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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블로그 이웃분들 덕분에 알게 된 찬호께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읽어보았다. 읽고 나서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 보았는데 작품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감이 높아서인지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스토리 전체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흑막에 흑막을 드리운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럼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하여 베스트셀러에 초단기간에 등극한 찬호께이의 고독한 용의자를 만나러 가보자.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한 찬호께이의 베스트셀러 고독한 용의자는 셰바이천의 가족의 신고로 시작된다. 누가 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기에 특별한 수사를 하지 않고 경찰은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런 찰나, 파트너가 옷장에서 수십 개의 유리병에 담긴 인체 조각을 찾아낸다. 언뜻 보면 남자 하나, 여자 하나. 게다가 기괴한 포즈까지 잡고 있어 경찰조차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수사를 해도 단서는 없고 셰바이천이 이 모든 것을 저지른 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때 등장한 옆집 남자이자 인기 많은 작가인 칸즈위안이 등장하여 셰바이천은 절대로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이런 칸즈위안이 의심스러워 미행을 시작한다. 이유는 그가 쓴 작품 속 범행 수법과 매우 흡사한 상황으로 시체가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행을 하면 할수록 더욱 의심스러운 행동만 일삼는 칸즈위안으로 인해 경찰들이 수사의 혼선을 겪는다. 그를 미행하던 도중 피해 여성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와 만나는 것을 보고 경찰은 이 여성에게 관심을 돌린다.
눈치 빠른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칸즈위안이며 경찰은 매번 헛다리를 짚는 약간은 모자란 존재로 나온다.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던 순간 등장한 또 다른 단서. 결국 경찰은 칸즈위안과 공조를 하게 되고 범인을 잡는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수사팀장이 여기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계속 혼자서 수사를 이어가던 중 범인을 잘못 잡은 것을 알게 되는데.... 과연 누가 이 두 피해자를 죽였으며 왜 경찰의 수사는 이렇게까지 혼선을 빚게 되었을까?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한 찬호께이의 베스트셀러 고독한 용의자는 하나의 작품 내에 세 개의 선율이 흐른다. 하나는 작가가 쓰려고 한 주요 미스터리 줄거리이며, 다른 하나는 첫 장면에 굉장한 충격을 주면서 출현한 셰바이천의 목소리이고, 마지막 하나는 끝까지 베일에 가려져 독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또 다른 주인공의 목소리이자 작중 저자인 칸즈위안을 소설 내용이다. 이것이 주요 줄거리-셰바이천, 주요 줄거리-칸즈위안의 소설 내용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구성이다.
각자의 시점에서 말을 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사건을 조립할 수 있다. 마치 수많은 퍼즐 조각의 각 부분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게다가 이들의 목소리가 바뀔 때마다 프린팅 기법이 달라지는 점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덕분에 하나의 이야기가 해결되었다 싶었을 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중 등장인물보다 독자가 먼저 알게 되어 심장 쫄깃함을 두 배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작품의 스토리는 미스터리이지만 작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제목에 다 녹아 있다. 바로 셰바이천이 20년 동안 집 밖을 나오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그가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 초반에는 도대체 집 밖에 있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집안으로 끌어들였을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은 사건보다 셰바이천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년 동안 자신의 방 안에 갇혀서 살아야만 했을까?
스토리 전말을 다 알고 나면 그가 무슨 짓을 했든지 간에 독자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너무 안타까워 비록 2D 속 인물이지만 온 맘을 다해 끌어안아 주고 싶어진다. 작품 내에는 단순하게 은둔형 외톨이 문제만 다루고 있지 않다. 가정 내 폭력 및 성폭행, 편부모 가정 내 아이들의 심리, 남아 선호 사상이 아직 남아 있는 지역에서의 여성의 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보다 돈만 최고로 아는 이, 어린 시절 친구들 간의 우정, 화려한 도심 속에서 목소리가 사라진 이들 그리고 홍콩의 현재 상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찬호께이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는데 작품에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짙게 깔려 있어 사회파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쯤 범인은 잡히고 사건의 전말도 드러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연 등장인물 중 진짜 피해자는 누구이며,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가장 많이 남는다. 과연 당신은 그들 중 하나의 얇은 숨통 중 하나를 끊어 놓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한 찬호께이의 베스트셀러 고독한 용의자는 사회파 추리소설답게 가볍게 소비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서로의 가슴 시린 시간을 메워주며 싹튼 우정은 우리가 끝까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수반되어 독자의 마음을 절묘하게 잡아주는 효과를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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