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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찰스S. 코겔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가 눈에 띄는 순간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교양 과학서에 속하는 이 책은 단순하게 존재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관한 허황된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지의 존재를 통하여 그 시선을 우리에게 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장 쉬운 언어로 제공하는 도서이다. 따라서 창의성을 길러야 하는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영국의 우주 생물학자 찰스 S. 코켈은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택시 운전사와 승객 사이의 대화를 빌려 복잡한 우주론과 생물학 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변환한다.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우주의 법칙, 문명의 조건과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까지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우주의 경이로움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마치 천체 망원경을 들이대듯 이 책은 낯설고 광활한 세계를 눈앞으로 끌어당긴다.
책은 총 열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형식은 단순하다. 택시에 오른 한 손님과 운전기사의 대화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추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외계인, 우주 같은 과학적 개념부터, 유령,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 같은 철학적 주제까지 오간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평이한 문장 속에 녹여내고 낯선 개념도 익숙한 비유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 책은 과학 입문서이자 동시에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는 일상 속 지적 탐사기다. 별과 원자, 인간과 문명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을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을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독자에게 엉뚱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과학·철학·수학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그 여정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주가 말을 건다는 이 상상은 SF 적 상상력이라기보다 오히려 인간 존재를 다시 정의하려는 철학적 출발선이다.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지만 결국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담은 찰스S. 코켈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를 처음 접하면 의외의 방향성에 놀라게 된다. 첫 챕터인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으로 먼저 이 질문에 답해보았다. 가장 먼저 지구 밖은 산소 기반의 생명체가 살 수 없으니 메탄 환경에서도 살아야 하므로 우리가 아는 생명체와는 다를 것이다. 살 수 있다면 균류나 미생물과 비슷할 것이다.
이런 생물은 태양빛이 닿지 않을 수 있어 광합성도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우리와는 형태가 매우 다른 종류의 생명체일 것이며 다세포 생물보다는 단세포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외계인의 존재는 있을 수 있으나 다세포 생물이 아니라면 인간과 같은 지능은 어렵고 에너지 획득 방식조차 우리와 다를 테니 택시 기사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한 후 첫 페이지를 열었다.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이니 당연하게 우주 환경에 대하여 첫 매듭을 풀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시선을 원시 지구로 끌고 온다. 원시 지구에는 산소보다는 메탄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어쩌다가 세포가 막 속에 갇히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면서 미생물이 바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남세균인데 물을 분해하여 수소는 자신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산소는 노폐물로 인식하여 밖으로 뿜어냈다. 이런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최초의 환경 오염으로 정의된다. 산소를 이용한 환경 오염.
이렇게 산소가 점차 대기에 쌓이게 되면서 다세포 생물이 생성되었고, 산소의 농도가 가장 많았을 때 출현한 것이 공룡류이다. 산소 농도가 극대화되었을 때 나타난 거대한 생물이다. 즉, 우리 인간은 지구가 원래 상태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이 된 결과물로 생성된 희한한 존재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오염된 바다에 출현하는 녹조류와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등장한 생물이다. 비관적으로 보자면 녹조류가 사라지는 상황과 인간의 멸종도 비슷하지 않을까?
탄소 중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지구가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즉, 지금까지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환경 자체가 지구 입장에서는 고여서 썩어있던 상태와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오염이라 정의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이 책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확실하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누구나 이렇게 사유의 장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열어주는 데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이제 이런 과거 원시의 지구 상태를 미지의 행성에 대입해 보자. 당신이 우주선을 타고 어떤 행성에 도착했을 때 산소 농도 측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거기에 산소가 없다면 우리처럼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산소 농도라면 대화를 하고 이해를 나눌 누군가를 발견할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테지만 공룡 시대 수준의 산소라면 생존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끝없는 사고의 과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찰스S. 코켈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는 처음에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우주로 나갔을 때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지, 그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만약 우리가 어떤 행성에 정착했을 때 문제점은 무엇인지, 과연 우리가 정의하는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많은 부분을 다룬다. 과학적 사고 위에 펼쳐진 상상력의 기차, 그것이 이 책이 선사하는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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