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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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도 업데이트하였습니다.)


나오미 앨더만의 <파워>는 민음사 출판사의 추천을 받아 알게 되었다. 추천의 메시지를 보고 새로운 페미니즘 문학의 노선을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받아보겠다는 답을 드렸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출간이 되기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을 기회를 얻었다. 소중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 한장 한장 넘기는데 그 서사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히 배우 ‘엠마 왓슨’의 추천사를 읽어보고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오미 앨더만은 과거 페미니스트 소설의 노선과는 다르게,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엔 전쟁도, 폭력도 없으리라는 진부함에 도전합니다."" -엠마 왓슨, 추천의 말 중

이 작품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남류작가”라고 불리는 닐의 소설을 본 여성작가 나오미가 충고를 해주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닐과 나오미의 주고받는 메시지 내용이 앞과 뒤에 짧게 나오고 닐이 쓴 소설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닐의 소설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지위를 갖는 상황을 가정하며 (지금의 구조와 비슷한 사회에서) 여성에게 ‘파워’라는 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의 과정을 다룬다. 닐과 나오미가 사는 사회의 젠더개념을 뒤집은 작품을 닐이 쓴 것이다.


소설 <파워>의 특징(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은 “불평등을 야기하는 여성”을 가정했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의 페미니즘 소설에서 흔히 보이던 여성의 캐릭터가 남성권력을 타파하거나 사회의 구조, 모순을 부수는 것이었다면, 나오미 앨더만은 자신의 소설 <파워>를 통해 사회 구조와 모순을 만드는 여성을 조명한다. 여성의 서사에서 지금까지 다룬 여성의 세계는 이상향에 가까웠다. 남성을 전복시키고 여성이 권력을 잡은 세상은 모든 것이 평화롭고 때로는 여성이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파워>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어머니 이브'라는 초월적 존재를 통해 자신의 파워를 깨달은 여성들은 남성을 정복한다. 그들을 착취하며 고통에 빠뜨리고, 성적으로 학대하기도 한다. 여성이 권력을 잡은 나오미의 세계는 결코 평화롭거나 도덕적이지 않다.

여성의 세계가 완벽하다는 시선은 판타지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또다른 모습일지 모른다고, 소설 <파워>는 제안한다. 최근의 성소수자, 젠더퀴어와 관련된 소식을 통해 우리는 여성 또한 다수자의 위치에 서면, 부여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자들을 억압할 수 있음을 본다. 한 개인이 속할 수 있는 위치는 다층적이며 여성은 다수자가 될 수도,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 <파워>는 권력구조에서 상층부 위치에 속한 여성을 다룬다. '남성보다도 권력이 많은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다를 뿐이다.

배우 엠마 왓슨의 추천사를 다시 곱씹어 본다.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에는 전쟁도 폭력도 없으리라는 진부함". 완벽한 여성을 향한 무의식적 프레임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파워>는 지금의 페미니즘 소설에 가장 필요한 서사를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 메인 빌런(악당)이 여성이 될 수 있고, 지나친 권력의 남용으로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 역시 여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여성에게 그만큼의 권력이 보장된다면 말이다. <파워>를 덮으며 한쪽 마음에 드는 헛헛함은, 소설 속에서 남성이 당하는 모든 일들이 지금의 여성에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자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나오미 앨더만의 소설을 더 읽고 싶다. 이 매력적인 여성 작가의 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강렬한 느낌을 주는 표지보다 더 매력적인 서사에 빠져드는 독자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부디 당신이 어느 경로로 이 글을 보았든 나오미 앨더만의 <파워>를 읽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의 여성서사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이 하나의 시류가 되어 다양한 방향의 여성을 다루는 입체적인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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