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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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모데란은 철과 플라스틱, 규율과 반복의 세계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약 40편의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야기 사이를 잇는 것은 감정과 기억의 흔적이다. 겉으로는 기계화된 미래 사회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사는 지금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 가능한 기계로 바꾸려는 그 환상을 조용히 조롱하며 결국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THE? or A?







#폴라북스 에서 출간한 #데이비드R번치의 #모데란은 인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이 스스로 모데란이라는 도시국가에 들어오며 시작된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실패했기에 감정을 제거한 채 강철로 이루어진 기계 인간들의 세계에 자신을 맞춰보려 한다. 처음에는 관찰자로 머물던 그는 점차 성체화 과정을 거쳐 인간성을 하나씩 잘라내고 시스템에 동화된다. 그 변화는 한순간이 아니라 점진적인 삭제의 연속이다. 시스템은 그에게 M을 부여하며, 그는 감정과 기억, 자율성을 하나씩 포기하고 모데란의 일부가 된다. 







모데란 속에는 M이 정확히 무엇의 약자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M을 받을수록 인간성을 잘라낸다는 점에서 M이 MEN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즉 M이 많다는 것은 곧 사람다움을 많이 포기했다는 뜻이고 결국 존재하는 대상의 정의가 사람에서 기능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작가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잘려나갈 때 어떤 파편이 남고 무엇이 마지막까지 저항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알파벳 하나로 인간성 제거를 단계화하는 발상 자체가 이미 섬뜩했다.







이 작품의 핵심 질문은 테세우스 배의 역설과 연결된다. 이는 배의 모든 부품을 하나씩 교체한 후에도 여전히 같은 배인지 묻는 고대 철학의 문제다. 주인공은 감정, 신체, 기억까지 모두 교체된다. 이때 그는 여전히 동일한 그인가? 아니면 시스템만 남은 껍데기인가? 결국 작가는 테세우스 배의 역설의 정답을 독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 잡아먹힌 당신은 아직 the human 인가, 아니면 a something 인가? 이 배는 어디까지가 '그'이며, 어디부터가 시스템인가?







책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성체다. 성체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완전히 기능화된 존재를 뜻한다. 주인공은 열 번의 M을 통해 그렇게 성체가 된다. 그는 완전한 소멸 직전 스스로 그 길을 멈추고 다시 내려온다. 죽음 혹은 융합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 장면은 마치 작가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너는 아직 사람이니? 그가 남기로 한 그 순간 시스템은 완성되지 못하고 균열은 침묵 속에서 자라난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이 시스템이 처음부터 인류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작가는 단순히 기계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깎아 기계로 만드는 길을 택했다. 왜 굳이 그렇게 어렵고 먼 길을 돌아서 가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모데란은 외부의 억압이 아니라 인류 내부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을. 완벽함, 통제, 고통 없는 질서를 추구한 결과가 인간성 제거라는 모순된 결론으로 이어졌다는 것. 사람은 스스로를 없애기 위해 스스로를 설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모데란의 세계는 결코 낯설지 않다. 플라스틱으로 덮인 땅, 증식되는 요새, 플러기 플라기 버튼 같은 귀여운 이름의 통제 장치. 특히 이 버튼의 이름은 아이 장난감 같은 어감으로 사람들의 경계를 무디게 한다. 감정을 억제하는 장치에 유치한 명칭을 붙여 통제받는 기분을 없애는 방식은 현대 사회의 기술 문명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종종 편리함과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성과 감정을 시스템에 위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체제는 이미 부드러운 언어로 포장된 명령을 내린다. 핵무기에 선샤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듯.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살아 있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말을 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며 시스템의 일부로서만 존재한다.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온전한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이 어정쩡한 간극이 모데란의 가장 잔인한 결말이다. 감정을 선택하지 않은 자에게 인류라는 말은 더 이상 붙지 않는다. 그는 살아 있는 껍데기로 남는다. 기능만 있고 의도도 없다. 독자는 그 침묵 속 떨림을 감지하게 된다.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그러나 그는 융합 직전 마음을 바꾼다. 죽으러 갔다가 돌아온다는 이 장면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모데란과 완전히 합쳐지는 것을 거부하고 아주 조용히 한발 물러선다. 이유도 설명되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감정의 증거다. 시스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계산되지 않은 감정의 개입이다. 완전한 기계가 되지 않겠다는 이 미세한 거절이야말로 인류라는 증거이며 동시에 이 소설 전체의 결론이자 출발점이 된다. 거절은 의지이며, 의지는 감정이다.







결국 모데란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인간을 다시 정의하고 감정과 기억은 제거해야 할 에러로 취급된다.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그 에러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에서도 감정을 기억하는 독자만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인간이라고.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생존자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절규이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은 결국 살아 있음의 증거다. 그리고 불안을 야기하는 확고한 흔들림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인간성은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천천히, 단계적으로, 기능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씩 잘려나간다. 두려움과 불안을 가진 고유의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사회가 원하는 보편적인 시스템 속의 인간으로 살 것인가가 작가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는 The human 인가, 아니면 기능 하나만 남은 A something 인가? 기능 하나만 남은 A something의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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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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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흑사병은 자본주의를, 구텐베르크는 르네상스를, 후추는 잉카 제국의 멸망을, 신교도 탄압은 스위스의 명품 시계를, 청어 배를 가르는 칼은 주식회사와 중앙은행을, 악마의 음료 커피는 시민에게 선거권을 가져왔다.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두 지점 사이를 그림 한 장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얻는 책이 바로 아트 북스에서 출간한 태지원의 정물화 속 세계사이다. 단순히 눈요기를 위해 그려진 정물화 한 장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아트북스에서 출간한 태지원의 정물화 속 세계사는 한 점의 명화가 건네는 소리 없는 음성을 통하여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을 알려준다. 제목처럼 작품은 모두 정물화이며 그 속의 대상은 단순히 정렬해 놓은 것들을 그린 것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예술의 장르에서 역사라는 장르로의 변화를 독자는 겪을 수 있다. 총 열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기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차례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당 연표가 따로 적혀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주인공이 지나온 시기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두 연표에 작성되었다. 이는 단순히 어떠한 사건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인류 역사의 전체의 맥락에서 3차원으로 그림을 감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나의 챕터는 그 시대의 흐름을 완벽하게 바꾼 주인공이 담긴 정물화 한 점으로 시작하여 이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지도, 당시 시대의 복장, 기타 배경이 담긴 명화 여러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야기는 정물화의 설명에서 시작해 작가의 생애와 역사적 사건, 그리고 그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각 장의 끝에는 시대를 송두리째 바꾼 계기와 그로 인한 변화가 조명되며 독자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섬세하게 이끈다. 특히 장면 전환이 물 흐르듯 매끄러워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틈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의 바보 같은 일화까지 곁들여져 있어 흥미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그러면 인상 깊었던 부분을 살펴보자.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활동한 하르먼 스테인비트의 정물화에는 해골이 등장한다. 동시대 화가들도 해골, 썩은 과일, 시든 꽃 등을 곁들인 그림을 자주 그렸다. 모두 인간의 죽음과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이런 그림들이 유행한 배경에는 흑사병이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 병은 크림반도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몽골군이 시체를 성 안에 던졌다는 세균전 일화도 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어, 나쁜 공기 때문이라고 믿거나 신의 벌로 여겨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유대인을 희생양 삼아 집단 학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흑사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씨앗이 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줄어든 인구 덕에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고 신분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도시로 옮겨 부르주아 계급이 되었다. 흑사병은 경제적 변화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인식을 남겼다. 해골을 그린 바니타스 정물화는 그런 감정을 담은 것이고 오늘날까지 해골은 크롬하츠 같은 브랜드를 통해 허무와 허영의 상징으로 계속 소비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개로 흑사병은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폴 세잔이 그린 검은 시계가 있는 정물은 에밀 졸라를 위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림의 중심엔 시계가 있다. 그런데 어떻게 시계가 신교도 탄압과 연결될까? 그 시작은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이다. 당시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였고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신교도인 위그노가 등장한다. 장 칼뱅은 모든 직업은 신의 부여라고 말했고 그의 가르침을 따른 위그노는 근면하고 절약 정신이 강해 자본주의와도 조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들을 위협으로 여겨 탄압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앙리 4세가 내린 낭트칙령을 루이 14세가 폐지하면서 찾아왔다. 신앙의 자유를 잃은 위그노들은 프랑스를 떠나 유럽 곳곳으로 흩어졌고 20~30만 명에 이르는 이들 중 상당수가 숙련된 장인이었다. 이 중 일부가 정착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계 제작 기술을 발전시켜 파텍필립, 롤렉스, 차펙 같은 명품 시계를 탄생시켰다. 프랑스는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스위스는 위그노의 정착 덕분에 정밀 기술 산업이 번창했다. 정물 속 시계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역사와 신념의 산물인 셈이다.


후안 그리스의 신문과 커피분쇄기가 있는 풍경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혁명의 씨앗이 된 커피의 상징이다. 커피의 기원은 7세기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의 일화로부터 시작된다.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흥분하자 자신도 먹어본 그는 각성 효과를 경험하고, 이를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알린다. 이후 커피는 수도승들 사이에 퍼지고 15~16세기에는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된다. 그들의 커피하우스 카베 카네스는 대화와 게임, 그리고 점차 정치 토론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이 커피하우스는 결국 권력자들에게 위협이 되어 금지되지만 커피는 유럽으로 건너간다. 초반에는 악마의 음료로 외면받았으나 교황의 “이 맛있는 음료를 이교도만 마시게 둘 수 없다"라는 발언 이후 유럽에서도 유행하게 된다. 프랑스의 카페는 계몽사상가들이 모여 정치 토론을 벌이는 장소가 되었고 감시와 금지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기운을 키웠다. 결국 프랑스 대혁명, 나아가 루공가의 치부에 등장하는 2월 혁명까지 이끈 셈이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시민의 선거권을 이끈 주역이었다.



유독 정물화가 네덜란드에서 발달한 이유는 후원의 구조 차이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교황과 귀족의 주문으로 미술이 제작되었지만, 네덜란드는 상인이 직접 그림을 구매하는 시장 중심 구조였다. 이로 인해 종교화보다 대중 취향에 맞춘 현실적인 정물화가 유행했고, 그 안에 시대상과 국민성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한 점의 그림을 통하여 유명 화가가 숨겨 놓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을 찾아 과거를 읽고 싶다면 아트북스에서 출간한 태지원의 정물화 속 세계사를 추천한다. 


#정물화속세계사 #태지원 #아트북스 #세계사의흐름을바꾼사물들 #교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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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공가의 치부 을유세계문학전집 141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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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루공가의 치부는 제목만 보았을 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때 치부는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이 아니라 재물을 보아 부자가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제2제정기의 작은 도시 플라상을 배경으로 한 가문이 어떻게 사회의 각 계층 속으로 스며들고 정치와 권력, 이상과 타협, 욕망과 파멸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에밀 졸라는 이 가족의 연대기를 무려 스무 권으로 엮어 루공-마카르 총서로 출간하였다. 루공가의 치부는 이 장대한 서막을 여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델라이드 푸크는 농부 루공과의 관계에서 피에르, 거지 마카르와의 관계에서 앙투안과 위르쉴을 낳으며 루공-마카르 가문이 시작된다. 온갖 약은 수를 써서 피에르는 어머니의 전 재산을 자신이 가져가고, 군대에 갔다가 이를 알게 된 앙투안은 이를 갈면서 복수를 꿈꾼다. 정체되어 있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인 1848년 2월 혁명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피에르는 법대를 나온 큰아들 으젠의 도움을 힘입어 정치적 성공을 통하여 부를 쌓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언제나 자식과 아내에게 빌붙어 살던 앙투안은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아 여전히 형에게 대한 복수에 눈이 멀어 정세를 보기보다는 형과 반대편에 서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루공과 마카르의 피를 절반씩 받은 실베르는 여자 친구인 미에트와 함께 혁명에 몸을 던진다. 이들이 품은 이상은 끝내 어디에 도달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 보시길!







이 작품은 인간의 유전학적 조건과 사회 구조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실험한 작품이다. 정신 질환을 가진 아델라이드 푸크를 기원으로 삼아 그 자손들이 어떻게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분화되고 파멸하거나 권력을 장악하는지를 장대한 서사를 통해 정밀하게 추적한다. 이 실험의 진행자는 작가이지만 그의 분신인 파스칼을 창조하여 독자에게 다가온다. 정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보다는 과학 실험을 한 계통도에 가까워 여느 소설과 달리 보고서로 읽히는 특징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등장인물도 줄거리도 아니었다. 책장을 넘기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언제나 단어, 색상, 배경 묘사였다. 이것들은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작가가 독자에게 미리 던지는 결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다시 첫 장을 펼치게 만드는 마력을 뿜어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에밀 졸라의 독특한 필력이었다. 그는 사건보다 장소, 대사보다 명사, 감정보다 지형으로 독자에게 단서를 던진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을 얼마나 찾느냐에 따라 작품의 밀도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울거리는 망토는 애정의 절정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매장의 은유로 작동한다. 노동으로 굳어진 노동자의 손이 단단하게 달려 있다고 하는 부분은 신분의 고착화를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 오래된 주검들의 평화 속이라는 것은 그동안 이곳에 대량 학살의 혁명이 없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며 그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보면 나폴레옹 1세가 정권을 잡기 전 프랑스 대혁명과 지금의 나폴레옹 3세가 정권을 잡는 2월 혁명의 대치도 보인다.






이런 방식은 색과 공간의 배열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란색은 피에르의 거실과 자스 메프랑의 들판에서 반복되며, 부패한 질서와 병든 번영의 상징이 된다. 붉은색은 실베르가 속한 저항의 색으로 이상주의자들이 품은 생명력과 동시에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함축한다. 그리고 흰색 손수건은 포플러 나무가 잘려 나갈 때 공화파가 보여주는 애도의 신호로 등장하며 절망과 체념, 상징의 종말을 암시한다. 졸라는 색채를 통해 인물의 계급과 정치적 입장을 구분하고, 단어 하나하나에 사회 구조의 기호를 심는다.







그 상징은 특히 나무의 은유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느릅나무는 과거의 왕당파, 플라타너스는 질서당(보나파르트주의), 포플러는 공화파와 급진 공화주의를 상징한다. 느릅나무는 베이고, 플라타너스는 심어지고, 포플러는 밤에 몰래 독살된다. 그중 포플러는 노동자들의 모임 장소이자 이상주의의 상징이었고 이 나무를 펠리시테가 제거하는 장면은 단순한 식물 제거가 아니라 정면충돌 없이 이념을 말살하는 정치적 행위였다. 작가는 자연의 묘사 하나로 다양한 정치 성향과 그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연출 방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유독 인상 깊게 만든 또 하나의 독해 방식은 DNA였다.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가족관계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 도덕성, 행위 방식까지 유전된다. 실베르는 정신적 우성인자를 모두 받은 것처럼 이상과 질서를 중시하고, 미에트는 운명적 열성인자가 응축된 존재로 그들이 받은 DNA답게 산다. 루공-마카르 총서 서막의 시작인 이 책에서 아델라이드의 DNA가 농부 루공과 섞인 결과와 거지 마카르와 섞인 결과를 구분하여 그 후손의 성향을 따져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포인트로 작동한다.






루공가를 지배하는 구조는 철저한 모계 사회다. 아델라이드는 모든 것을 낳았지만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그녀는 창조자이면서 통제 밖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는 신화적 모성 가이아 혹은 성모 마리아의 위치에 가깝다. 졸라는 이야기 곳곳에 동물 가죽, 키클롭스의 도시, 바벨탑 같은 신화적 기호를 심는다. 이들은 모두 혁명과 욕망과 몰락의 전조로 기능하며 과학적 사실 위에 은밀하게 신화를 얹어놓는다. 이 작품은 신화를 모티브로 인간의 핏속에 흐르는 운명을 추적한 실험이다.







루공가의 치부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거대한 연대기의 구조적 기반이 된다. 작가는 혈통, 계급, 정치, 욕망을 유전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내며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생물학적·사회학적 조건 위에 올려 실험한다. 또한 은유와 색채, 공간과 신화를 조합해 독자에게는 또 다른 층위의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스무 권의 총서를 하나로 엮어주는 첫 권은 전체 서사의 토대를 닦는 것이므로 목로주점, 제르미날 등을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관문이다. 



#루공가의치부 #에밀졸라 #을유문화사 #고전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루공마카르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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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노아 차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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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젠가부터 항상 드는 의문이 있었다. 성향은 모던에 가까운데 왜 고전 미술 특히 회화에 항상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문. 이것을 알기 위하여 그동안 예술, 예술사 관련 책들을 열심히 읽었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각국의 역사까지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모두 풀렸다. 해답을 알려준 책 내용과 이를 도출해 낸 과정을 알아보자.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는 들어가며 와 11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각 장마다 한 시간씩 12시간이면 미술 감상을 하기 위한 기본을 갖출 수 있다고.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의 원제는 The 12-Hour Art Expert(12시간 만에 예술 전문가 되기)이다. 책은 예술에 관한 철학적 의미, 미술에서 사용하는 용어, 그림을 읽는 도상학, 각 사조 및 대표적인 작품, 미술 범죄, 첨단 기술과의 접목, 심리학과의 연결, 경제적 가치, 미술사, 그리고 앞으로의 미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1장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것이 예술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설명한다. 첫 문단부터 호기심을 일게 만드는 예시를 들고 있어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훔친다. 당신이 친구와 부서질 것 같은 나무배를 구매하여 수리한 후 733킬로미터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어느 섬까지 항해한다. 이 과정을 모두 동영상으로 제작하였고, 도착 후 배를 해체하여 이것으로 오크 통을 만든다. 여기에 최고급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채운 후 숙성시켜 위스키 733병을 만든다. 이 모든 여정은 영화, 스케치, 책으로 제작된다. 이게 왜 예술로 여겨질까?


이 한 문단을 읽는 순간 이미 당신은 작가가 쳐 놓은 집중의 덫에 단단히 휘말린 것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평소에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읽어야 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끌어온다. 훌륭한가?, 아름다운가?, 흥미로운가? 이쯤 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도 어렵지 않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플라톤의 예술은 모두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동굴의 맞은편 벽에서 춤추는 그림자와 같다는 국가의 한 문단을 가져온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책이지만 작가의 설명과 곁들여지니 시학도, 국가도 예술 관련 이야기는 아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뒤로 넘어가 사조 파트에서도 다시 나오지만 1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고대 벽화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예술은 밥 먹고살 만한 여유 상황에서 접하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호랑이의 밥이 될지 모르고, 다음 시간에 먹을 밥을 찾아 헤매야 하는 고대인들조차 벽에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인간이 생존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영혼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는 여유 있는 삶과 관계가 없다는 말이었다.



미술에 관련된 도서는 대부분 서양인의 우월주의 시각에서 쓰여 있다. 그 유명한 미술 입문서인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마저도. 작가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중국, 나이지리아, 일본 등에서 더 먼저, 현저히 발달한 미술까지 언급하고 있다. 또한 다빈치가 활동하던 시기에 왜 여성 미술가가 없는지에 대한 분석을 비롯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화가를 찾아 언급한다. 심지어 자신을 가르친 스승보다 나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를 보고 누가 흠집을 잡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을 작가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대학에서 예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가르쳐봤기 때문일 것이다.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어지간한 일반인 앞에서 우아하게 예술품을 보며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 이후는 직접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감상하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이제 이야기의 시작에서 잔뜩 궁금하게 만든 고전 회화에 유독 관심이 많은 이유의 답을 살펴보자. 왜 취향도 아닌 작품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도상학 때문이다. 단순히 기법이나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가 숨겨놓은 메시지를 읽어내는 학문이다. 우리는 이를 미술의 언어를 읽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교양서를 읽어도 그 언어는 닿지 않는다.



작가는 이를 3장에서 설명한다. 그림 속 인물, 동물, 과일, 빛과 구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징이다. 다리 밑의 개는 충성심을, 창가의 오렌지는 경제력을 의미한다. 수태고지의 구도는 마리아의 순결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장치다. 도상학은 성인 연구, 알레고리, 감춰진 상징으로 나뉜다. 이를 해독하려면 당시의 시각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작가와 제목 없이도 이미지만으로 성인을 구분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동안 내가 역사나 종교, 생활상을 찾아 헤맨 이유도 결국 도상학을 알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미술 자체보다 그 안의 암호를 궁금해했던 것이다. 고전 회화 속 모든 요소는 반드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고, 이 책은 그 의미를 해독할 열쇠를 제공한다. 이제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상징을 찾고 있을 것이다.


주로 미술 범죄에 관심을 가진다는 노아 차니여서인지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미술품에 생긴 나쁜 일에 대한 파트가 꽤 흥미로웠다.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의 제목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도슨트처럼 미술관을 걸을 수 있는 베이스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물감의 조합이 아닌 시간의 한순간을 정지시켜 놓은 당시의 작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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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 - 물질은 어떻게 문명을 확장하고 역사를 만들어 왔을까?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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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 to Z로 된 세계 역사책은 우리가 학교 다닐 때부터 줄기차게 보았다. 그러나 이런 책의 최대 단점은 따분하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관심 분야에 현미경을 들이댄 부분의 역사는 누구나 눈을 반짝일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수많은 분야가 있겠지만 오늘은 제대로 읽으면 국제 정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북라이프에서 출간한 사이토 가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북라이프에서 출간한 따끈따끈한 시작 사이토 가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은 제목 그대로 열두 챕터로 되어 있다. 전분, 약, 금속, 세라믹, 독, 셀룰로스, 화석연료, 백신, 암모니아, 플라스틱, 원자핵, 자석까지. 언뜻 보면 공통점이 단순히 포인트가 문명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국제 사회의 힘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작가가 과학을 전공하여서 그런지 내용이 단순한 역사라기보다는 과학적 논리가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 이 힘의 논리를 좀 더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맨 처음의 전분과 자석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먼저 전분은 식량으로 대체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파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농업 혁명에 관하여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게 된 계기이며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어 자연에서 먹이 사슬 최상위층으로 올려준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노동에 생존 기간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먹고 살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것이며 각종 영양 결핍으로 간 계기라며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문학자의 눈이 아니라 철저하게 과학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구의 근원적인 에너지인 태양 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생물체는 식물이 유일하다. 태양은 태양빛을 쬐며 공기 속 이산화탄소와 물을 에너지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 반응이 흔히 말하는 광합성이다. 우리는 이것을 먹고 소화시켜 에너지를 얻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탄수화물을 흡수하여 몸속의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 물, 에너지로 변환한다. 즉, 우리는 역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동물은 태양 에너지를 절대 직접 이용하지 못한다. 반드시 식물을 통하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섭취하는 탄수화물을 저자는 태양 에너지 통조림이라고 부른다. 좀 더 많은 농업 혁명은 식량 생산량을 증가시켜 인구 증가와 문명 발전을 가져왔지만 전쟁과 함께 빈부 격차도 가져왔다.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는 현재 땅에 대한 전쟁을 인간끼리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심한 땅 싸움은 바로 식물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중세 시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마녀사냥의 원인도 저자는 탄수화물에서 찾는다. 마녀사냥의 원인은 성 안토니우스의 불이라고 불리는 병이다. 바로 맥각균이라는 균 때문이다. 이 균이 번식한 곡식을 먹으면 손발이 마치 불타는 듯한 통증과 환각 작용으로 인하여 이상 행동이 나타난다. 이게 심했던 시기와 마녀사냥 수의 증가와 일치했다며 저자는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가장 흥미로운 관점은 농업 혁명 이후 부족이 생기고 계급이 생겼으며 이것이 확대되어 국가로 이어졌다. 당연하게 그 결과는 계급 사회와 빈부 격차로 이어졌다. 이런 점은 동물의 본능적인 특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런 일은 식물 사회에서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키가 큰 나무는 근원 에너지를 마음껏 빨아들여 더 커지고 바닥에 붙은 식물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하여 환경에 적응했다. 어쩌면 이런 계급과 빈부 격차는 생물의 기본 특성이 아닐까?



마지막 단원의 자석은 사실 그 자체의 내용보다 한국에서 얼마 전 개발에 성공한 중국의 희토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구 자석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보았기에 그간의 내용이 궁금하여 더 주의 깊게 보았다. 희토류의 8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 제품 등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작동이 가능한 자석의 원료가 사라져 그야말로 한국 산업의 숨통을 끊어 놓게 된다. 



물론 다른 희토류도 있지만 일단 자석 파트에서만 국한하여 이야기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 것을 개발했다는 기사에 남몰래 뛰는 심장을 지그시 눌렀던 기억이 나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이 자석 파트에는 꿈의 초전도 자석이 있다. 바로 얼마 전 개발했지만 실험에서 실패한 초전도체 LK-99로 만들 제품이다. 비록 이 실험이 실패했으나 세계적으로 그동안 테스트에 사용하던 물질의 확장을 가져와 많은 국가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전도 자석은 에너지 저항을 0에 이르게 만들어 에너지 손실이 없어 각종 산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자기부상 열차는 저비용으로 고속화 가능하며 양자컴퓨터, MRI, 군사 레이더 등을 저비용, 소형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AI 기술의 베이스가 되는 반도체, 모터 기술도 지금보다 몇 단계 도약하게 된다. 고가 장비의 핵심 부품이 초전도 자석인데, 상온에서 이용이 가능하다면 국가 경쟁력이 어마어마해진다. 그야말로 기술 종속 탈피를 이루는 지름길이다. 비록 LK-99의 실험에 실패했지만 꾸준히 기사를 탐색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첫째, 청소년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한 언어로 쓰였으며, 역사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이미 일정한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책 속 곳곳에 흩뿌려진 과학적 단서들을 따라가며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 그만큼 독자층이 넓고, 읽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확이 있는 책이다. 특히 국제 정세나 경제 흐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필독서로 삼을 만하다.


#세계사를바꾼12가지물질 #사이토가쓰히로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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