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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한 작가 디깅을 목적으로 작품을 읽다가 보면 처음에 작가나 등장인물에 대하여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차후에 새로운 정보가 더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이런 형상이 다른 도서보다 큰 편이었다. 아마 작가나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에 공부한 작가나 도서에 대한 내용 말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중 누구나 감탄이 나올만한 부분부터 짚고 난 후 오늘 소개할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작가의 길에 발을 늦게 들인 케이스였다.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인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77년 64세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하여 타계하기 한 해 전인 1994년 81세에 마지막 권을 마무리하였다. 이 시리즈 중 오늘 소개할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으며,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007시리즈의 이언 플레밍은 글을 쓰기 전에 전혀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가 40대 중반에 007을 처음 써서 흥행을 시켰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오늘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엘리스 피터스와 더불어 나이가 많아서 어떠한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철저하게 부술 인물들은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이 나이에 이런 도전이 어울릴까 고민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고민이었는지 깨닫게 해주고픈 누군가의 소망이 닿은 느낌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관하여 아주 작은 스포를 하나 하려고 한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너무 흥미로워서 혼자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실존 인물에 관하여 짧은 코멘트가 달려 있다. 여기에 캐드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아 마냥 허구의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알게 된 정보에는 그가 실존 인물이며 무려 17년간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다가 60이 다 되어서야 수사가 된 인물이라고 한다. 시리즈 내의 도서에 이 부분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니 몰입도가 몇 배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서 수도사의 두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는 투구꽃의 예명이었는데 한동안 이것으로 미디어가 뜨거웠으니 많이 아실 것이다. 투구꽃에 이런저런 것을 넣고 만들면 먹거나 상처가 난 곳에 묻었을 때 독약이 되어 치명적이지만, 관절염에 굉장히 좋다고 본문에서는 나온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관절염 특효약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투구꽃』이라는 제목보다 훨씬 작품 분위기에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에 손님 자격으로 수도원에 들어오겠다는 사람,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유산은 전부 수도원에 기탁한 채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식과 의복과 연료 따위를 지급받으며 은거하겠다는 그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p.24
전작에서 범인을 잡은 지 몇 달이 흘러 수도원에 겨울이 왔다. 날이 추워지고 궂어지면 가장 먼저 표시가 나는 것이 연로한 분들의 관절염. 수사들 중에도 이런 분이 있어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본초학을 바탕으로 관절염 약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준다. 절대 상처 난 곳에 발라서 안 되며, 발라준 이도 이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정도로 약이면서 치명적인 독이라는 것을 환자나 간호하는 이에게 강조한다.
"아직 그럴 수 없습니다. 에드먼드 형제. 이 죽음은 자연사가 아닙니다. 음식물에 섞인 독에 의한 죽음이에요. 행정 장관에게 맡겨야 할 사건이니, 그때까지 이곳에 있는 어떤 것도 만지거나 옮겨서는 안 됩니다."
- p.65
지방의 영주 보넬 씨가 자신의 전 재산(영지 포함)을 수도원에 기증한 후 늙어 죽을 때까지 보살핌을 받기 위하여 이곳으로 들어온다. 원래는 들어오기 전에 계약이 우선이지만, 지난번 슈루즈베리에서의 전투 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못마땅한 스티븐 왕으로 인해 수도원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일단 이사를 먼저 하게 되었다. 즉, 계약할 때까지 수도원에서 보넬 씨의 마음이 바뀌지 않기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이런 이유로 그를 위하여 부수도원장이 자신을 위하여 바쳐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덜어서 그에게 보낸다.
"캐드펠은 생각에 잠겨 밖으로 나왔다. 뜰에 서자 낮게 뜬 겨울의 태양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눈이 아찔해지며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아찔한 순간, 그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p.233
그러나 보넬은 이것을 먹고 새파랗게 질려 죽어버린다. 여기에 쓰인 것이 바로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독극물. 그의 집에는 캐드펠의 오랜 전 연인이자 보넬과 재혼한 아내, 그녀가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낳아온 늦둥이 아들 에드윈, 보넬 씨가 하녀로부터 얻은 메이리그, 자유민이었던 이의 아들을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농노로 만든 엘프릭, 아내의 먼 친척인 하녀 알디스가 있었다. 먼저 남편은 의붓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써 놓았는데 이것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물론 작품 내에서는 이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과연 이들 중 누가 무슨 이유로 보넬 씨의 음식에 독극물을 넣었을까?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은 범인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서야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들이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당시가 무정부 시대이자 봉건 시대여서 법의 적용 방법이 우리와 많이 달랐고, 보넬 씨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자가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심지어 행정관의 표적 수사 덕분에 무고한 자를 지키고 그의 억울한 점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겹쳐 독자의 눈을 교묘하게 가린 것도 한몫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2권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자 휴 베링어가 재등장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 앞으로의 작품에 더욱 큰 기대감이 생겼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까지 읽고 나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선』이라는 단어이다. 스토리의 기본은 추악한 사건 해결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것은 언제나 선악에 따른 인과응보, 권선징악이었다. 덕분에 차디찬 피살 사건의 수사물이지만 그 끝은 항상 독자의 마음에 은은한 따스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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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