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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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글을 잘 쓰지 못해서라기 보다 글 속에 녹아든 특유의 정서가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오해하지 마시길. 여기에 다른 나라도 많이 포함되니까) 이번 책도 제목의 독특함이 아니었다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도서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렴풋하게 아는 철학자는 의료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제목에 버젓하게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런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는지 밀리언셀러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의 스피노자의 진찰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학병원에서 능력이 좋아 교수로 임명을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내과의 마치 데쓰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그의 여동생이 암 투병 중 사망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치매 환자여서 여동생이 낳은 아들 류노스케를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한다. 마치는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초등학생 조카를 키우기는 어려워 과감히 그만두고 한적한 병원으로 이동한다. 이곳에는 그를 포함하여 의사가 총 다섯 명 정도 되는 작은 병원이지만 암 수술까지 할 정도의 실력 있는 인물들이 근무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곳을 찾는 환자들이다. 젊은 사람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며 병 자체도 말기 암, 치매, 뇌경색으로 인한 뇌출혈 등 불치병에 가까운 편이다. 그러니 이 병원에서는 잘 치료하는 것이 아닌 고통을 덜어주고 죽음에 편안하게 이르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마치 데쓰로는 학창 시절부터 의사이면서 책상에 각종 철학서적이 빼곡한 독특한 인물이었다. 이런 그가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이곳으로 온 후 더욱더 자신이 타인에게 행복하게 해 주는 것에 집착한다.



어느 날 이곳에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 병원에서 마치에게 내시경을 배우기 위해 의사가 파견된다. 사람 자체보다 빠르고 정확한 치료에 중점을 두던 곳에 근무하던 그녀는 도무지 마치의 의료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두가 앞을 향해 달려갈 때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자신들과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치가 환자를 가볍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고 깊게 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나쓰카와 소스케의 스피노자의 진찰실은 극적인 클라이맥스도 없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로맨스도 없다. 어떻게 보면 그날이 그날 같은 호수에 가끔 바람이 다녀가는 정도의 흔들림만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동에 휩쓸려 가슴이 뜨거워지지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번 손에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그것을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도 평범하여 등장인물 중 하나를 나로 교체하여도 큰 문제가 없는 일상적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언젠가는 도달할 고령자이며 성격 또한 각양각색이다. 더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인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묵묵하게 집에서 병수발을 드는 아내,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어려운 아버지를 돌보는 마음은 따뜻하지만 말은 거친 아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식도 정맥출혈로 매번 실려오는 가난한 일용직 아저씨는 사회보장제도는 자신 같은 사람이 이용하면 민폐라며 항상 자신이 가진 돈 안에서만 치료를 받고 도망가 버린다.



혈압 160이면 몸 상태가 가장 좋다며 180은 아주 조금 높을 뿐이니 기존의 약에서 더 복용량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매번 의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저씨 등등 모두 어딘가 꽤 고집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환자들이다. 이런 그들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마치 선생이다. 즉, 몸의 치료도 완벽하게 할 수 없는데 그들의 가진 재산과 마음까지 봐가면서 치료에 임해야 한다. 병원 내부 일에 왕진에 이제 중학생이 된 조카까지 키워야 하는 고난도 임무를 가진 의사라고 해야 할까.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거의 마지막에 가서 풀린다. 마치는 여동생의 죽음을 보며 의학의 힘이 굉장히 미미함을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생물이어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이렇게 손을 잡아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풍경은 바꿀 수 있으며 이런 행동이 어둠 속에 갇힌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안심을 준다고. 이것을 그는 '어둠에서 얼어붙는 이웃에게 외투를 걸쳐 주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을 만큼 어려운 스피노자의 철학이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살았는데 이 책으로 인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즉흥성으로 말하자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나이기에 어느 날 생각지 못한 시간에 '에티카'를 손에 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차갑고 냉혹한 세상에 작지만 은은한 온기를 가진 촛불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밀리언셀러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의 스피노자의 진찰실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가끔은 즐거움보다, 성공보다, 묵직한 무게감을 동반한 진지함은 없지만 삶의 방향을 비춰주는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것도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계절이면 더 마음이 더 추워지는 누군가에게 외투를 덮어줄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도서라면. 우리는 매일 행복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치는 보여준다. 행복은 나의 것을 찾을 때보다 남의 것을 구할 때 나에게 다가온다고. 삶을 마감할 때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나길 소망하며 오늘의 서평을 마친다.



#스피노자의진찰실 #나쓰가와소스케 #밀리언셀러작가 #알토북스 #일본소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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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독서 모임 호스트 - 지속 가능한 모임 운영 가이드
동네언니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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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꽤 많은 온라인 북클럽에 참여하였다. 한 달을 단위로 각자 읽고 싶은 도서를 읽는 완벽한 자유를 보장하여 자신이 읽고 싶은 것도 읽고, 타인이 읽은 도서를 간접적으로 느끼는 목적, 벽돌책만 격파하는 목적, 탐독을 하면서 스스로 빠져들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는 목적, 대량의 자료를 교환하며 읽으며 생각을 교류하는 목적으로 모인 미팅까지.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언제나 아쉬움은 남았는데 이번에 마음 연결에서 출간한 동네언니의 어쩌다 독서 모임 호스트를 보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동네언니 작가님은 글을 아끼는 마음으로 책과 사람을 곁에 두며 성장하는 독서 모임 호스트이다. 5개월 만에 60명이 한 번에 모이는 대규모 독서 모임을 이끌고, 1년 만에 약 600명의 게스트와 300시간 이상을 함께 읽었다. 소셜링 플랫폼 ‘문토’의 셀렉티드 호스트. 책을 매개로 북토크와 강연을 기획하며 각종 출판사 및 단체와 협업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게스트들의 말을 들어보면 굉장한 친화력과 밝음, 넘치는 에너지가 트레이드 마크라고 한다.






저자는 사업 규모의 축소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지만 그간 블로그에 독서 기록을 올린 것을 계기로 문토라는 곳에서 독서 모임 호스트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즉, 이 도서는 작가가 아무런 경험도 없이 시작하여 현재는 60명이 모이는 대형 모임 '독서 파인 다이닝'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적은 성장 에세이이다. 소소한 규모를 목적으로 하는 분께는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는 사람 대 사람 간의 관계 등의 팁을 얻을 수 있으며 유료화를 목적으로 하는 분들께는 사업 구상하기에 베이스를 깔 수 있는 내용이다. 







마음 연결 출판사에서 출간한 동네언니 작가의 어쩌다 독서 모임 호스트에서 돋보이는 것은 책 이야기를 하러 만나는 미팅이지만 조금 더 신선하고 색다름을 제공하여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북램핑, 게스트를 칭찬 감옥에 가두기, 유인물을 통한 독후감 쓰기, 원래의 목적에서 파생된 다른 목적의 모임 만들기, 콜라보 형식의 과감한 도전, 드라이브와 책을 연결하는 방법, 상장 도입, 리플릿 제작 등등 자세한 설명이 아니면 선뜻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것들이 꽤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북클럽 호스트가 반드시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굉장히 당연한 사항이기에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가 잘 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은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책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다가 보니 이 또한 나와 저자와의 차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편독이 심하며, 지식 전달에 약하고, 집중력이 약하고 덕후 기질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 경영, 과학 등의 파트가 아닌 인문과 에세이 카테고리를 선정했으며 미팅 시간을 최대 두 시간 반 정도로 제한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지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는 것이다.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지인 S의 의견은 저자가 현재의 저자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읽기는 싫지만 모임은 하고 싶은 사람이라니. 독서계에서 가장 꺼리는 인물일 수도 있는데 이분의 의견을 수용하여 책 읽기가 어려운 초보들을 위해 만들다니 선생님을 했어도 좋을 인물이 아닌가!







처음 오프라인 독서 모임 호스트를 계획하는 분이라면 저자의 등골에 식은땀 줄줄 흘리던 일화에서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렴한 비용에 장소 선정하는 방법, 선정한 장소의 예약 방법, 각 게스트들의 특성에 따른 대처 방법 등등.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면에서 나름대로 배운 바가 있어 에티켓이 디폴트 값이라고 생각했으나 굉장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챕터였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난타전을 만드는 게스트,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게스트,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게스트 등등.







그 외에도 행사를 위한 저자의 사인이나 북토크 등의 협찬 요청, 대규모 서클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 홍보 방법, 더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동호회를 만들기 위한 저자의 콘텐츠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 얻는 방법, 수익을 내는 방법 등 꽤 얇지만 꽤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성향이 달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없었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은 꽤 꼼꼼하게 챙긴 기분이다. 스스로 오프라인 북클럽을 만들고자 하는 분께는 첫걸음을 나아가게 하는 실용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자주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이라면 내년에 큰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그리스·로마 신화 북클럽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사실, 단 권으로 된 책도 있지만 고전으로 알려진 도서는 꽤 다양하고 두꺼워 공부하겠다는 정신으로 읽지 않으면 계획한 것을 모두 읽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 준비가 되어서 읽겠다는 것보다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인데 저자가 말하는 향방과는 꽤 다른 느낌이 되어 진행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에 그녀와 나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호스트로서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도 없으며 더 많이 아는 이가 있다면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부딪쳐 보기로 결심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변신 이야기, 신들의 계보, 메데이아, 아르고호 이야기, 아이네이스, 플루타르고 영웅전, 아가멤논, 오이디푸스 등등의 이야기를 다 읽어본 전문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저자가 말하는 방향으로의 진행은 어렵겠지만 이것이 내 북클럽의 색깔이라고 정했다.







동네언니의 어쩌다 독서 모임 호스트는 북클럽을 기획하는 사람에게 상세한 방법을 설명해 주는 매뉴얼은 아니다. 그녀가 좌충우돌하면서 두 명의 게스트에서 60명의 게스트까지 늘리면서 성장해 온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도서이다. 성장이 모여 성공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사는 그녀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북클럽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신간 #책스타그램 #책 #독서 #책추천 #책리뷰 #독서모임 #독서기록 #서평 #도서 #도서추천 #북클럽 #서울독서모임 #어쩌다독서모임호스트


*** 출판사에서 책을 협찬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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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 -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그림 속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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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에 정여울 작가 추천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관련 서적이 있어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유행하는 나이 시리즈와 비슷한 결이면 중도 포기할 각오로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까지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다산초당에서 출판했으며 임상 심리학자이면서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저술한 윤현희 작가의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이다. 이 제목에서 치유는 상상하는 것과 달리 중의적인 의미를 띠고 있어 공부하는 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책과 마주할 수 있었다.






총 4부로 각 부마다 네 명의 유명한 미술가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각 챕터마다 상당히 많은 그림이 실려 있어 글뿐만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파블로 피카소 등과 생소한 인물인 페더 세베린 크뢰위에르, 베르트 모리조, 그랜마 모지스 등 각 챕터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설명 및 그들의 정신 분석과 더불어 이를 현대인의 생활에 접목하여 기술한 부분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가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인상 깊었던 뭉크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바실리 칸딘스키의 자취를 한번 따라가보도록 하자. 우리에게 뭉크는 절규를 그린 작가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여 그의 배경을 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천사가 따라다녔다고 말할 정도로 생에서 죽음이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그의 나이 5세에 어머니와 13세에 누나를 결핵으로 잃고, 20세에 남동생과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는다. 게다가 여동생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렸다.






그의 아버지는 광신도적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신의 처벌이라는 옷을 입혀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의 유서를 반복적으로 읽게 하였다. 그야말로 신체적 정서적 학대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그는 세 번의 사랑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 연인의 경우는 그의 그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건까지 안겨주었다. 그녀가 뭉크에게 결혼을 요구하였으나 뭉크가 대답을 회피하자 권총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이다. 이를 말리다가 뭉크는 왼손 가운뎃손가락을 잃고 만다.







절규는 단순한 고통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공황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의 환각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대표적인 이 작품 이외에도 여성들의 그림이 있는데 작품 속 여성은 대부분 흡혈귀로 표현되었다고 하니 그가 실패한 사랑에서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 후 생의 마지막 20년간 그린 작품은 한결 편안해졌으며 태양이라는 작품은 초기의 절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희망적이다. 자신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정면으로 승부 한 그의 모습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경우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인생이 굉장히 잘 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하는 일마다 이렇게 막힐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좌절을 겪을만한 일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접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의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이런 그가 모네의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라 시험적으로 그린 건초더미 연작을 보고 끌려 과감하게 교수직을 사직하고 미술학교에 다시 진학한다. 이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적극적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어느 날 오후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선 그는 한쪽 벽에 세워진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막상 확인해 보니 자신의 그림이 거꾸로 뒤집혀 있었던 것. 이것에 오후의 햇살이 반사되어 스스로 그린 그림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다르게 보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형태의 외형을 버리고 선과 색채가 조화와 충돌을 이루는 추상화에 빠지게 된다. 한참 활동을 하던 중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러시아로 귀국한다. 







러시아에서 미술 아카데미 교수직을 제안받지만 그의 화풍은 공산당의 정치적 지향과는 양립하기 어려웠고 권력 다툼에서도 불리해져 다시 독일로 건너온다. 독일에서 갓 설립된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일하지만 이 학교마저 나치당에 의해 폐교당하고 만다. 한 번도 되기 힘들다는 교수를 몇 번이나 되지만 자의와 타의로 인해 모두 그만둬야 하는 운명이라니. 칸딘스키는 공감각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 중 유명한 것은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 여럿 있다. 







이 책의 제목의 치유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의미는 각 화가들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전반을 둘러보며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우뚝 서는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의 치유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각각의 인물을 세세하게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깊게 관찰하며 수 세기가 지난 작품과 감정적 교류를 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치유이다. 게다가 덤으로 그들의 스승이나 교우 관계에서 언급된 인물 이외에도 시야의 폭을 넓히며 스스로의 자취를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앞서 상세히 소개한 인물 이외에도 76세의 나이로 그림을 시작한 그랜마 모지스, 사랑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자신부터 치유한 헤르만 헤세, 세상이 모두 예스라고 할 때 노를 외치며 자신의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가 결국은 인정을 받은 앙리 루소, 언제나 자연에서 여유를 찾은 구스타프 클림트, 다시 눈앞에 나타난다면 사느라고 고생했다며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서 대견하다며 안아주고 싶은 에곤 실레,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그와의 연애를 말리고 싶은 파블로 피카소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던져주고 있었다.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윤현희 작가의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은 사실 제목과 달리 꼭 마흔이 아니더라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홀로 무인도에 버려진 느낌을 받을 때, 스스로의 생각 안에 갇혀 고통을 느낄 때,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려왔는데 막상 달려와서 보니 나의 알맹이가 온데간데없다고 느껴져 공허할 때,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하여 불안할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 책에서 콕 집어서 마흔이라고 한 이유는 나만 아는 비밀로 할 생각이다. 







#마흔을위한치유의미술관 #윤현희 #다산초당 #삶이우울할때추천 #삶이불안할때추천 #나를잃어버린것같은날추천 #스스로자신의마음을괴롭게할때추천 #도전이두려울때추천 #자신의신념이흔들릴때추천 #인문 #교양심리 #정여울추천 #김병관추천 #책발전소김소영추천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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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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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보며 어르신들의 글이 세상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용히 말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는 그들을 약자로, 은퇴자로 치부하지만 나에게 그들의 말에서 개인적 언어를 걷어내면 시간이 덕지덕지 묻은 지혜가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이라는 부재를 달고 출간된 김욱 작가의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올해 세월의 지혜를 가득 담은 여든여덟 살이다. 그는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집에서 가장 많은 것을 누리며 서울대를 진학하여 내로라하는 언론사에서 일한 사람이다. 세상의 눈치를 보며 닫힌 마음으로 사느라 쉰 살에 아들을 보았으며 이 늦둥이 아들을 위하여 그리고 세상을 향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제주도 백화점 사업에 투자하였고, IMF로 인하여 사업은 중단되고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갔다. 







살 집이 없어 타인의 묘지기로 생활 공간을 마련한 그는 먹고살기 위하여 번역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나이 스무 살에 꿈꿔온 소설가로서의 꿈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공모전 1차에 합격해 2차를 앞둔 상황에서 6·25가 터져 소중한 꿈을 접어야 했던 때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성향상 소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시작한 것이 쇼펜하우어에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철학을 평생 연구하지 않은 그에게 세상은 냉혹하기만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으며 왜 자신의 글을 채택해 줄 수 없는지 자존심을 굽히고 물어보게 된다. 그 결과 작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서른 곳이 넘는 출판사를 전전하면 얻어낸 답변에 보는 눈이 없다며 화를 내기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한 그는 기어이 꿈을 이루고야 만다.







그는 더불어 사는 삶, 자식과 부모, 부부 관계, 삶의 도전을 향하는 자세, 주체적인 삶, 인생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 현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년의 냉소·허무주의를 대하는 자세, 제대로 죽는 것 등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진솔하게 그려냈다. 곧 아흔이 되는 분이 이 땅에 태어난 청년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에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사실 읽으면서 너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소개를 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겠다.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그의 글을 나 혼자만 알고 나 혼자만 삶에 적용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는 말한다. 나누어야 하며 공생해야 한다고. 그래서 슬그머니 쳐든 이기심을 꾹꾹 눌러서 발로 밟고 몇 가지 소개하며 느낀 점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펭귄 이야기이다. 저자는 조류인 주제에 단순히 날개만 잃은 것이 아니라 하늘임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펭귄이 가장 싫은 동물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펭귄이 선택한 바다가 그들의 하늘일 수도, 그들의 날갯짓은 헤엄으로 바뀐 것이며 어쩌면 바다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하늘인 바다로 날아오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히려 그들의 하늘을 자신만의 편견으로 한정 지은 것에 미안해하였다.







사람도 모두의 하늘이 나의 하늘은 아니라고 한다. 저자와 같은 글 쓰는 사람에게는 하얀 종이 위가 하늘이며, 만년필이 날개이며 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자신의 날갯짓이라고 고백한다. 그간의 내가 걸어온 세월의 흔적을 돌아보며 기어이 눈물이 흘렀다. 좋은 대학이, 대기업이, 부가 하늘이라는 세상의 언어에 그런 줄만 알고 그것만이 날아갈 공간으로만 알고 지낸 시간이 아까워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라도 깔끔하게 수긍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두 번째는 타동사에 관한 저자의 고백이다. 타동사는 문장의 주어를 구현시켜주지 않는다. 나는 돈을 번다에서 번다라는 타동사는 행위의 주체인 나는 완벽하게 밀어내고 행위의 목적이 되는 대상만을 끌고 가는 정체성을 가진다고 한다. 목적은 스스로를 분열시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은 축소되고 개성은 사장된다고. 돌이켜 보면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지 못했으나 결국은 나의 인생도 자동사가 아닌 타동사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되며 꽤 입안이 썼다.







끝으로 톨스토이의 끝을 보며 저자는 닮고 싶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의 마지막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다룬 적이 있어 더 공감이 갔다. 그의 말년은 죄책감과 재산에 미친 가족들의 감시 속에서 살았다. 그 결과 어느 날 몰래 주치의만 데리고 가출을 한 후 얻은 폐렴으로 모 기차역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자기 타살이라고 명명한다. 요양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사신의 손짓만 기다리는 끝과 자기 타살 사이에 많은 상념에 잡히게 한 에피소드였다.







김욱 작가의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는 생각보다 독특한 책이었다. 일생 전체를 두고 기술하고 있어 독자의 현재 처해진 상황에 따라 큰 파도로 다가오는 부분이 꽤 다르기 때문이다. 자식으로 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 실패의 쓴맛에 내일의 태양이 싫은 사람, 행복하지도 않은 현재이지만 미래의 불안으로 인해 다음 장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 부부간의 문제로 가슴에 돌이 얹힌 것 같은 사람 등등 누가 읽어도 작은 실마리 하나는 반드시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이닫히면어딘가창문은열린다

#김욱

#한국에세이

#서교책방

#인생의지침서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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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미술관 - 문학과 역사가 깃든 독일 미술 산책
류신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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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을 자주 접하면서 미술과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전혀 다른 카테고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한창 읽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내용이 포괄적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독일에 국한되어 디깅한 류신 작가의 사색의 미술관 출간 소식에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옆 동네인 줄 알고 처음에 잠깐 망설였는데 너무 매혹적인 내용이어서 찾아보니 한국인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신성로마제국이 생긴 962년부터 1987년까지이며 사조로는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아방가르드까지이다. 각 챕터마다 각각의 역사적 배경과 사조, 그에 따른 화가와 특징을 비롯하여 그 화가의 작품 해설이 주를 이룬다. 이때 작품 해설을 읽다가 보면 큐레이터를 옆에 두고 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꽤 다양하게 설명한다. 작품 자체의 스토리, 작가 개인사에 비춘 해석, 시대적 상황에 맞춘 해석, 작품 속 요소 하나하나의 의미 및 비슷한 작품과의 비교까지 다루고 있어 '사색'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모든 작가는 모두 독일인이며 모두 읽고 나면 독일의 역사 및 미술사까지 얼개를 맞출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이름들이 많이 나오며 그 이름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림을 보면 어디선가 한 번씩은 본 작품이기에 퍼즐 맞추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소개해 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여백과 저작권의 문제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소개한다. 




가장 먼저 색연필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인 알브레히트 뒤러이다. 그의 이름은 파버카스텔의 수채색연필의 명칭이기도 하다. 그는 독일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며 목판화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참된 수사학의 거울 속 삽화인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풍자 문학의 걸작 바보배의 미루기를 좋아하는 바보 등이 있다. 미루기를 좋아하는 바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데 바로 타로카드 0번 The Fool 카드의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대사들로 유명한 독일의 라파엘로 한스 홀바인이다. 아버지, 형, 삼촌, 고모부까지 모두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 집안이다. 그는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가 그린 초상화로는 우신예찬의 저자 에라스무스, 헨리 8세의 사랑놀이에 형장의 이슬이 된 토마스 모어, 독일 상인 게오르크 기제, 헨리 8세, 유클리드 기하학을 강의한 니콜라우스 크라처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게 사람만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오브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구본, 해 시계, 천체의 고도 측정을 위한 반원형 사분면 등은 중세의 신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의 도래를 알려주고 있다. 한스 홀바인의 경우 새롭게 시도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바로 그림 속 가상 현실로 들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나 화가가 자신의 가족을 화폭에 담은 최초의 예술가 가족화를 그린 점 등이 있다. 사실 그는 가족에게는 그다지 좋은 가장은 아니었다. 예술가로서의 부와 명예를 위하여 항상 타국으로 떠돌았으며 결국은 영국에서 흑사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는 마인드를 가진 요제프 보이스이다. 처음 들어보는 예술가인데 독일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풍경화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와 돌'의 조합을 가장 창조적이며 파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적인 인물이기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가 '역경의 동지'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는 조각, 오브제, 설치·행위미술 등 전방위로 활약한 아방가르드 예술가이다. 이런 그의 생각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차 세계대전이었다.




'7천 그루의 참나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는 카셀 시 곳곳에 7천 그루의 참나무를 심어 도심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생태적 행위예술이다. 첫 그루를 보이스가 싶었으며 하나의 나무를 심고 현무암으로 옆에 이정표를 세우면 한 작품인 셈이다. 이때 참나무는 과거의 상처를 청산한 독일의 재생과 부활,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며 현무암은 나치, 히틀러, 2차 세게 대전, 유대인 학살 등 자국의 불편한 과거를 상징한다. 결과적으로 도시 하나가 거대한 전시관이 되었으며 시내에 사는 모든 이가 예술가가 된 셈이다.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언제나 갑갑했던 부분은 각 국가별 상징성을 알 수 없어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가령 참나무의 경우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견디고 생존한 독일인 특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 이유는 아리안족이 참나무를 신이 선택한 성스러운 나무로 숭배하였기에 그들에게 영혼의 부활과 갱생의 상징으로 각인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그림마다 시대는 달라도 참나무가 그려진 작품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의 양가성에 관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초록색은 보통 편안한 컬러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기쁨과 환희의 색이며 중세 시대에는 사랑의 출발을, 초록빛 포도 덩굴은 신의 은총과 사랑의 기쁨을 암시한다는 설명을 읽고 나서 그림을 보니 단순한 한 폭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형태로 쓴 한 장의 편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초록색도 쓰기에 따라 슬픔과 우울을 나타낼 수도 있음을 각각의 작품으로 비교한 작가의 센스에 매우 감사했다.




류신 작가의 문학과 역사가 깃든 독일 미술 산책 사색의 미술관은 딱딱한 작품 설명이 아닌 사람을 위주로 된 한 국가의 국민성과 그들이 세월에 수긍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깊게 이해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책 한 권으로 독일의 각종 예술 사조, 문학, 신화, 역사, 국민의 정서까지 살필 수 있는 교양서적이기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시야를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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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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