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 -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그림 속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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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에 정여울 작가 추천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관련 서적이 있어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유행하는 나이 시리즈와 비슷한 결이면 중도 포기할 각오로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까지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다산초당에서 출판했으며 임상 심리학자이면서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저술한 윤현희 작가의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이다. 이 제목에서 치유는 상상하는 것과 달리 중의적인 의미를 띠고 있어 공부하는 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책과 마주할 수 있었다.






총 4부로 각 부마다 네 명의 유명한 미술가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각 챕터마다 상당히 많은 그림이 실려 있어 글뿐만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파블로 피카소 등과 생소한 인물인 페더 세베린 크뢰위에르, 베르트 모리조, 그랜마 모지스 등 각 챕터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설명 및 그들의 정신 분석과 더불어 이를 현대인의 생활에 접목하여 기술한 부분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가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인상 깊었던 뭉크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바실리 칸딘스키의 자취를 한번 따라가보도록 하자. 우리에게 뭉크는 절규를 그린 작가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여 그의 배경을 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천사가 따라다녔다고 말할 정도로 생에서 죽음이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그의 나이 5세에 어머니와 13세에 누나를 결핵으로 잃고, 20세에 남동생과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는다. 게다가 여동생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렸다.






그의 아버지는 광신도적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신의 처벌이라는 옷을 입혀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의 유서를 반복적으로 읽게 하였다. 그야말로 신체적 정서적 학대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그는 세 번의 사랑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 연인의 경우는 그의 그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건까지 안겨주었다. 그녀가 뭉크에게 결혼을 요구하였으나 뭉크가 대답을 회피하자 권총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이다. 이를 말리다가 뭉크는 왼손 가운뎃손가락을 잃고 만다.







절규는 단순한 고통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공황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의 환각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대표적인 이 작품 이외에도 여성들의 그림이 있는데 작품 속 여성은 대부분 흡혈귀로 표현되었다고 하니 그가 실패한 사랑에서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 후 생의 마지막 20년간 그린 작품은 한결 편안해졌으며 태양이라는 작품은 초기의 절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희망적이다. 자신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정면으로 승부 한 그의 모습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경우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인생이 굉장히 잘 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하는 일마다 이렇게 막힐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좌절을 겪을만한 일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접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의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이런 그가 모네의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라 시험적으로 그린 건초더미 연작을 보고 끌려 과감하게 교수직을 사직하고 미술학교에 다시 진학한다. 이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적극적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어느 날 오후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선 그는 한쪽 벽에 세워진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막상 확인해 보니 자신의 그림이 거꾸로 뒤집혀 있었던 것. 이것에 오후의 햇살이 반사되어 스스로 그린 그림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다르게 보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형태의 외형을 버리고 선과 색채가 조화와 충돌을 이루는 추상화에 빠지게 된다. 한참 활동을 하던 중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러시아로 귀국한다. 







러시아에서 미술 아카데미 교수직을 제안받지만 그의 화풍은 공산당의 정치적 지향과는 양립하기 어려웠고 권력 다툼에서도 불리해져 다시 독일로 건너온다. 독일에서 갓 설립된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일하지만 이 학교마저 나치당에 의해 폐교당하고 만다. 한 번도 되기 힘들다는 교수를 몇 번이나 되지만 자의와 타의로 인해 모두 그만둬야 하는 운명이라니. 칸딘스키는 공감각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 중 유명한 것은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 여럿 있다. 







이 책의 제목의 치유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의미는 각 화가들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전반을 둘러보며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우뚝 서는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의 치유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각각의 인물을 세세하게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깊게 관찰하며 수 세기가 지난 작품과 감정적 교류를 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치유이다. 게다가 덤으로 그들의 스승이나 교우 관계에서 언급된 인물 이외에도 시야의 폭을 넓히며 스스로의 자취를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앞서 상세히 소개한 인물 이외에도 76세의 나이로 그림을 시작한 그랜마 모지스, 사랑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자신부터 치유한 헤르만 헤세, 세상이 모두 예스라고 할 때 노를 외치며 자신의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가 결국은 인정을 받은 앙리 루소, 언제나 자연에서 여유를 찾은 구스타프 클림트, 다시 눈앞에 나타난다면 사느라고 고생했다며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서 대견하다며 안아주고 싶은 에곤 실레,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그와의 연애를 말리고 싶은 파블로 피카소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던져주고 있었다.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윤현희 작가의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은 사실 제목과 달리 꼭 마흔이 아니더라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홀로 무인도에 버려진 느낌을 받을 때, 스스로의 생각 안에 갇혀 고통을 느낄 때,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려왔는데 막상 달려와서 보니 나의 알맹이가 온데간데없다고 느껴져 공허할 때,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하여 불안할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 책에서 콕 집어서 마흔이라고 한 이유는 나만 아는 비밀로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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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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