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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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특수청소부』는 ‘특수청소’ 전담 사무실 ‘엔드 클리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네 개의 연작소설집이다. 특수청소란 죽은 후 사람이 오래 방치된 공간을 이전으로 복구하는 작업으로, 일반 청소와 달리 방호복부터 이런저런 공구까지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생명이 떠난 사람의 부패한 몸에서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망자를 배웅하기 전, 벌레와 세균과 악취에 대항해 특수청소부는 몸을 지켜야 한다.

때로 그것에 어쩔 수 없이 불쾌해하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은 꽤 특별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숙연해지는 이유는 아무리 더럽고 끔찍한 공간이라도 얼마 전까지는 누군가의 마음이 머문 집이었기 때문이리라. 특수청소부는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그가 있던 곳에서 새로운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간자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종종 ‘특수’한 사건에 말려들기도 한다.

2009년 장편소설 『안녕, 드뷔시』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매번 신선한 소재의 추리소설로 독자의 기대에 착실히 부응해 왔다. 이번 『특수청소부』 역시 제목만 들어도 궁금증이 유발되는 연작소설집으로, 읽는 사람의 눈과 머리를 먼저 깨우고 들어가는 독특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의 소설에 건 기대 이상으로 추리의 재미를 맛보았던 기존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신작이며, 아직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은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오감을 깨우는 신선한 책이 될 것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특수청소부』는 ‘엔드 클리너’에 의뢰된 특수청소 중 네 사람의 죽음에 얽힌 기묘한 뒷배경을 다룬다. 특수청소를 위해 방문하는 ‘집’. 외부와 단절된 폐쇄된 공간에서 한 사람의 흔적을 지우며 발견되는 단서들을 되짚어가다 보면, 어느새 특수청소부는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곤 한다. 세입자가 죽었다면 집주인이, 자녀가 죽었다면 부모가, 애인이 죽었다면 또 다른 애인이. 죽음에 매달린 삶들은 시끄럽게 아우성치기도 하고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은 다종다양한 죽음을 마주한다. 삶의 종착지가 죽음이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에 투영된 다양한 삶을 본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특수청소부』에서 죽음의 대상이 ‘노인’만은 아님을 보인다. 이 책에서 노인의 죽음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이십 대 남성, 삼십 대 여성, 사십 대 남성 등 고독사가 젊은 층에도 가까운 것임을 강조하려는 듯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는 죽음들이 눈에 띈다.

그들 하나하나에는 여러 사람이 얽혀 있다. 이십 대 남성의 주변에는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들이, 삼십 대 여성의 주변에는 회사 동료들과 가족이, 사십 대 남성의 주변에는 깔끔히 정리하지 못한 관계의 여성들이, 팔십 대 남성의 주변에는 재산을 노리는 자녀들이. 그들 중 누군가는 죽음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엔드 클리너의 사장 이오키베와 직원들은 때로 형사와 공조하며 억울하거나 당연한 죽음의 전말을 되짚어간다.

형사나 탐정이 아닌, 그러나 죽음과 가장 가까운 특수청소부의 시선은 새롭다. 직업상 청소부지만 그들은 방역과 감염 예방에 철저하며, 바닥재를 뜯어내거나 집을 수리하는 데에도 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눈이 발달해 있다. 죽음을 사이에 두고 삶과 삶을 마주해야 하는 그들의 일 때문일까. 때로 형사보다 차갑고, 의사보다 냉정한 판단이 그들에게는 가능하다.

오래 방치된 만큼 짙은 자국을 남긴 이들을 깨끗이 배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동반되는 관계의 정리는 때로 특수청소부의 몫이다. 그들은 유품의 분배와 재산의 분할, 부모 자식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여과 없이 마주하기도 한다. 살아있을 때는 ‘고독’했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뒤에 이렇게 많은 이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 죽은 이후 드러날 때면 조금 씁쓸해진다.

하지만 마냥 불편한 관계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죽은 이를 진심으로 애도한다. 그의 유품을 소중히 받아 들고 생전의 기억을 간직한다. 죽음은 한 사람의 삶과 그 궤적이 어떠했음을 대강 판가름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와 같다. 세상을 막 떠난 사람의 뒤에서 비명과 고함이 난무한다면, 적어도 그는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진심 어린 애도와 그리움이 망자를 배웅하는 자리에 가득하다면, 적어도 그는 지상에 ‘기억’될 좋은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특수청소부』는 죽음이 삶의 끝만은 아니라는 의미를 담은 소설집이다. 내 뒤의 사람들이 어떻게 남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건 적어도 나의 몫이라는 뜻으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책임감을 어깨에 가볍게 지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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