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노아 차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젠가부터 항상 드는 의문이 있었다. 성향은 모던에 가까운데 왜 고전 미술 특히 회화에 항상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문. 이것을 알기 위하여 그동안 예술, 예술사 관련 책들을 열심히 읽었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각국의 역사까지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모두 풀렸다. 해답을 알려준 책 내용과 이를 도출해 낸 과정을 알아보자.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는 들어가며 와 11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각 장마다 한 시간씩 12시간이면 미술 감상을 하기 위한 기본을 갖출 수 있다고.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의 원제는 The 12-Hour Art Expert(12시간 만에 예술 전문가 되기)이다. 책은 예술에 관한 철학적 의미, 미술에서 사용하는 용어, 그림을 읽는 도상학, 각 사조 및 대표적인 작품, 미술 범죄, 첨단 기술과의 접목, 심리학과의 연결, 경제적 가치, 미술사, 그리고 앞으로의 미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1장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것이 예술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설명한다. 첫 문단부터 호기심을 일게 만드는 예시를 들고 있어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훔친다. 당신이 친구와 부서질 것 같은 나무배를 구매하여 수리한 후 733킬로미터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어느 섬까지 항해한다. 이 과정을 모두 동영상으로 제작하였고, 도착 후 배를 해체하여 이것으로 오크 통을 만든다. 여기에 최고급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채운 후 숙성시켜 위스키 733병을 만든다. 이 모든 여정은 영화, 스케치, 책으로 제작된다. 이게 왜 예술로 여겨질까?


이 한 문단을 읽는 순간 이미 당신은 작가가 쳐 놓은 집중의 덫에 단단히 휘말린 것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평소에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읽어야 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끌어온다. 훌륭한가?, 아름다운가?, 흥미로운가? 이쯤 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도 어렵지 않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플라톤의 예술은 모두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동굴의 맞은편 벽에서 춤추는 그림자와 같다는 국가의 한 문단을 가져온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책이지만 작가의 설명과 곁들여지니 시학도, 국가도 예술 관련 이야기는 아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뒤로 넘어가 사조 파트에서도 다시 나오지만 1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고대 벽화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예술은 밥 먹고살 만한 여유 상황에서 접하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호랑이의 밥이 될지 모르고, 다음 시간에 먹을 밥을 찾아 헤매야 하는 고대인들조차 벽에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인간이 생존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영혼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는 여유 있는 삶과 관계가 없다는 말이었다.



미술에 관련된 도서는 대부분 서양인의 우월주의 시각에서 쓰여 있다. 그 유명한 미술 입문서인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마저도. 작가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중국, 나이지리아, 일본 등에서 더 먼저, 현저히 발달한 미술까지 언급하고 있다. 또한 다빈치가 활동하던 시기에 왜 여성 미술가가 없는지에 대한 분석을 비롯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화가를 찾아 언급한다. 심지어 자신을 가르친 스승보다 나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를 보고 누가 흠집을 잡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을 작가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대학에서 예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가르쳐봤기 때문일 것이다.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어지간한 일반인 앞에서 우아하게 예술품을 보며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 이후는 직접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감상하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이제 이야기의 시작에서 잔뜩 궁금하게 만든 고전 회화에 유독 관심이 많은 이유의 답을 살펴보자. 왜 취향도 아닌 작품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도상학 때문이다. 단순히 기법이나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가 숨겨놓은 메시지를 읽어내는 학문이다. 우리는 이를 미술의 언어를 읽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교양서를 읽어도 그 언어는 닿지 않는다.



작가는 이를 3장에서 설명한다. 그림 속 인물, 동물, 과일, 빛과 구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징이다. 다리 밑의 개는 충성심을, 창가의 오렌지는 경제력을 의미한다. 수태고지의 구도는 마리아의 순결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장치다. 도상학은 성인 연구, 알레고리, 감춰진 상징으로 나뉜다. 이를 해독하려면 당시의 시각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작가와 제목 없이도 이미지만으로 성인을 구분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동안 내가 역사나 종교, 생활상을 찾아 헤맨 이유도 결국 도상학을 알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미술 자체보다 그 안의 암호를 궁금해했던 것이다. 고전 회화 속 모든 요소는 반드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고, 이 책은 그 의미를 해독할 열쇠를 제공한다. 이제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상징을 찾고 있을 것이다.


주로 미술 범죄에 관심을 가진다는 노아 차니여서인지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미술품에 생긴 나쁜 일에 대한 파트가 꽤 흥미로웠다. 현대 지성에서 출간한 노아 차니의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의 제목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도슨트처럼 미술관을 걸을 수 있는 베이스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물감의 조합이 아닌 시간의 한순간을 정지시켜 놓은 당시의 작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