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책이 동물농장과 1984 단 두 권인 줄 알았다. <숨 쉬러 나가다> 이 책이 왜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했는지 읽는 내내 의아했다. 입체적인 인물들과 사회상을 잘 담아냈고, 4부로 구성되어 있어 영화를 보는 듯한 흐름 덕에 집중해서 한 번에 읽어나가기 좋았다. 다만 소설에서 전쟁 전후의 상황을 잘 표현한 탓에 읽으며 안타까움과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은 마냥 과거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내가 겪은 전쟁이라고는 전쟁같은 사춘기 시절 혹은 한국사 책에서 만나는 6.25 전쟁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뉴스로 봤을 때는 거짓 뉴스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전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또 다른 나라들의 전쟁이 일어났다는 건 비극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최근 뉴스 진행 중에 공격을 받은 모습이 생중계된 영상을 봤을 때는 그 나라 국민들의 정신건강마저 걱정이 됐다.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숨 쉬러 나가다>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전쟁이 어떻게 송두리째 망가뜨리는지 알 수 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전쟁이 왜 비극일수밖에 없는지 극단적인 묘사없이 설명해준다. 전쟁은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모든 이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전쟁이 채 끝나지 않아 분단된 국가에 살고 있으면서 전쟁을 일어나지 않을 일, 과거에 있던 큰 사건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어리석게 느껴진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처럼 좋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괴감이 느껴진다. 나도 내가 하는 생각들을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고, 내가 겪은 일을 실감나게 적고 싶은데 쉽지 않다. 게다가 왜 좋은 책인지 말을 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이 왜 좋은지 어떤 부분이 심금을 울렸는지 많은 이들에게 정제된 글로 전달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좋다!! 너무 좋다!! 진짜 좋다!! 뿐이라는 사실이… 언어의 한계가 느껴진다. 그리고 내 생각이 틀렸을까봐, 내 생각을 반박 당할까봐 겁이 나서 생각을 축소시킨 글만 쓴다. 내 생각이고 느낌이기 때문에 틀린 건 없을 텐데.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주는 이들의 의견이라면 내가 틀렸었군!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텐데. 내 생각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면 옳은 의견만 받아들이고, 옳지 않은 건 쳐내면 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어쩌면 나는 남들에게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 같다. 남들이 듣기 싫어할 수도 있는 내 의견을 표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로 표현하는 것으로 방법을 택했다. 동물농장이나 1984가 그렇다. 아마도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읽기 싫어도 한 번쯤은 펼쳐봤을 책이다. 필독서로 지정되어 독후감을 써야만 하는 일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가치관을 담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꼭 읽어야 하는 이야기로 선정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왜 쓰는가> 를 읽으면 조지 오웰의 삶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분명 불편하게 읽힐 수 있는 정치적 소재가 불편하다는 느낌보다 소설 속에서 하나의 갈등요소(?)로만 여겨진다. 소설이 진행되는 데 있어 필요한 요소같기만 하다. 어떤 뜻을 내포했는지 의심되지 않는다 (?) 사실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과 흡사한 요소가 많아 그렇게 읽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연말부터 우리나라는 정치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면 안될 만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오웰의 에세이들이 더더욱 와닿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왜 쓰는가>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쓴 순서대로 배열된 에세이들의 모음이다. 조지 오웰의 생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어서 읽는 동안 그런 점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느껴졌다. 정치와 관련이 큰 글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으나 정치적 무관심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사회문제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르포르타주는 프랑스어다. 프랑스어로 탐방기사, 보도, 보고를 의미하며 창작소설과는 달리 실제의 사건을 보고하는 문학을 의미한다고 한다. 취재한 내용을 소설의 형태로 재구성 하거나 갈무리를 하게 되면 르포르타주에 해당하게 된다고 한다. 글 처음부터 르포르타주의 정의에 대해 왜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냐면 내가 몰라서 그렇다. 내가 아는 타는 타잔 뿐이고, 타주는 몽타주 뿐이라 어떤 분야일 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정의에 대해 말해보았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르포르타주에 대해 검색하면 유명한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조지 오웰을 볼 수가 있다. 르포르타주에 대해 이제 제대로 알았는데 벌써 이 책을 읽어도 될까… 처음부터 너무 좋은 르포를 읽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일단 걱정은 뒤로 하고 책을 다 읽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조지 오웰이 서른셋 시절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 관한 르포를 쓰기 위해 그들과 함께 지내며 겪은 일들을 읽을 수 있다. 이 르포의 시작을 읽다보니 최근 논란이 많았던 한 기업의 공장에 위장취업해서 열악한 현실에 대해 직접 세상에 알린 한 노무사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조지 오웰이 위장취업해서 겪은 일에 대해 적은 건 아니지만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는 부분에서 비슷한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 씁쓸했다. 이 르포는 1930년대에 쓰였다. 이 르포를 읽는 나는 2025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열악한 노동의 현장이나 빈민가의 풍경이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기술은 발전하고, 인권에 대한 보장도 (전 세계적으로) 커진 게 분명한데 왜 모든 사람들은 갈수록 사는 게 폭폭하기만 할까? 조금 더 편안하게 살고 싶다.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다만 나만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게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윤택하게 살 수는 없을 지라도 만족하며 살 수는 있을 텐데 요즘은 그것조차 쉽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경쟁을 유발하는 사회, 외부적으로 불안한 정세, 끊임없이 오르는 물가 등이 그렇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위선을 떠는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의 상황이 참 그렇다.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 정말 당신만 잘 산다면 그것으로 되는가?그렇다고 바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 키우고 있는 사람 그리고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사람마저도 누구나 마음 속에 자기만의 강아지(?)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강아지들의 귀여움에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제목이다. <어린 개가 왔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그 유기견과 함께 살아가며 겪는 일과 그 강아지에게 받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3개월이 됐을까 추정되는 견생의 유기견 출신 ’루돌‘이와 10대 딸 둘을 뒀으며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초보견주’의 일상이 담겨있다. 한 번도 강아지를 안아본 적 없던 이가 견주가 되기까지 꽤 많은 결심과 준비를 했다. 책장 한 칸을 채울 정도의 강아지 교육(훈련에 가깝겠지만) 지침서부터, 바둑이가 지낼 곳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그런 준비가 무색하게도 바둑이는 울타리를 쉬이 벗어나지 않았다. 한 번 버려진 경험이 있던 그 강아지는 인간들과 함께 하는 걸 두려워했다. 바둑이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게 문제가 있는 걸까 싶어 훈련사를 만난다. 훈련사를 통해 초보 견주는 깨닫는다. 훈련이 필요한 건 견주 본인이었음을, 그 뒤부터 바둑이가 울타리를 빠져나올 수 있게 도우며 가족이 되어간다. 이제 그 바둑이는 배를 드러내며 드러눕는다. 그 과정 속에서 바둑이는 루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견주에게는 강아지=루돌이 라는 정의가 생긴다. 앞으로 강아지를 떠올릴 때면 루돌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만약 그때 루돌이를 구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는 행복이었을까? 강아지를 키우는 건 쉬워보이지만 강아지와 함께 사는 건 쉽지 않다. 인간은 자신의 노화와 부족함은 별일이 아니라 여기며 다른 생물의 변화와 결핍은 아주 별일처럼 취급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기견 보호소에 자리가 없어 강아지들이 안락사를 맞닥뜨리는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강아지를 키워봤거나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들은 마음 속에 (혹은 옆에) 있는 강아지들 때문에 (고맙거나, 보고싶어서) 눈물을 흘릴 것 같아서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무게의 일이기 때문이다.추신.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라면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게 좋겠다. 그 강아지들은 당신에게 엄청난 사랑을 보여줄 것이다.*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면 무조건 비가 온다고 한다. 비를 내려줄 신에게 딱 맞는 기도를 간절히 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게 바로 그 이유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김수민 씨가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디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그만 두면 되지, 실패하면 포기하면 되지. 이런 단순한 이치는 그녀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 최연소 아나운서 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그 타이틀을 내려놓아 아쉽기도 했었다. 결혼과 출산만으로 사직을 결정했다는 기사들은 그녀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해 의아하기도 했다. 이런 아쉬움을 걱정이라도 말라는 듯 그녀는 아내, 엄마, 작가, 독서모임장 등등 다른 모습으로 오히려 본인을 더 키워나갔다. 법조인이 되기위해 공부도 했었다고 한다. 이런 다른 진로를 위해 노력한 데에는 화려한 방송국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이 계기가 되었다고 해서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도전을 하기 위해 결정했던 사직이 결혼과 출산때문에 포기하는 것처럼 비추어졌던 당시의 기사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생각보다 꽤 많은 실패를 했다고 한다. 될듯 말듯한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과정에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해나갔다. 결국은 다른 방향의 성공을 얻어냈다. 그녀에 대한 기사를 보면 여전히 날 선 댓글이 많다. 그러나 그녀가 이런 댓글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해 나갈 사람 같다.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목표에 닿을 때까지 달려나갈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