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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창피하지만 고백하자면 작년에 문경민 작가의 지켜야 할 세계로 처음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접했다. 창작물에 대한 의심보다는 상 받은 작품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피한 결과였다. 이때 접한 책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서사적 구조와 끝까지 독자를 끌고 가는 필력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올해도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우신영 작가의 시티-뷰가 뽑혔다는 소식에 이렇게 소개한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와 인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올해 8월에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제30회 황금 도깨비상을, 9월에 장편소설 『시티 뷰』로 제1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10월에 <맨홀에 빠진 앨리스>를 출간하여 단숨에 독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작가이다. 국어교육과 출신답게 작품에서 다루는 단어에서 일반적이지 않음이 돋보이는 저자이다.
<등장인물>
이석진 : 수미의 남편이며 내시경을 담당하는 내과 의사이다. 가난하고 평탄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집을 벗어나기 위하여 의사가 되었다.
염수미 : 로펌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으며 어릴 때 발레를 하다가 포기하고 호주로 건너가 필라테스를 시작하여 지금은 석진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둔 엄마이자 필라테스 원장.
주니 : 수미의 어린 연인으로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며 헬스 트레이너.
백유화 : 조선족 여자이며 매번 주기적으로 면도 칼을 삼켜서 주기적으로 석진에게 오는 여자.
사실 이 책은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소설의 배경은 잠들지 않는, 늙지 않는, 자신만을 반사하는 송도 신도시에서 사업 수완도 좋고 화려한 수미와 키도 작고 딱 공부만 잘한 석진이가 십여 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부 사이에 문제없이 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게도 영락없이 안나카레리라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어쩌면 이곳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 문제가 많달까.
이런 문제를 나름의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미는 거의 스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연인이 있는 남자를 꾀어 텅 빈 마음을 채우면서 가정을 지켜나간다. 석진도 어린 시절의 문제, 많이 기운 결혼 등으로 인한 문제 등으로 인하여 항상 영혼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페이 닥터로 지내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까지 있다. 그가 일하는 곳에 주기적으로 면도날을 삼키고 오는 여자가 있는데 마지막 출근날까지 그녀가 온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와 상의하여 처가의 도움으로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섞어 병원을 하나 차린다. 숫기라고는 전혀 없는 석진인데 심지어 옆 건물에 사업 수완 좋은 사람이 똑같이 내과를 차린다. 읽다가 보면 옆 병원을 차린 사람에 대하여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이런 그를 구제해 준 사람은 수미였다. 그가 결혼하기 전에 했던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SNS 홍보를 하라고.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의료자원봉사를 나간 곳에서 석진은 뜻밖의 사람을 만난다. 바로 매번 유화이다. 언제나 반듯한 몸, 남에게 책잡히지 않을 우아한 행동 등에 대한 강요를 당하던 석진은 유화를 만나면서 살아있다는 감정을 받게 된다. 그런 유화는 생각보다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석진이가 알았을 때 몸이 떨릴 정도의 비밀. 사람의 삶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이들에게도 서로가 속이고 있던 것들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진다. 과연 이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은 무엇이고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까?
"신데렐라는 원래 힘들었어. 인마. 어차피 힘들 거면 재투성이 옷 입고 힘든 것보다 골프웨어 입고 힘든 게 낫잖아?"
-p.174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작가의 시티-뷰는 사실 줄거리가 큰 의미가 없다. 단순하게 줄거리만 보자면 여느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에 중점을 두면, 읽고 나서도 상당한 여운이 남는다. 그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모두 심각한 결핍을 가지고 있으며 조금씩 모두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린 인물들이 어떻게든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보고자 최선을 다하여 자신도, 타인도 속여가면서 사는 모습을 보며 독자는 스스로를 투영하게 될 수밖에 없달까?
"이 건물 말이에요. 꼭 노아의 방주처럼 생겼어요. ……(중략) 선택받은 자들만 탈 수 있다고 했죠."
-p.201
이런 이들과 정면으로 대결구도에 놓인 사람은 유화의 남자친구인 해룡이이다. 작중 등장인물 중 가장 도덕적이며 비밀도 없고 모든 이들의 입에서 착하고 따뜻하다는 평을 받는 그. 그는 한국으로 넘어와 한껏 움츠러든 유화가 잘 적응하게 도우면서 그녀와 가정을 꾸리기 위하여 빌딩 창문 청소하는 일을 하게 된다. 모두가 주변을 더럽히며 하늘을 위하여 올라가려고 할 때 그만은 빌딩 꼭대기에 밧줄을 묶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도시를 깨끗하게 만든다.
"유혹의 결과는 귀찮았지만 유혹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p.189
개인적으로 결혼 후 외도하는 것에는 어떠한 참작 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 수미의 외도를 보면서 상당히 거북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막상 끝을 향해 달려가다가 보니 가정을 향한 가해자로 보였던 그녀 또한 상당한 피해자였기에 묘하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강박, 욕망, 향유, 절망, 공허, 결핍, 상처, 추락, 자본, 계급까지 우리의 현실에서 매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문제들의 총체적 합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삶은 마지막까지 진행형이었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작가의 시티-뷰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 심사한 후 뽑은 작품이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최진영, 박준 등. 마지막에 심사평이 실려 있는데 한 작품을 읽고 각자가 느낀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보며 이 책에 더 마음이 갔다. 하나의 도서를 보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하게 만드는 책보다는 각자의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팍팍한 현실을 살면서 나에게만 특별하게 더 불행이 찾아온다고 느끼는 분이 읽는다면 꽤 힘을 얻을 수 있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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