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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난달에 피로 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작가의 서사의 위기를 본 후 그의 시야와 통찰력에 놀라움과 감동을 받았다. 이런 그가 이번에 신간을 내었다. 희망이 사라진 이유와 그 결과로 야기된 불안한 현대 사회 그리고 그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방향성을 안내하는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불안 사회』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익사 직전의 상태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지푸라기조차 보이지 않아 의지를 상실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우리에게 던지는 동아줄을 만나 보자.

일반적인 도서의 목차에서 '들어가며'라는 파트는 저자가 앞으로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당위성을 논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한병철 작가의 불안 사회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총론과 각론의 개념이랄까? 그래서 이 책의 들어가며라는 코너는 마음을 강단지게 먹고 공부하는 마인드로 접해야 당황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쏟아 개념 정리를 확실하게 하여야 이후 세 챕터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들어가며에서는 희망과 불안, 낙관적 사유, 비관주의, 긍정 숭배와 긍정심리학, 현대 사회와 창의성, 이런 것들과 사랑, 우울 등에 관한 정의와 비교 분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을 나누는 결정적인 키워드는 미래성, 고통의 인정, 창의성의 인정 범위, 타자성, 공동체, 자유, 예견, 계획, 관리 가능성, 연대 등이다. 즉, 제목은 현상을, 내용은 현상의 분석과 해결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 첫 번째 챕터로 넘어가면 기대와 소망과의 비교를 시작으로 행위의 범위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그동안 스쳐 지나가면서 들었던 수많은 철학자의 이론이 나온다. 다만, 전체적인 이론이 아니라 오로지 이 챕터에 관련된 짧은 대목만 끌어오기 때문에 철학자와 그의 사상 전체를 모르더라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물론 철학자들의 사상을 작가가 모두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논지와 어긋나는 주장도 한껏 끌어와 분석함으로써 독자의 시야를 오솔길에서 고속도로로 넓혀준다.

특히 카뮈의 행위 하지 않는 희망론은 꽤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기대와 소원 등과 구분하지 않은 결과라고 하며 또 다른 철학과 예시를 끌어온다. 계속 읽다가 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는데 여기에 약간의 팁을 주자면 기대와 소망이라는 용어에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나의 경우 기대와 소원을 소극적 희망, 적극적 희망이라는 용어로 교체하여 읽었더니 전혀 혼돈이 일지 않았다. 혹시 이 부분에서 혼란이 오신다면 이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시길 추천한다.

세 번째 챕터로 넘어가면 사유하는 존재인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나온다. 미네르바는 로마의 지혜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테네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부엉이는 지혜와 통찰을 의미하며 그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메논의 주장이 꽤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바꾸면 이렇다. 이데아는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이기에 본질은 현재에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원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쉽고 짧게 표현하자면 진리를 깨닫는 사유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그러나 미래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성을 지닌다.

이런 관점으로 몰트만의 주장을 해석하자면 철학은 과거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에 그치기에 미래를 향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진리와 희망은 대척점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 이유가 과거성과 미래성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뻔히 아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현실에 이 말을 끌어다 놓으면 미래성이 없는 불안이 우리를 엄습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즉, 매번 지나간 과거와 현재에만 매달려 있었기에 우리는 사유에 대한 불안마저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용기나 자유를 잃어버린 것.

마지막 네 번째 챕터에 가면 하이데거의 존재와 본질에 관한 이론으로 저자는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읽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든 부분은 탄생이 희망의 기본 공식이라는 주장이었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이 아니기에 이는 희망이 아니라는 논리. 물론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이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철학적이며 사상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다르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다. 물론 이런 나의 사유가 틀릴 수도 있다.

그는 희망이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임신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임신은 탄생과 연관되기에 여기에 죽음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그러나 여기에 윤회 사상이나 존재의 다른 양식이라고 말하는 종교나 사상을 대입하면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즉,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으로의 이동이라고 본다면 이것 또한 탄생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죽음 자체가 다른 상태로의 전환이 되므로 탄생과 서사가 모두 존재하니까 이 또한 그가 말하는 범위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한병철 작가의 철학적으로 통찰한 불안 사회는 현재 우리 시대에 희망이 사라진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것의 파생 결과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 닥쳐올지도. 물론 문제점만 지적한 도서는 아니다. 사유의 시간을 가지면서 읽다가 보면 그 안에서 해결 방법도 스스로의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21세기의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좋은 도서이다. 별 10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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