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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느슨함 - 돈, 일,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와다 히데키 지음, 박여원 옮김 / 윌마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와다 히데키의 어른의 느슨함 또한 노년의 삶을 다룬다. 이전까지는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견뎌내야 할 간병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 책은 오히려 그 어른들 자신이 읽어야 할 책이다. 시선이 조금 다르다. 특히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한 은퇴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정의가 더 어울린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한 인간이 사회에서 배제되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데 이를 노인 정신과 의사의 시각으로 풀어 의미를 더한다.
윌마에서 출간한 은퇴자들을 위한 책 와다 히데키의 어른의 느슨함은 아직 한창 사회에서 앞을 향해 돌진하는 세대가 읽기에는 밋밋하기도 하고 뻔한 내용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읽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65세가 넘으신 부모님의 눈에는 공감대가 꽤 형성되는 것을 보고 전문가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길어지는 노년 생활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에서는 치열한 사회에서 밀리고 신체적 한계를 느끼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첫 단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바꾸고, 성장하는 시기가 아닌 평생을 자식과 회사와 국가를 위하여 일하였으니 스스로에게 눈을 돌리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특히, 무엇인가를 못 하게 된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 파트는 부모님 세대가 꽤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40대부터 사회생활에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못 하게 된 나를 받아들이는 요령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2장으로 넘어가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여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요령을 서술하고 있다. 아마 뉴스에서 목이 말라 롯데리아에 갔다가 키오스크로 바뀐 주문을 보고 어르신이 콜라를 주문하지 못하여 그냥 나와 서글펐다는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아마 이분이 20대였다면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당당하게 물어보았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죄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잇값을 하기 위하여, 체면을 차리기 위하여 혼자서 삭히는 게 우리의 어르신들이다.
세 번째 파트로 넘어가면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면 살고 싶은 대로 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무한한 배려가 답은 아니라면서. 특히 좋은 사람 되기는 오히려 노년 생활에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꼬집는다.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4장이다. 바로 건강 관리 파트이다. 충격적인 내용은 일본에서 노령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해부한 내용이었다. 8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서 암이 존재했다는 이 결과를 두고 모든 사람은 암에 걸린다고 말한다. 다만,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걸린 줄도 모르고 살다가 가신 분도 많다는 것. 심지어 암이 사망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암에 걸리는 것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 그냥 누구나 걸리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평소에 가져야 건강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치매 파트이다. 책에서는 눈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결과를 자아낸 두 마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 한마을은 치매 진단을 받자마자 모든 사회적 업무, 가정적 엄무에서 배제되고 가족에 의한 가택 연금을 시켰다. 반면 다른 마을은 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일을 하고, 손자들을 돌보며 평소와 같이 지냈다. 그 결과 전자는 급격하게 치매가 진행되었지만 후자는 진행이 더뎌 여전히 활동을 이어갔다.
저자는 말한다. 치매에는 경증과 중증이 있는데 이를 잘 구별하여 대해야 나의 부모가 그리고 내가 좀 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 채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결과는 부모가 가야 할 길이자 언젠가 내가 가게 될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흔히 치매라고 하면 요양원부터 생각하는데 그것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오해하면 안 된다. 중증일 때 자식의 도리를 한다고 집에서 모시는 것은 둘 다 나락으로 가는 길이라고 꽤 여러 곳에서 명시하고 있으니까.
마지막 5장에 가면 진정으로 느슨하게 사는 방법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여기에도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다른 부분이 나온다. 무조건 저염식을 해야 하고, 당분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은 노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이렇게 극단적인 식단은 뇌 손상, 경련, 의식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이 나이가 되면 무엇이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며 다이어트 등은 신체와 정신에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노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꽤 유의해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푸념이다. 그러나 와다 히데키는 어른의 느슨함에서 오히려 이 나이이기에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한다. 법에 저촉되는 것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개인적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키우느라 하고 싶은 것을 많이 참아야 했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원래 어른은 참아야 하며,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나이를 먹고 보니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 그 이후 신기하거나 새로운 것, 처음 보는 음식이 보이면 언제나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는다. 처음에는 어색함만 감돌았는데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에 태어나서 가장 잘하고 있는 습관이 아닐까 하는 자부심을 가졌다. 마지막 5장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행복해지기 위하여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스스로의 설계.
윌마에서 출간한 은퇴자들을 위한 책 와다 히데키의 어른의 느슨함의 카테고리는 자기 계발이다. 더 발전하고 더 나아지기 위한 자기 계발이 아닌 온전하게 스스로를 지키고 보듬으며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만들 자기 계발이다.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현재 이 시기를 넘어가고 있는 부모님을 위해서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30년간 노인 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면서 연구한 의사가 썼기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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