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 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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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변함이 없던 부모님이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나이 대의 자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치매에 관한 걱정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인플루엔셜 에서 출간한 #기시미이치로 의 실제 치매 부모 간병기를 통하여 배운 것을 나누는 #우리는결국부모를떠나보낸다 를 보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기시미 이치로 작가는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로 꽤 유명한 작가이다.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기시미 이치로의 실제 치매 부모 간병기를 통하여 배운 것을 나누는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마흔아홉 살에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 2부부터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의 일상이 중심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과 기본적인 간병의 현실을 담아 같은 경험을 한 독자에겐 위안을, 아직 겪지 않은 독자에겐 통찰을 건넨다.






특히, 철학을 하는 작가의 특성상 미리 치매에 걸린 부모를 대하는 것에 능숙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스스로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도, 권력 구도 안에서 치매에 걸린 부모와 대치 관계를 벌이는 일도, 매번 같은 것을 묻고 억지소리를 하는 상황에 대한 울분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독자는 이 글을 유명한 작가의 글로 받아들이기보다 바로 옆에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지인의 말처럼 거리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누군가는 그저 옆에 있어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고, 지금 이 순간 치매 부모를 돌보고 있는 이에게는 내가 왜 힘든지를 비로소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아직 그런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에겐 언젠가 맞닥뜨릴 시간을 준비하게 만드는 지혜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상황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가짐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조용히 일러주는 심리적 지침이 되기에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닿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과거의 부모님을 지우고 현재의 부모님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이었다. 많은 자녀들이 이 괴리로 인해 연로한 부모와 충돌을 겪는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부모님과 자주 대화해왔기에 더 깊이 공감했다. 어릴 적 히어로 같았던 부모의 모습이 나이 들어 한 조각씩 무너질 때 자녀는 설명하기 어려운 혼란을 겪게 된다.







자녀는 왜 평소에 잘하던 것을 못하는지 갑갑해 하고, 양친은 우리도 많이 늙었으니 이제는 어린 시절 너희를 키울 때 이해해 주듯 너희가 우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각인되어 있던 슈퍼 히어로인 엄마, 아빠의 이미지가 너무 굳건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과거의 이상적인 부모의 이미지를 지우지 않고 현실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우리는 자녀와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려 노력하지만 나이 든 부모에겐 과거의 이미지를 그대로 덮어씌운 채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간병하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매 순간 생지옥이 될 수 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마음에서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을 내려놓는 편이 낫다고 그는 조언한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과거를 깡그리 잊어버리는 병에 걸린 이들도 멀쩡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재의 이유 즉, 가치를 인정받길 원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적 의미의 가치는 아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환자 스스로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낄수록 고통을 받으며 잊히는 것이 두려워 더 고통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을 찍는 행위는 자신의 지옥문을 최대한 빠르고 넓게 여는 행위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1분 전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존재의 가치를 타인이 인정한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효율을 따지지 않고 행위가 아닌 존재 자체에 감사를 전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무 쓸모가 아니라 존재하기에 가족의 결속을 이어주는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자녀 스스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인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미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영화로 많이 마주하였다. 치매 환자를 둔 부부 이야기인 노트북, 사고 이후 어떠한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와이프를 둔 서약, 매일이 새로운 연인을 둔 첫 키스만 50 번째 등등으로. 이렇게 영화로 마주할 때는 낭만으로 다가오지만 직접 겪게 되면 낭만적인 상황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제나 시간이 과거-현재-미래로 흐르는 자녀와 현재-현재-현재로만 흐르는 부모님. 이 관계에서 승자는 절대적으로 자녀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언제든 오늘부터 1일이라는 연애의 설렘을 적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시간대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시간이 현재-현재-현재로 흐른다고 설교한다. 그래서 나의 시간대를 하나님께 들이대면 깨지는 것은 자신이라고. 이제 이것을 우리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께 허용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치매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시스템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개인주의가 팽배한 국가에서 사는 작가가 이런 말을 하니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기시미 이치로의 실제 치매 부모 간병기를 통하여 배운 것을 나누는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는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쓰여 마치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같지만 가슴 깊숙이 박히는 것처럼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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