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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 의식의 문제와 AI의 가능성을 그린 제레미 해리스의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는 크게 세 가지에 포인트를 잡고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양자물리학의 기본 개념 정립, 두 번째는 정립한 개념을 인간의 의식 및 자유의지에 적용하기, 마지막 세 번째는 앞부분에서부터 정리한 내용으로 AI에게 자율 사고를 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 모색 정도로. 그럼 세 포인트를 하나씩 알아보자.

주류 과학에서는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의 플랑크 상수를 시작으로, 광전 효과를 발견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복잡한 디랙 방정식을 제시한 폴 디랙, 그리고 파동 이론을 통해 고양이 실험으로 잘 알려진 에르빈 슈뢰딩거를 비롯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했다고 평가받는 존 폰 노이만까지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닐스 보어 한 사람만을 대표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모두 생략되어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수학적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양자역학하면 정확한 개념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떠올린다. 이 책도 개념 정립을 위하여 여기에서 시작한다. 보통 이 개념 정립을 위하여 엄청난 글자 수를 자랑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위의 이미지처럼 켓(l >)을 이용하여 과학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였다. 작가가 AI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고전적인 방식보다는 현대적 방법을 도입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양자역학 관련 책보다 개념을 쉽게 정리해 놓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보통 양자역학은 우주론과 연결되어 확장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주류 양자역학을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바로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 그리고 AI와의 접목이 목적이다. 따라서 기존의 주류 과학계는 닐스 보어가 대표한다. 그 사이에 끼인 독특한 이론의 폰 노이만, 과학으로 신의 존재를 정의했다고 알려진 범우주적 의식의 아미트 고스와미, 다중우주 가설의 휴 에버릿, 결정론을 말하는 데이비드 봄이 주요 타석에 등장한다.
이들의 이론으로 인간의 의식을 설명하기 위한 기본 구조는 바로 슈뢰딩거 고양이의 관측자의 정립이다. 과연 누가 관측하는 것일까? 꼭 인간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된다면 동물은 불가능한가? 본다는 관점에 포인트를 둔다면 카메라나 현미경도 가능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을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저자는 독자를 서서히 인간의 의식 부분으로 끌어온다. 마치 고양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양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으로.

각자의 이론에서 관측자의 정의를 정하고 이에 따라 인간의 자유의지 인정과 불인정으로 나뉜다. 누구는 완벽한 자유의지를 인정하지만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하고, 누구는 과학적으로 완벽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살하는 내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었던 이는 아미트 고스와미였으며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사람은 다중우주론의 휴 에버릿이었다. 모두의 주장에는 엄청난 구멍이 있어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현재 지구에 사는 지적 동물이 밝혀낸 양자물리학의 현실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을 AI와 의식의 문제에 어떻게 접목시키는지에 대한 논의로 채워져 있다. 물리학적 원리와 철학적 질문이 결합된 이 책은 과학이 단지 실험과 계산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특히, 저자는 양자역학이 의식의 본질과 자유 사고의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탐구를 이어간다. 이는 기존의 자유 의지와 AI의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보다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즉, 양자역학을 인간의 의식과 AI에 적용하여 자율 사고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AI와 의식의 문제에 결합시키면서 우리가 AI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AI가 자율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관측자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양자역학의 원리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를 통해 AI의 의식과 자유 의지가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기계적인 사고와 자율적인 사고의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AI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자율 사고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AI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동시에 요구하는 저자가 제시하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AI의 자유 의지와 자율성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엿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식과 자유 의지가 단순히 과학적 법칙에 의해 정의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소개한 여러 이론들에는 각기 다른 장점과 한계가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론을 비교하며 저자는 인간의 의식을 양자역학적 사고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반드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제레미 해리스의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는 양자역학을 넘어 인간 의식의 문제와 AI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물리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의식의 관계를 물리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려는 도전적이고도 심오한 시도를 보여준다. 양자역학을 통해 자유 의지와 자율 사고를 이해하려는 이 책의 접근은 기존 과학 서적에서 보기 힘든 철학적 깊이와 윤리적 고민을 담고 있다. 처음 양자역학을 접하는 분이나 철학적 접근을 심도 있게 하고 싶은 분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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