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까워서 야금야금 읽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 도달했다. 아직까지 북하우스에서 출간된 것은 여기까지이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다섯 작품씩 출간한다고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목이 기린만큼 길어질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을 갖는 독자들의 목이 빠지기 전에 6권을 출간해 주길 기원해 본다. 그럼 당분간 소개할 수 없을 역사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작품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다.






4권의 마지막에 모드 황후가 잉글랜드 데번 주 애런델 부근의 성으로 입성하였다는 언급에 이에 따른 난리를 예상했으나 아직은 조금 더 묵혀둘 예정인지 이번에는 다른 내용이었다. 아! 애런델은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이라고 한다. 저자인 엘리스 피터스의 평가에 아가사 크리스티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있어서인지 이 부분이 묘했다. 엘리스 피터스는 필명이며 그녀의 본명은 에디스 파지터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슈롭셔 주는 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시리즈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쫓기든, 누명을 써서 쫓기든 억울함을 극복한 연인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런 연인이 등장했으며 아마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연인보다 절박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캐드펠의 활약은 이번에도 넘쳐났지만, 하이라이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마크 수사였다. 1권에서 그렇게 어리바리한 어린 마크 수사의 선하고 신중한 마음이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편이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예순을 바라보는 늙은 남작 휴언 드 돔빌과 열여덟 살 소녀 이베타 드 마사르의 결혼식. 물론 사랑은 아니다. 고아이면서 엄청난 재산을 가진 소녀의 보호자인 숙부이자 후견인인 고드프리드 피카르와 애그니스 피카르와 남작과의 거래에 의한 계약의 의미인 결혼식이다. 이 소녀와 서로 사랑에 빠진 조슬린 루시. 남작의 조카 사이먼 에궐스와 가이 그리고 조슬린은 남작의 향사이며 절친이다. 이 결혼으로 인하여 기쁜 사람은 남작과 숙부 그리고 숙모뿐이다. 이들은 예식을 위하여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오게 된다.


조슬린과 이베타는 캐드펠의 작업장 앞에서 결혼식 전에 만났지만 바로 숙모 애그니스에 의해 끌려간다. 이후 조슬린은 남작에게 해고를 당하고 신부의 목걸이를 훔친 도둑으로 몰려 잡혀가게 된다. 가는 도중 도주를 하게 되고 사이먼의 도움을 받아 수색대의 눈을 벗어나 세인트자일스 나환자들이 있는 병원으로 잠입한다. 그러나 갑자기 결혼식 당일 신랑이 될 휴언이 예식에 나타나지 않게 되고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며 그를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발견되며 조슬린은 절도에 이어 살인 혐의까지 받게 된다.


과연 조슬린이 범인일까? 아니라면 그는 어떻게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그와 이베타는 숙부와 숙모를 설득하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의 사랑은 존경을 담은 존중으로 이어질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특별한 범인은 없어 보이고, 혹시 이 사람일까 하는 의혹은 품은 인물은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독자는 더욱 범인을 유추하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 있어 헉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줄거리를 살펴보았다. 앞선 작품은 미스터리한 부분을 강조시켜 서사적으로 이끌어갔다. 반면 이번 작품은 마음에 물결을 일으키는 문구들이 많았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숙고하던 부분이기에 어떤 사람이든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중 마음에 남았던 두 가지 정도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죽음은 우리의 일상과 함께 있지요. 우린 그것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고.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신 앞에 이르는 과정 중에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경험으로 말이지요."

-p.140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이전에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 조현철 배우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전하는 말이 생각났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일 뿐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영원한 이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다가올 때가 많다. 불과 어제 발생한 충격적인 비행기 추락 사고만 보더라도. 사실, 생물에게는 생존의 본능이 기본적으로 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예측 불가한 시대에는 누구나 이 말에 눈길이 머물게 된다.


"여기서 지내다 보니 행복이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잡아낸 무언가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추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22


행복을 목표로 행동하거나, 행복을 찾으려고 여정을 떠나거나 하는 등 수많은 사람이 행복을 삶의 최우선으로 둔다. 돈, 사랑, 우정, 명예 등등 수많은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스스로 이것들을 쟁취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행복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말한다. 지금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옆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달려가는 자신을 느낀다면 스스로 행복을 언제 느끼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문구이다.


그 외에도 역사추리소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본문에는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그동안의 4권까지에도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엘리스 피터스의 삶의 지혜가 녹아 있었지만 유독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더 많은 느낌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따스해지면서도 아팠던 5권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즐거움을 위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묵직한 삶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었다. 얼른 다음 권이 출간되길 기다리며 짧은 순간에 달려온 캐드펠 수사 시리즈 서평은 여기서 마친다.


​#세인트자일스나환자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정세랑작가추천작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