 자본주의 확장에 대해 경고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이허브에서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위대한 인간의 의지의 승리를 읽는다면 완전히 텍스트를 곡해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