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 나의 첫 다문화 수업 4
김하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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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와는 오래 전 인연이 있을 뻔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영어를 배우던 곳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유학 기회를 주었는데 어린 나이에 연고도 없는 곳에 가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모님의 걱정에 무산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아쉬움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변화할 수 있는 유익한 체험인데 어린 나이에 할수록 더 넓은 세계를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오스트레일리아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나라였다. 지형의 특징에 따라 신기한 동물들이 있는 곳,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람들, 훌륭하고 아름다운 조형물인 오페라 하우스가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국기에 영국 국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접했을 때 꽤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나라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누군가 물어온다면 할 수 있는 말은 몇 개 없다. 이 책의 제목에 더욱 끌린 것은 하나의 질문 때문이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오스트레일리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끄럽게도 이름부터 문화까지 그 나라에 대해 하나도 깊이 아는 것이 없었다. 코알라와 캥거루가 실제로 어떤 동물인지, 오페라 하우스가 얼마나 오랜 기간 건축되어야 했는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 환경은 어떤지. 느긋한 사람들의 한편으로는 여전히 인종 문제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까지 문화적, 인종적인 요소를 가볍지만 꼼꼼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윌리엄, 벤틀리 형제가 즐겨 먹던 야채 잼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음식이라는 것도!)

가장 놀라웠던 건 오스트레일리아의 인종 차별 문제였다. 왜인지 나에게 그곳은 인종 차별이 거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는 원주민의 학살과 차별로 얼룩져 있었다. 그곳 원주민에게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어린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떼어내어 백인 문화를 답습시킨 관습과 당시에 가족과 생이별을 겪어야 했던 ‘도둑맞은 세대’. 그리고 그 악습이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다는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 (도둑맞은 세대에게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2008년에야 이루어졌다.)

본래 그 나라에 씌워진 인식이 긍정적일 때 사회적으로 만연한 병폐를 확인하면 놀라기 마련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인종 차별적 사례들을 통해 어느 나라에나 문화, 인종적인 과오가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오히려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인종, 정치, 문화에 관한 내용은 『있는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제목에 담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인종 간 갈등이 있는 한편, 교육의 면에서는 매우 자유로운 나라가 오스트레일리아다. 가히 ‘지옥’이라 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입시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그곳의 학교는 유토피아에 가깝게 보였다. 오후 3시에 하교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스포츠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으며 외국어를 다양하게 배운다는 점까지. 교육제도 안에 갇혀 있느라 운동과 외국어에 뒤늦게 재미를 느낀 나에게는 무척 부러운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유학을 갔어야 했는데!)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자면 한없는 이 책 안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을 꼽자면 질문과 토론이 가능한 구성에 있다. 한 챕터가 끝나면 말미에 이 나라의 문화를 정리하는 질문이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는 깊이 생각할 논의거리인 동시에 나이를 잊고 청소년 책에 푹 빠진 나같은 성인에게는 후에 만날 학생들에게 들려줄 깊이있는 이야깃거리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한 나라에 관한 가장 솔직한 질의응답 시간과 같았다. ‘있는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묵직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입문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인종, 문화, 교육, 정치, 역사, 음식, 건축, 사회, 환경 등의 분야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색이 무엇인지 현지인의 시각으로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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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개인 SNS(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리뷰를 전문인용한 것입니다.
원문 보기 : https://www.instagram.com/p/CcMku6bpRP2/?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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