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2
제러미 블랙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성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독특한 이유이다. 나에게 역사란 단순히 발자취의 기록이 아니라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며 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기 위한 창이다. 그래서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를 읽을 때 그동안 읽었던 문학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사건과 경제적 맥락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읽었다. 따라서 후기도 이러한 관점으로 몇 가지 사건을 끌어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에서 기원전 52년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게르고비아에서 갈리아인들에게 패배했다. 이 전투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서 로마와 갈리아 문화의 충돌을 의미한다. 게르고비아 전투의 경우 후대에 패배한 승리라는 이름으로 당시 장군이었던 베르생제토릭스의 동상이 알레시아 유적지에 우뚝 솟아 있다. 카이사르는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알레시아 전투에서 승리하여 갈리아를 정복하고 현대 도시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른 문학 작품으로는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알레프의 첫 이야기인 불사의 자와 몇 달 전 읽은 로이스 로리의 최초의 아이였다. 물론 불사의 자 배경은 이 시기로부터 1세기쯤 뒤의 이야기이지만 로마 병사가 전투에서 지쳐 영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이 시기의 전투 상황을 연상케했다. 최초의 아이의 배경은 카이사르가 점령하지 못한 라인강 동쪽 게르만족의 이야기여서 자연스레 떠올랐다.



경제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로마가 갈리아를 정복한 것은 유럽 경제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한다. 갈리아의 농업과 광산 자원은 로마의 경제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였고 이를 통하여 로마는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말을 만든 로마의 도로망과 행정 체계가 갈리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프랑스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라인강을 넘어온 바바리아인의 막기 위하여 프랑크 인과 맺은 협정으로 인하여 고대 프랑스의 기틀 마련을 하게 되었다.


중세로 넘어가 프랑크 왕국 최초의 메로빙거 왕조로 넘어가고 이후 카롤루스 왕조를 세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샤를마뉴(카를)가 나온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에는 기사도 정신이 형성되던 중요한 시기였다. 로마인들의 황제라는 배역에 충실한 나머지 프랑스 역사에서는 진정한 프랑스의 통치자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유럽을 통합하고 기독교 세계를 보호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를 확립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사도는 허상이라는 것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문학작품으로는 중세 프랑스 무훈 서사시인 롤랑의 노래와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있다. 이 작품들의 배경은 샤를 마뉴가 사라센(이슬람)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롤랑의 노래는 샤를 마뉴의 전설적인 기사 롤랑과 그의 영웅적 죽음을 노래하였으며 이때 기사도 정신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넘어오면 형식만 남기고 본질이 사라진 기사를 풍자하며 육체 없이 갑옷만 존재하는 아질 울포를 통하여 기사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경제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샤를마뉴의 통치는 유럽의 상업과 행정을 중앙집권화하여 강력한 왕권을 형성하여 경제적 안정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봉건제의 확립과 기사 계급의 형성 및 기사도 강조로 인하여 오히려 장기적으로 중세 경제의 경직성을 초래하였다. 이때의 경제적 경직성은 이후 르네상스와 근대화 과정에서 프랑스의 경제적 변화에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세계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일반적으로 혁명의 원인을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으로 요약하지만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혁명은 철저히 재정 위기와 계급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루이 16세의 재정 파탄과 귀족과 성직자들의 면세 특권은 불만을 키웠고, 부르주아 계급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혁명이 폭발했다. 당시 사회의 어지러움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에서 왕이 단두대에 매달리는 순간 센 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문학적으로 볼 때, 프랑스 혁명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경이다. 나의 인생 작품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의 양면성과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찰스 다이네와 그의 연인 루시를 위하여 다이네의 변호사인 시드니 카턴이 대신 단두대에서 세상에 별다른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몇십 년이 흐른 지금도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혁명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이었다. 혁명 후 프랑스는 대대적인 토지 개혁을 통해 봉건제의 흔적을 없애고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특히, 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등장하며 도입한 나폴레옹 법전은 상업과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혁명은 단순한 왕의 몰락이 아니라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였던 것이다. 물론 이후 1832년 나폴레옹 몰락 후 또 다른 혁명으로 나타나지만. 이 두 번째 6월 혁명의 배경이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진성북스에서 출간한 제러미 블랙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문학과 경제, 정치가 얽힌 거대한 이야기이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공부하면서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넘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나는 역사 속에서 문학과 경제를 읽어내고 그것을 또 다른 작품에 접목시키고 작품과 작품끼리 연결시키는 순간이 올 때까지, 경제적 현상을 지정학적으로 자연스레 풀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 볼 생각이다. 



#세상에서가장짧은프랑스사 #제러미블랙 #진성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