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Ⅰ - 정신의 지도를 그리다 1856~1915 문제적 인간 8
피터 게이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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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과 심히 거리가 먼 학문을 전공하면서도, 어쩌면 내 전공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프로이트였다. 대학교 1학년생 내내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 무의식 심연을 까발리던 프로이트였고,그를 읽으며 나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냥 주위사람들에게 개똥철학을 읊조리고 다녔었다. 본 평전 내에서도 학문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이 통속화되던것에 심히 우려를 가졌던 프로이트라면 이런 나를 무척이나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요즘 많은 평전들을 접하다보면, 너무나도 근엄해보이던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던 초상화의 인물들이 젊은 시절에는 그야 말로 난봉꾼 중에서도 상 난봉꾼임이 까발려진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이트는 돋보이는 모범생이었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모범생과 같이 살았다.

 

'정신분석학과 정치'파트에서 내가 모르던 프로이트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인간과 이성에 대한 신뢰를 전복한 그라면 '플라톤도 위대하지만 진리는 더 위대하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을 거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자신이 낳은 정신분석학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이론을 내놓으면(가령 융이나 아들러) 정신분석학은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해 오이디푸스 증후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신경증 환자들을 비판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방해버렸다. 과학과 진리의 신봉자라는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에 정말 큰 충격을 준 모습들이었다.

 

'프로이트 평전'은 프로이트의 이러한 삶의 흔적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C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히는 그의 학문적 성과들을 쉽고 체계적으로 배열해 나간다. 그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의 학문도 좋아지는 법이다. 평소라면 읽고 졸기 바빴을 어려운 이론들도 프로이트의 삶의 궤적과 함께 엮여 서술되면 정말 흥미로운 얘기들도 탈바꿈한다.

 

프로이트의 생애를 조명해가면서 그의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해주는 좋은 평전이었다. 신나간 범성애자, 시대착오적 남성우월주의자와 같은 오명이 늘 그의 뒤를 따라붙지만 무의식의 발견자라는 위대한 업적 앞에 그 목소리는 한없이 작게들린다. 정신의학, 심리학에서 정신분석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회, 문화면에서 프로이트의 족적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한 그의 삶을 본 평전을 통해 접해 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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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20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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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쿨에서 고배를 마신 슈우헤이.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려하지만 결국 쓰디쓴 패배감을 극복할 수 없었다. 19권에서 슈우헤이의 탈락을 모르고 파이널 진출을 축하했버렸던 카이가 다가온다. 그런 카이에게 슈우헤이는 말하고 만다.'나는 네가 싫었어 초등학교때부터. 너와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카이와 만날 때 마다 나는 네 자신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불쌍한 인간인지 알게되버려'

자기가 가장 좋아했던 슈우헤이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 뿜어져 나온 검은 진흙을 뒤집어쓴 카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황망히 자리를 뜬다. 슈우헤이 역시 자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한껏 들어내버린 자신에 대한 경멸과 패배감에 밤거리를 떠돈다.

 

슈우헤이의 아버지 요우이찌로. 결코 아지노에 대한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슈우헤이에게 콩쿨에 나가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끝끝내 부정해왔던 그. 결국 쇼팽 기일을 기념하여 울려퍼지는 레퀴엠을 들으며 정말은 자기 대신 슈우헤이를 시켜 카이와 대리전을 시켜온 것, 그리고 음악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늘 카이에 대한 열등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슈우헤이 역시 바르샤바의 밤길을 걸으며 카이 덕분에 자기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음악에서 승패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음날 아침 집으로 돌아온 슈우헤이와 父 요우이치로는 밤새 깨달은 일로 할말이 많았을 거다.

 

장장 십수년 만에 카이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된 슈우헤이. 자기가 던진 진흙에 맞아 비틀거리는 카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20권이 종료된다. 과연 파이널 무대에서 카이는 또 어떤 놀라운 연주를 들려줄지. 20권 말미에서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준 카이의 라이벌 팡웨이는 또 어떨지 21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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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
니얼 퍼거슨 지음, 김종원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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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경제사, 사회사에 관해서는 많이 접해봤지만 대영제국의 정치, 군사에 관한 책은 처음 접해봤고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웠다.

 

객관성이 못내 아쉽다.객관적인체 하면서 대영제국의 죄악을 지적하지만 항상 각 장의 결론은 따지고보면 영국은 잘못없다로 귀결된다.

 

그래도 우리나라 식민통치기에 식민지들이 더 잘살았다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로 시작하더니, '일본식민통치'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자비로운가? 하고 자화자찬하는 것 하며, '히틀러의 침공에 굴복하지 않은 것 만으로 우리는 죄를 다씼었다'라는 최종적 자뻑에는 정말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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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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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는 실격이다. 우연이 4개 겹쳐야 완성되는 너무나 작위적인 트릭이라니. 단지 한국인에 대한 사과의 념이 나온다고해서 추천할만 한 추리소설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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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완전판 22 - 메이지 검객 낭만기
와츠키 노부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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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일본 만화를 처음 접할 때 쯤 만난 만화가 바람의 검심이 아니었던가 싶다. 당시에 접한 만화라는게 번역판도 아니고 그나마도 조잡한 해적판이라 등장인물 이름도 번역도 그야 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얼마나 한권 한 권을 손꼽아 기다렸던지.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바로바로 신간 소식을 알 수 있던 것도 아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대서 책방 아줌마를 귀찮게 했었다. 

처음 읽었을때와 지금 읽었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그세 무수한 만화들을 읽고 일본역사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점. 처음 읽었을 때는 환타지 소설과 다름 없었던 막말~메이지시대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바람의 검심을 읽으니 정말 빼어나게 막말 혼란기를 그려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켄신의 강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들이라 생각했건만 시시오 마코토를 필두로 에니시,아오시, 사이토 등이 오히려 켄신보다 더 멋져보일 때가 많았다. 특히 일본제패를 꿈꾸었지만 결국은 켄신에게 저지당한 시시오 마코토에게서는 진정 대인배의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추억편'이라는 명작 애니메이션 OVA의 원작이 된 토모에와 켄신의 애절한 사랑얘기도 심금을 울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고 대신 새로운 사랑을 준 켄신을 위해 희생하는 토모에. 등장은 길지 않았건만 정작 히로인 카오루보다 훨씬 더 히로인다웠다. 

완전판이라는 표제에 걸맞게 표지나 색색들이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속칭 고도리패, 화투패에 호화풍속화 일러스트라는 거창한 명칭을 부쳐서 켄신네들이 등장하는 건 조금 웃길지도.

십수년 만에 어른이되어 다시 읽은 바람의 검심은 다시 읽은것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만화를 읽는 듯했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장면들, 과거를 참회하며 한 사람의 행복이라도 더 지키려는 켄신의 여정을 보며 왜 바람의 검심이 명작으로 남았는지 확실히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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