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워>의 특징(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은 “불평등을 야기하는 여성”을 가정했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의 페미니즘 소설에서 흔히 보이던 여성의 캐릭터가 남성권력을 타파하거나 사회의 구조, 모순을 부수는 것이었다면, 나오미 앨더만은 자신의 소설 <파워>를 통해 사회 구조와 모순을 만드는 여성을 조명한다. 여성의 서사에서 지금까지 다룬 여성의 세계는 이상향에 가까웠다. 남성을 전복시키고 여성이 권력을 잡은 세상은 모든 것이 평화롭고 때로는 여성이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파워>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어머니 이브'라는 초월적 존재를 통해 자신의 파워를 깨달은 여성들은 남성을 정복한다. 그들을 착취하며 고통에 빠뜨리고, 성적으로 학대하기도 한다. 여성이 권력을 잡은 나오미의 세계는 결코 평화롭거나 도덕적이지 않다.
여성의 세계가 완벽하다는 시선은 판타지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또다른 모습일지 모른다고, 소설 <파워>는 제안한다. 최근의 성소수자, 젠더퀴어와 관련된 소식을 통해 우리는 여성 또한 다수자의 위치에 서면, 부여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자들을 억압할 수 있음을 본다. 한 개인이 속할 수 있는 위치는 다층적이며 여성은 다수자가 될 수도,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 <파워>는 권력구조에서 상층부 위치에 속한 여성을 다룬다. '남성보다도 권력이 많은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