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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커피사 - 달콤쌉싸름하면서 새콤짭짤한 커피인문학
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 / 이글루 / 2024년 10월
평점 :

일반적으로 어떤 것의 역사책이라고 하면 구성에서 떠오르는 폼이 있다. 하지만 이글루에서 출판한 커피의 탄생과 미래를 다룬 박영순 작가의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기존의 역사 관련 저서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굉장히 캐주얼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크게 상관이 없는 구조이다. 어떤 챕터여도 흥미를 최고로 끌어올리기에 결국은 전체를 다 읽게 될 테니까. 종이 재질이 너무 좋아 줄을 긋기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듯이 읽은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총 4장 50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서 머릿속에 물음표를 떠올렸을 법한 질문의 대답들이 적혀 있다. 물론 평소에 상상하지 못한 관련 에피소드도 많다. 사실 서평을 시작할 때 많이 힘들었다. 전체를 다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야 했기 때문이다. 온갖 루머도 많고 설도 많은 세계이기에.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는 것과 매우 흥미로웠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파트이다. 미디어에서 흔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생소한 것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얼음이 들어간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그러나 의외로 얼음을 넣은 커피는 중동이나 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쾌하게 즐기기 위하여 얼음을 넣었다고 한다. 이후 20세기 초에는 미국의 남동부와 북동부에서 여름철에 이용하였다고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열광하는 현상이 휴식을 더욱 요구하는 고단한 우리의 일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p.63
그런데 이런 음료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보면서 마음이 참 쌉쌀해졌다. 우리의 인체는 전자제품과 마찬가지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쿨링 기능이 필수라는 것.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류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한 후 오른 체온을 식히기 위하여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차가운 카페인이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라고 하기에는 충분히 과학적이어서 독자는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밖에 없다.
"커피는 '신의 음료'로 받아들여져 "커피를 몸에 담은 자는 지옥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p.111
두 번째로는 커피를 탄압하다는 챕터이다. 탄압이 단순히 자국민의 건강이나 이것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다른 노동력 확보를 위한 행위에 대한 인권 존중의 이유가 아니라 권력자의 통치를 위한 전력으로. 의외로 커피를 세계적인 음료로 만든 일등공신이 이슬람의 무슬림이었다. 마호메트가 수행을 하면서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때 그를 살린 음료가 커피였다는 것. 그래서 신성한 음료로 유행했지만 지배 계급이 오스만튀르크로 바뀌면서 초기에 박해가 시작되었다.
당시 메카는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오스만튀르크 군주의 명을 받고 있었고 당시 메카의 총독은 카이르 베그였다. 그는 어느 날 그것을 마셨을 때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기분을 돋우게 한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을 방종에 빠뜨릴 것을 우려하여 금지하였다. 이를 위하여 메카 최고의 명의 입을 빌렸는데 카이로에 있던 군주가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허용한 것을 금지하였며 카이르 베그를 고문하여 그를 죽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슬람교도들이 말하는 신성한 음료를 못 마시게 한 벌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강인하다고 칭송받던 영국 남자들이 커피 때문에 침대에서 참새처럼 나약해졌다며 남편들이 단지 턱수염만으로 남자임을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비아냥거렸다."
-p.115
이후 이슬람에서 또 한 번의 박해가, 다음에 찰스 2세 때 영국에서 있었다. 시대적으로 보면 조금 독특하게 여성들이 청원을 넣고 일어난 것이다. 그 이유는 남자들을 사막처럼 메마르게 하고 쇠약하게 하는 음료이기에. 이에 찰스 2세는 기다렸다는 듯이 청원을 받아들여 음용을 금지했다. 당시 그는 지식인들이 카페에 모여 정보를 고유하고 서민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니 시민 계몽이 그에게는 트라우마였던 것.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획기적인 사건의 주동자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가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가면 비엔나커피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있다. 명칭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풍자하는 것이다."
-p.146
남북 전쟁에서 소총의 개머리판에 그라인더를 달았다는 이야기,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라는 의미의 아인슈페너, 이에 대항하여 나온 것이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를 의미하는 피아커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커피나무를 키웠다는 스토리, 디카페인은 지극한 효심에서 발생되었다는 배경, 세상에서 가장 큰 카페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각 에피소드 별 역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감성을 가득 담은 음료이기에 많은 이가 좋아하는 음료이기에 관심도가 꽤 생길 내용이 가득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글루 출판사에서 출간한 박영순 작가의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캐주얼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목차를 보면 왜 이렇게 구조를 강조하는지 알 것이다. 게다가 이 도서의 카테고리는 역사가 아니라 인문학이다. 그러니 이 부분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읽지 않는다면 초반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조금 착각하고 읽어도 큰 문제는 없다. 왜냐하면 지루하지 않고 잡지를 읽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지만 유익하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정신을 맑게 하려고, 감성에 젖으려고 마시던 음료에는 생각보다 많은 스토리가 얽혀 있었다. 원두에 꽤 긴 역사를 새겨 넣은 에피소드들로. 이 도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로 만들어진 원두를 얻기 위해 원두로 동물을 고문한다는 내용이었다. 비싸지만 맛이 좋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 외에 원두 자체에 이상한 짓을 해 놓은 것을 찾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당신일 수도. 소비자가 없으면 생산자도 사라지게 된다. 이번 기회에 선량한 소비자가 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파란만장한커피사 #박영순 #이글루 #커피인문학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내용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