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2
제러미 블랙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성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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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독특한 이유이다. 나에게 역사란 단순히 발자취의 기록이 아니라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며 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기 위한 창이다. 그래서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를 읽을 때 그동안 읽었던 문학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사건과 경제적 맥락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읽었다. 따라서 후기도 이러한 관점으로 몇 가지 사건을 끌어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에서 기원전 52년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게르고비아에서 갈리아인들에게 패배했다. 이 전투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서 로마와 갈리아 문화의 충돌을 의미한다. 게르고비아 전투의 경우 후대에 패배한 승리라는 이름으로 당시 장군이었던 베르생제토릭스의 동상이 알레시아 유적지에 우뚝 솟아 있다. 카이사르는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알레시아 전투에서 승리하여 갈리아를 정복하고 현대 도시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른 문학 작품으로는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알레프의 첫 이야기인 불사의 자와 몇 달 전 읽은 로이스 로리의 최초의 아이였다. 물론 불사의 자 배경은 이 시기로부터 1세기쯤 뒤의 이야기이지만 로마 병사가 전투에서 지쳐 영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이 시기의 전투 상황을 연상케했다. 최초의 아이의 배경은 카이사르가 점령하지 못한 라인강 동쪽 게르만족의 이야기여서 자연스레 떠올랐다.



경제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로마가 갈리아를 정복한 것은 유럽 경제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한다. 갈리아의 농업과 광산 자원은 로마의 경제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였고 이를 통하여 로마는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말을 만든 로마의 도로망과 행정 체계가 갈리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프랑스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라인강을 넘어온 바바리아인의 막기 위하여 프랑크 인과 맺은 협정으로 인하여 고대 프랑스의 기틀 마련을 하게 되었다.


중세로 넘어가 프랑크 왕국 최초의 메로빙거 왕조로 넘어가고 이후 카롤루스 왕조를 세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샤를마뉴(카를)가 나온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에는 기사도 정신이 형성되던 중요한 시기였다. 로마인들의 황제라는 배역에 충실한 나머지 프랑스 역사에서는 진정한 프랑스의 통치자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유럽을 통합하고 기독교 세계를 보호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를 확립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사도는 허상이라는 것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문학작품으로는 중세 프랑스 무훈 서사시인 롤랑의 노래와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있다. 이 작품들의 배경은 샤를 마뉴가 사라센(이슬람)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롤랑의 노래는 샤를 마뉴의 전설적인 기사 롤랑과 그의 영웅적 죽음을 노래하였으며 이때 기사도 정신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넘어오면 형식만 남기고 본질이 사라진 기사를 풍자하며 육체 없이 갑옷만 존재하는 아질 울포를 통하여 기사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경제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샤를마뉴의 통치는 유럽의 상업과 행정을 중앙집권화하여 강력한 왕권을 형성하여 경제적 안정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봉건제의 확립과 기사 계급의 형성 및 기사도 강조로 인하여 오히려 장기적으로 중세 경제의 경직성을 초래하였다. 이때의 경제적 경직성은 이후 르네상스와 근대화 과정에서 프랑스의 경제적 변화에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세계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일반적으로 혁명의 원인을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으로 요약하지만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혁명은 철저히 재정 위기와 계급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루이 16세의 재정 파탄과 귀족과 성직자들의 면세 특권은 불만을 키웠고, 부르주아 계급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혁명이 폭발했다. 당시 사회의 어지러움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에서 왕이 단두대에 매달리는 순간 센 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문학적으로 볼 때, 프랑스 혁명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경이다. 나의 인생 작품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의 양면성과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찰스 다이네와 그의 연인 루시를 위하여 다이네의 변호사인 시드니 카턴이 대신 단두대에서 세상에 별다른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몇십 년이 흐른 지금도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혁명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이었다. 혁명 후 프랑스는 대대적인 토지 개혁을 통해 봉건제의 흔적을 없애고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특히, 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등장하며 도입한 나폴레옹 법전은 상업과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혁명은 단순한 왕의 몰락이 아니라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였던 것이다. 물론 이후 1832년 나폴레옹 몰락 후 또 다른 혁명으로 나타나지만. 이 두 번째 6월 혁명의 배경이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문학과 경제, 정치가 얽힌 거대한 이야기이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공부하면서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넘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나는 역사 속에서 문학과 경제를 읽어내고 그것을 또 다른 작품에 접목시키고 작품과 작품끼리 연결시키는 순간이 올 때까지, 경제적 현상을 지정학적으로 자연스레 풀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 볼 생각이다. 



#세상에서가장짧은프랑스사 #제러미블랙 #진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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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지친 뇌를 구하는 감정 사용법 - 당신의 뇌가 행복을 선택하는 7가지 방법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지음, 한윤진 옮김, 김대수 감수 / 나무사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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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감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감정 사용법이라는 단어에 꽂혀 선택한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생각에 지친 뇌를 구하는 감정 사용법을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뇌과학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여 많이 긴장하고 읽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암기에는 젬병이어서 생물학과 별로 친하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학창 시절 수학, 물리, 화학을 좋아했다. 여하튼 이 책은 독특하게 생물학적 용어를 최소화하여 전문적인 서적이라기보다 어느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쓰여 처음과 달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일단 계속 강조되고 있는 림비의 존재부터 알아보자. 우리의 뇌는 신체의 기초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 감정과 관련된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대뇌변연계, 이성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나뉜다.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생각에 지친 뇌를 구하는 감정 사용법에서는 주로 대뇌피질의 90%는 구성하는 신피질의 일과 이 책의 슈퍼스타인 대뇌변연계를 다룬다. 림비는 대뇌변연계를 캐리커처로 그린 캐릭터를 말한다. 이렇게 어려운 말을 배제하고 캐릭터로 대체하면서 독자에게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간다.



이 대뇌변연계에는 해마, 편도체, 후각망울, 띠이랑, 유두체, 시상, 안와전두피질 등이 있다고 친절하게 관련 지식이라고 설명하는데 몰라도 책을 이해하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전문적인 지식에 관한 부분도 깨알같이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림비에 관하여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감정과 기분이다. 우리는 이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데 감정은 림비가 담당하고 기분은 대뇌피질에서 담당하기에 꼭 구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 몸에는 시간을 위한 센서가 없다는 것과 개개인의 생물학적 시계는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림비의 박자라고 하며 이를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즉, 새벽 기상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 아니며 어떤 이들에게는 건강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는 것. 과거에 새벽 기상을 하며 몸이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꾸준히 하면 적응이 될 줄 알고 6개월을 이어갔지만 결국은 몸이 아파 몇 달을 버렸던 이유가 이것이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돈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림비는 돈에 대해서만큼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도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케터들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머리에 있는 림비는 물건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산다. 충동구매, 기분이 좋아지는 구매, 예쁘니까 구매, 싸니까 구매 등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매 소제목마다 누군가 CCTV로 나를 관찰하고서 그것을 글로 적은 것 같아 심장이 뜨끔거렸다. 그렇다고 이런 소비가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떤 소비는 집중력을 높이거나 행복을 느끼는데 필수적이라고도 하니 이것을 잘 구분하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은 미래 준비를 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한다. 이 파트 마지막에는 부자의 뇌와 일반인의 뇌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뇌과학이 알려주는 성공의 새로운 정의까지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7장 행복에 관련된 파트이다. 이 챕터에서는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뇌가 즐거워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이론을 가지고 온다. 그중 하나는 현재 직장에서 만족하지 못할 경우 바로 이직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요즘 이직률은 과거에 비교하여 매우 높은 편이다.  직장에서의 급여, 인간관계, 업무 등이 맞지 않을 경우 바로 떠올리는 이직이기에 더 눈에 들어왔다.



또한 셀리그만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 24가지 분류에 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우리의 장단점을 깨달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셀리그만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은 평균적으로 3-7가지의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그는 좋은 인생의 공식을 각자가 지닌 강점을 더 강화하고 삶의 최대한 많은 영역에서 최대한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고. 



며칠 전에 읽은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포스팅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가 떠올리는 기억엔 특별한 이벤트보다 일상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하여 기억 사용법을 이야기한다. 바로 림비의 첫 기억을 떠올리라는 것이며 그에 따른 유의사항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이 책에서도 행복한 기억이라고 작가가 떠올린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우 평범한 가족 간의 일상생활이었다. 아직 이 책을 접하기 전이더라도 이것은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한다. 기분이 정말로 행복해지는지.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별책 부록을 펼치면 된다. 바로 100일 동안 쓸 수 있는 림비 감정 일기인데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생각에 지친 뇌를 구하는 감정 사용법 워크북이라고 보면 된다. 그냥 쓰라고 하면 어려워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미 인지했는지 매일 다섯 가지를 적을 수 있도록 미리 질문지가 만들어져 있다. 오늘의 감정, 그런 감정이 든 이유,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었던 감정, 가장 행복하고 감사했던 기억, 림비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와 캐릭터 그리기.



림비 그리기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데 앞부분에 캐릭터 그리는 연습장과 뒤쪽에 여러 종류의 림비를 예시로 그려 놓았다. 게다가 워크북 마지막에는 림비 감정 스티커가 있어 단순히 쓰기에 그치지 않고, 색칠하고 붙이는 힐링의 시간까지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앞부분에 수록된 감정 사전이었다. 도무지 나의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세세하게 구분해 놓은 감정 사전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생각에 지친 뇌를 구하는 감정 사용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 정리가 잘 안되는 사람을 위하여 서술한 부분은 포스트잇에다 메모하여 여기저기에 붙여 놓았다. 공유하고 싶지만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비밀로 하겠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고 어지간하면 손대지 않는 나이지만 얼떨결에 읽게 되어 완독까지 한 책이다. 그러니 환경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인가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생각에지친뇌를구하는감정사용법 #베르너티키퀴스텐마허 #나무사이 #독일아마존자기계발1위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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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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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앞부분에서 던진 떡밥을 뒤에서 완벽하게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창 실망하던 시기에 만났던 작품이었다.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앞부분의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섞인 모습을 보며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이후 그의 작품이라고 하면 큰 의심 없이 보게 되었다. 오늘 읽은 찰스 디킨스 외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단편 모음집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도 만족스럽게 읽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여덟 편의 단편 영미 고전이 실려 있다. 독서력이 짧은 1人으로서 찰스 디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작가들이었다. 그리고 처방전, 복용이라는 단어로 묶여 있어 의학에 관련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의학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신기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에서 실제적인 단어는 메리골드밖에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 전체를 다 살펴보기는 어려우니 첫 작품부터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가장 첫 작품이며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이야기가 실린 지금 당장 복용할 것부터 살펴보자. 이 책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인공 메리골드가 닥터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어린 시절 의사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얻게 된 것이다. 그는 마차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장사꾼이다. 집도 없으며 마차에 아내와 딸아이까지 셋이서 함께 산다. 그러나 아내는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가학행위를 하며 딸은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어느 날 딸이 죽음으로써 이들에게 불행이 찾아오고 아내도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다. 이후 메리골드는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의 앞에 가정 폭력으로 학대를 당하는 청각 장애인 소녀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녀를 수양딸로 맞이하면서 자신의 죽은 딸의 이름을 붙여준다. 지극 정성으로 가르치고 키우다 보니 점차 그는 외로움과 우울증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소를 찾게 된다. 소피가 크면서 농아 학교에 보내 최고의 교육을 받게 만든다.



소피가 돌아올 때에 맞춰 메리골드는 그녀만의 책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직접 글을 쓰고 멋진 표지도 직접 만든다. 이후 그는 이 책을 매우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목과 그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을 복용하라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게 된다. 사실 나의 해석이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읽은 느낌을 그대로 적어보겠다. 혹시나 다른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이다.


외로움과 우울증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메리골드에게 닥터 메리골드가 내린 처방전은 소피이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책과 소피는 동일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비틀면 이는 언제나 품 안에 끼고 살던 소피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내놓고 돈이 아닌 실제로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에게 시집보내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행각했다. 이 또한 소피를 위한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다.


다음으로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 소금 한 알과 함께 복용할 것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을 모르면 제목과 내용을 연결 짓기가 매우 힘들다. 바로 영미권에서는 Take with a grain of salt라는 말을 직역하면 소금 한 꼬집과 함께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100% 신뢰하지 말고 의심하는 태도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항상 의심하라는 관용어 구로 사용되며 이 의미를 알고 책을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된다.


줄거리는 매우 똑똑한 사람인 주인공이 배심원에 선출되어 활동하는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경우 매우 과학적인 이야기만 나오기 마련인데 살해당한 피해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 사건을 알려주고, 배심원의 꿈속에 들어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범죄자는 꿈속에서 주인공이 나타나 자신의 목에 밧줄을 걸어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미리 알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재판 과정이며 작가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신비스러운 경험을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한 작품만 더 살펴보자면 헤스바 스트레튼의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 유니스는 외지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집은 파산 상태에 이르렀고 아버지는 그것으로 인하여 감옥에 가게 생겼다. 작은 언니는 나이 많은 사람과 약혼 중이며 큰 언니도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중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닥친 빚을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때 유니스는 외삼촌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그냥 집으로 온다.


이때 작은 언니와 약혼한 모어라는 사람이 갑자기 신이 유니스와 결혼하는 환상을 보여주었다며 유니스와 결혼하게 된다면 아버지를 빼주기로 약속한다. 집으로 돌아온 유니스는 세 장의 종이에 모어 씨와 결혼, 수녀원, 빈 종이를 놓고 제비뽑기를 하는데 모어 씨와의 결혼을 뽑게 된다. 이 또한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 그녀는 마음이 무너짐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따르기로 결심한다. 이때 삼촌 밑에 있던 사람이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삼촌 집으로 간다.


삼촌 집에 가니 모어 씨와 아버지가 있었고 삼촌의 협박에 모어 씨는 자신의 환상이 거짓이라고 고백하고 그대로 가버린다. 둘째 언니는 세상에 환멸을 느꼈는지 수녀가 되는 삶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복용할 것의 의미는 신의 목소리인 환상과 제비뽑기이다. 이는 인간의 의지가 사라진 강제적 운명이자 증거 없는 일방적 주장과 운명에 대한 체념을 의미한다. 그래서 제목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이다.


찰스 디킨스 외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영미 고전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에서 복용할 것은 실질적인 약이 아니라 꽤 다양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랑, 탐욕, 무책임한 처방, 미신, 심판, 의심 등이 있다. 그래서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의 지혜를 스토리 형식으로 제공하는 철학적인 요소를 가득 품고 있다. 찰스 디킨스가 편집한 크리스마스 특별 판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닥터메리골드의처방전 #찰스디킨스 #B612북스 #영미고전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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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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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 삶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으며 산 만큼 더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지만 점차 주변에서 전하는 삶의 끝을 알리는 소식에 나의 끝도 생각해 보게 된다. 게다가 작년부터 읽었던 책들 중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욘 포세의 샤이닝,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을 읽으며 과연 나의 죽음은 어떨까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들의 작품을 잇는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를 소개하며 죽음과 남은 삶의 향방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의 주인공 닐스 비크는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섬과 섬 사이 사람들을 옮겨주는 페리 호를 운행하는 노인이다. 그녀에게는 뇌졸중으로 죽은 아내 마르타와 두 딸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난 그는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준비를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자신의 배를 몰고 바다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평생 동안 배로 옮겨준 사람과 동물 중 죽은 자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



미친 경찰에게서 간신히 구해 자신이 키운 강아지 루나, 처음으로 탑승료를 지불한 승객,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보호하기 위하여 닐스가 나섰지만 결국은 자동차 사고로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된 꼬마, 처음으로 손님을 태우고 자연의 거대함에 잔뜩 긴장한 채 승객의 안전에 책임감을 처음 느낀 날, 가장 자랑하고 싶은 손님,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이별, 그간 자신이 실어 나른 결혼한 부부들, 자신이 이어준 늦깎이 노총각, 심지어 자신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한 도지사의 아내까지 모두 회상하고 만나게 된다.



게 중에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자도 있었으며 닐스의 손으로 직접 장례를 치른 자도 있었다. 특히 택시 운전수이면서 알코올 중독자였던 동생의 마지막은 독자에게 꽤 심란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자신의 두 딸과 보낸 시간들 중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마지막 하루라는 말에 단단한 마음을 잡고 읽던 독자에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 아빠의 왼쪽 귀에 물을 부으면 오른쪽 귀로 나오는지 궁금하여 직접 아빠에게 물을 붓는 실험을 하는 딸이라니!



이렇게 그는 그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한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미국인을 만난 부분인데 이미 죽은 사람임에도 화를 내는 닐스를 보며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의 갈등의 시간을 그린 부분, 목사 및 관료들의 배척을 받아 생계가 위험한 순간을 말하는 부분은 여느 사람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분명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페리 호를 운행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이지만 어느 순간 실제로 배가 운행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승객 중 살아 있는 자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여행은 실제 물리적 이동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영혼이 넘나드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욘 포세의 샤이닝에서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이동하는 중간 과정 같달까?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가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이 부분에서 한참 동안 눈이 머물렀다. 과연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마지막 날 당신이 가장 잘 기억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나 스스로의 일을 돌아보았다. 어떤 일을 성취했던 날, 큰 시험에 합격한 날, 가고 싶던 회사에 입사한 날, 어떤 목표에 도달한 날 등등. 그러나 이후로 책장을 넘기면서 조금은 충격을 먹었다.



그 이유는 닐스가 삶을 되돌려 끄집어 낸 기억의 파편들은 모조리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그리고 어느 누구도 특별한 날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평범한 일상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옆을 볼 시간도 없이 앞으로 달리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언제나 바라보던 앞이 아닌 주변에 언제나 널리고 널려있는 옆이라고 그는 말하는데.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성향이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그 이상은 더 원하지 않는 사람. 과거에 이런 사람은 발전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이 행복을 자신의 옆에 묶어 둘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닐스를 보면 결코 발전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가 언제나 줄기차게 찾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하자면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이미 곁에 있는 것.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나오는 말이 기억이다. 요즘 기억 이식이니 최면에 의한 기억 조작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이 부분도 꽤 눈길을 끌었다. 작중에서 몸은 단순히 시간이 머물다 떠나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면서 결국 나를 나이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기억이라는 말이 된다. 이런 기억을 외부에서 마음대로 심을 수 있고 조작할 수 있다면 과연 그때엔 나라는 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를 보면 삶의 시작과 끝은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는 동안 최첨단의 과학의 시대를 거치더라도. 요즘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수동적으로 맞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꽤 긴 시간 이 책을 읽었다. 생명체이기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죽음. 그렇기에 열정적으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닐스비크의마지막하루 #프로데그뤼텐 #북유럽소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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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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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미술과 법률의 융합한 시각으로 이 둘의 교차점을 연구하여 쓴 책으로 예술 작품에 내재된 법적, 사회적 문제를 기술하고 있다. 첫 작품으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처럼 유명한 작품부터 현대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이나 환경 문제까지 다룬다. 기존의 작품 해설이나 역사적 관점을 가미하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 사소해 보이는 요소를 캐치하여 법적으로는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서술한다. 작품 속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등도 다루고 있어 우리의 삶 전반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첫 번째로는 첫 이야기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이 그림에서 나온 작품이 장편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가 있다. 심지어 이것이 영화화되기도 할 정도로 그림도 소설도 영화도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보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주. 저자는 진주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 규정을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에서 진주를 구매하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스위스 비영리단체인 세계 주얼리 연맹에서는 진주에 관한 사항을 정리한 책자 블루북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연 진주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진주의 순도, 품질, 보증 기간 등에 관한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 기술표준원의 국가 표준에는 보석을 귀금속 및 그 가공품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금속이 아닌 진주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소비세법에는 규정되어 해당이 되어 보증되지 않았으나 지불한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누진세가 붙는다. 호구가 된 기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클로드 모네가 아들 장 모네의 어린 시절을 그린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였다. 상당히 독특한데 세 발을 가졌으며 안장 부분이 말로 되어 있다. 그럼 이 자전거가 현대 대한민국에 왔을 때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 저자는 따져본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전거의 정의를 살펴보면 사람의 힘으로 페달이나 손 페달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가 둘 이상인 차로서 정부에서 정한 크기와 구조를 갖춘 것.




그래서 따져 보았다. 일단 바퀴가 둘 이상인데 그림 속 자전거는 세 개이니 해당이 된다.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조향장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구동장치와 제동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즉, 현대 대한민국의 법에 규정하는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걸 끌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나가서 달릴 수 없다. 이 세 가지 장치가 있지만 외발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지만 열 개의 바퀴가 달린 것은 자전거로 규정된다니.




마지막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 고양이는 약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현재 아프리카 리비아 지역의 야생 고양이를 길들인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0세기 이전에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너무나 귀여운 이미지이지만 시대적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으나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중세에는 마녀의 동반자, 악마의 앞잡이로 인식되어 불길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낙인찍힌다. 



17~18 세기 이후가 되면서 다시 사랑스러운 동반자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장화 신은 고양이,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있다. 심지어 이 작품은 엄청난 인기작인 뮤지컬 캣츠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들고 온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근간이라고 한다. 헬로키티, 마네키네코, 이웃집 토토로 등등. 재미있는 자료는 201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은 반려견보다 반려묘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이를 우리나라 법에 적용을 하면 생각보다 독특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은 유실·유기 동물, 학대받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동물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 이후에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나온다. 그런데 유실·유기 동물에 고양이가 빠져 있었다. 고양이는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여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하여 중성화하여 방사하고 있다.



조금 웃겼던 부분은 동물보호 센터의 운영을 표준화하기 위한 기관이 농림축산식품부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축산에서 관리하다니. 해당 지침서에는 고양이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중 구조 신고된 고양이로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의 고양이 동물은 동물보호 센터에서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래서 캣맘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캣독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미술과 법률의 융합으로 표현된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단순하게 두 장르를 섞은 책은 아니다. 감성이 가득한 작품에 갇힌 감상이 아니라 이성의 극단에 존재하는 법률의 시각으로 풀어가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종이 속 세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묘한 경험을 제공한다. 즉,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도서이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감성의 영역으로 한정될 수 있었던 테두리를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흔히 예술 작품을 말할 때 시간을 정지시킨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예술 감상문을 보면 꽤 고리타분한 느낌이 많다. 표현주의가 어떻고, 낭만주의가 어떻고 등등. 하지만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예술을 법률로 풀면서 정지된 시간을 현대로 끌어와 흐르게 만들어 독자가 세기 너머의 갇힌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 적용하게 만든다. 조금 더 현실적인 예술 감상 시각을 가지고 싶은 분이라면 꽤 유용한 도서가 될 것이다.


#그림따지는변호사 #이재훈 #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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