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별자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자살은 죽음의 당사자만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아있는 유족이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변인의 죽음을 처음 접했던 날이 떠올랐다. 노화로 인한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어서 주변 어른들이 흔히 ‘호상’이라고 말하는 죽음이었다. 죽음에 좋고 나쁨이 있는건가? 나는 이렇게나 슬픈데 ‘호상’이라고 불리지 않는 죽음을 대처해야 하는 건 얼마나 괴로운 걸까? 하는 어린 생각을 했었다. <말라가의 밤>을 읽으며 그 슬픔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먼저 말라가는 유럽 최남단에 위치한 스페인 남부 지역의 도시라고 한다.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인지 몰랐다!) 주인공인 서른 아홉의 남성 형우는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살아가고 있는 자살 사별자다. 형우가 삶과 죽음의 경계인 말라가에서 겪는 일과 현실로 돌아온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인 자살 사별자들과 프리다이빙을 하며 치유가 되어감을 느낀다. 말라가에서 현재의 형우는 삼구(39살의 주인공을 말한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구, 일구, 이구와 함께 지난 날의 세월들을 둘러보게 된다. 지난 시간의 자신들과 함께 지난 시간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시간들을 바라보며 그 당시의 행동들을 후회하며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행히도 그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대로 침잠되지 않는다. 삼구는 구, 일구, 이구를 꼭 껴안는다. 지난 시간들의 상처를 나이테처럼 여기며 또 다른 나를 꼭 껴안고 다시 살기 위해 노력한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형우가 다시 살아갈 방법을 깨닫는 순간은 이 시린 세상을 살아갈 현대인들에게 전부 공유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힘들 땐 잠깐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몸은 어차피 우리가 살게끔 설계돼 있으니까 잠깐씩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라는 말이었다. 도시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끄는 일은 참 어렵다. 게다가 밤만 되면 과거의 모습과 지난 날의 실수가 이불을 팡팡 차게 만든다.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찡하고, 눈물을 훔쳐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주인공은 서른아홉의 남성인데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것처럼 자꾸 몰입하게 됐다. 부끄러운 과거일지언정 그 과거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쌓여 또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내가 나를 그래도 인정하고 안아준다면 세상에 두려운 일이 조금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과거가 자꾸 후회되고 미래가 두렵다면 <말라가의 밤>을 통해 내면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당신은 언제의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가?*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