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은 중세 영국 슈롭셔 주 슈루즈베리이다. 책을 읽을 때부터 어디에선가 한번 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4권에 와서야 그 해답을 찾았다. 진화론의 대가, 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의 고향이 바로 슈루즈베리이다. 한여름의 기온이 20도 안팎이며 한겨울은 0도 내외이다. 날씨를 찾아본 이유는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쪄죽을 것 같은 여름인데 긴팔을 입고 다니며 해가 들지 않는 곳은 춥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날씨를 찾아보니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졌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4권의 모든 배경이 되는 제목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아버지 헤롯이 예수와 사도 요한을 처형하고, 그 아들 헤롯이 예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베드로를 처형을 하고자 감옥에 가둔다.(할아버지부터 다 헤롯이어서 헷갈림) 그는 곧 죽을 상황이었는데 밤에 천사가 나타나 묶인 손을 풀어주고 열쇠를 쥐여준다. 덕분에 베드로는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이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라고 하여 본문에서 이를 축일이라고 정하여 축일장을 연 것이다. 정확한 날짜는 8월 1일이며 소설은 이틀 전인 7월 30일부터 8월 4일 사이에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가 된다.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부터 읽어 오면 역사에 대하여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평범한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왕좌 탈취라는 대의명분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왕위는 적자 계승이지만, 아들이 없었던 헨리 1세는 딸 마틸다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이때에도 성차별이 있었기에 이를 내세우며 외숙부가 사망하자 바로 왕위를 찬탈한 것이 스티븐 왕이다. 억울한 마틸다(이후 모드 황후)는 프랑스로 피신을 가게 된다.


당연하게 영국은 둘로 나뉘었다. 적자 계승이 옳다는 마틸다(모드 황후) 진영과 남자가 왕위를 잇는 것이 옳다는 스티븐 왕 진영으로. 이 기이한 대립은 무려 19년이나 이어진다. 이를 두고 19년의 겨울이라고 부르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진다. 당시는 봉건주의 사회였기에 영주가 존재하며 어지러운 사회에서 스티븐 왕에게 붙어 한자리를 꿰차려는 사람, 모드 황후에게 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심지어 이 두 진영을 박쥐처럼 오가며 정보를 팔아 치우는 이들도 흔했다.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였다.



"외숙부님 안 돼요. 이러지 마세요! 이 사람은 폭력을 쓰지 않았잖아요! 외숙부님이 이 사람에게 중상을 입혔어요!"

-p.57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성 베드로 축일은 축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장 3일을 준비하면서 시작한다. 2권에서 스티븐 왕이 전쟁으로 부숴버린 슈루즈베리 성벽을 복원하는 자금이 부족했던 시장은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축일장에서 걷는 세금의 1할을 시로 돌려주길 청구하지만 법을 내세운 수도원장에게 깔끔하게 거부당한다. 이에 그의 아들인 필립이 친구들과 몰려와 축일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에게 이를 설명하며 세금의 일부를 시에 납부할 것을 권하지만 묵살당한다.



"북쪽 사람과 남쪽 사람이 여기서 만났고, 둘 다 살해되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두 사람 다 모두 먼 곳에서 온 외지인에 돈 많은 장사꾼이지. 그렇다면 이곳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

-p.264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 토머스라는 상인의 오해로 필립은 기절할 정도로 머리를 얻어맞는다. 소동이 일어나니 당연하게 행정 보좌관 휴가 나타나 사라진 필립을 제외한 나머지 청년들을 모두 잡아간다. 그러나 강에서 갑자기 토머스의 시신이 떠오르며 휴와 캐드펠의 수사가 시작된다. 토머스의 상속녀이자 외조카인 에마, 사건 시각에 행적이 묘연한 필립, 세상의 모든 일을 알 것 같은 웨일스 상인 로드리, 삼촌을 잃은 에마를 한껏 위로해 주는 이보, 이보의 하인 더스탠과 유얼드. 이어지는 계속된 사건. 



"에마는 시신 처리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더하여 장인 목수의 분명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존중하는 방식 또한 잘 알았으며, 목수의 아이들이 대담하게 다가와 빤히 쳐다보고 말을 걸었을 땐 기꺼이 장단을 맞춰주는 여유도 부렸다."

-p.106


무엇인가 숨기는 듯한 에마이지만 아무리 캐내려고 노력해도 알 수가 없는 상황. 사건이 흐를수록 더 수상해지는 에마. 이런 에마에게 한눈에 반한 청년 이보와 필립. 에마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절대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캐드펠.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 온 원칙주의자의 대명사 같은 수도원장이 캐드펠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사건 해결을 위하여 한껏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얽히고설킨 인물들 덕분에 독자는 책이 절반이 넘어갈 때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도 잡지 못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에마는 왜 이렇게 수상쩍게 구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은 뒤로 갈수록 같은 구조의 레퍼토리가 이어져 때로는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시작했으니 끝내야겠다는 의무감에 끝까지 읽기는 하지만 말이다.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권 수를 더할수록 사건은 점점 복잡해져 가며 수법 또한 발전하여 뒤로 갈수록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왜 저명한 작가나 비평가들이 그녀를 추리소설의 대명사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하는지 이제야 슬슬 느끼게 된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성 베드로 축일의 마지막은 사건이 있은지 정확하게 두 달이 지난 후 프랑스로 피신했던 모드 황후와 그녀의 이복형제이자 최측근인 로버트 백작이 잉글랜드 데번 주 애런델 부근의 성에 입성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스티븐 왕 귀에 들어가면 뭔가 큰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마무리는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며 끝난다.


# 성베드로축일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정세랑작가추천작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