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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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망울에는 알록달록한 자연이 아니라 구더기와 파리가 가득 메운 공간이, 거친 들개와 까마귀 떼가, 하늘로 치솟은 쓰레기 산이 어렸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아이에게 ‘세상’은 ‘쓰레기 산’이 전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 인도에서는 아이가 밟는 세상이 그 자체로 아이의 몸을 해치기도 한다.”

유행은 빨리도 돈다. 몇 년 전만 해도 피도 안 통할 것 같던 스키니진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바닥을 전부 쓸어버릴 듯한 통넓은 바지가 대세다. 유행은 10년 주기로 돌고 돈다는데 왜 옷들의 생산량은 줄지 않는 것일까?

<헌옷 추적기>는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과, 100퍼센트라 말하는 우리나라 의류 재활용 비율의 진실을 추적한다.
어렸을 때는 주로 작아진 옷들을 의류수거함에 버렸다. 성인이 된 뒤로는 대부분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옷들을 버린다. 대개 입을만한 옷들은 가공되어 국내 중고 의류상들에게 유통되거나, 혹은 해외로 수출되어 중고 의류로 판매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 옷들이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옷가지들에 추적기를 달아 옷의 행방을 쫓는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적당한 추적기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추적기가 분실되지 않도록 수많은 옷가지에 재봉틀과 바느질을 이용해 단단하게 추적기를 부착한다. 그럼에도 분실된 의류가 일부 있었지만 남은 신호들을 따라 옷들을 추적한다. 보통 일산이나 인천의 국내 도시에서 추적이 시작되어 해외에서 신호가 멈춘다. 중고 의류 수입이 금지된 나라에서도 옷들의 신호가 발견됐다. 밀수입 마냥 여전히 중고의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법적인 의류일 지언정) 옷들이 재활용이 된다면 다행이련만 결국 신호가 끝나는 마지막 장소는 소각장이었다. 우리나라가 의류 재활용 비율 100퍼센트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중고 의류를 수출한다는 명목 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 옷들이 소각으로 끝을 맞는다는 게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소비 행위를 완전히 금지시킬 수는 없다. 기업들이 조금 더 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환경에 더 이로운 방법으로 의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진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각 대기업들의 의류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말장난이 얼마나 쉬운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제작진은 실제로 추적된 신호가 잡힌 현장을 찾아간다. 대표적으로 인도 파니파트의 표백공장, 타이의 아라냐쁘라텟시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였다. 파니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표백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 속에서 보호장비 하나 없이 일해야 한다. 노동자들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이 위험한 환경을 놀이터처럼 드나든다. 이 아이들에게 ‘안전’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보는 세상의 전부가 쓰레기더미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각 나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로 인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의 가격이 이 어린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 필요한 옷만. 필요할 때에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중고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눔하는 방법 또한 재활용의 일종이라고 하니 모두가 의류 재활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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