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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더운 여름이 오면 문화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장르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전통적인 도서로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전집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탐정의 자리는 경찰로 대체되면서 추리는 과학적 검증으로 바뀌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나 올여름에는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덕분에 전통 추리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시리즈의 첫 번째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소개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1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부터 다섯 권씩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는 5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실제 존재했던 장소, 기관, 인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그려진 허구라는 것이다. 덕분에 읽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허구로만 구성된 책보다 몰입도가 크다. 게다가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이며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소설이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어서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전작의 스포를 받고 싶지 않다면 1권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 소개>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영국의 슈롭셔주에서 태어났으며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스스로 움베르토 에코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추리 소설의 여왕인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소설인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 현대 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21권 출간한다. 1995년 고향에서 타계하였다.
<작품의 배경과 특징>
캐스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은 12세기 영국 헨리 1세가 죽고 난 후 스티븐 왕과 마틸다 왕비로 더 알려진 모드 황후 시대에 실존했던 수도원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분위기를 띤 작품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보다는 2세기 정도 전 섬나라인 영국이 배경이어서인지 장미의 이름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여성에 대한 인권이 조금 더 보장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처럼 난해한 부분이 없어 누구나 읽으면 빠져들 작품이다.
<줄거리(스포 없음)>
"혹시 내가 기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 진정한 긴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그러자 문득 기쁨과 위안이 찾아왔다."
-p.331
베네딕토회의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에 기적을 창조하는 성자들의 유골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한 열정을 넘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1년을 넘게 국경 지방을 샅샅이 돌아다닐 정도로. 이런 그들에게 귀더린의 위니프리드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도 상상도 못 할 기이한 방법으로. 우리의 주인공 캐드펠과 부수도원장, 그의 심복 등 여러 수사들이 귀더린을 향하여 떠난다. 도착하기 전 주교와 왕자의 허락까지 받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유골을 거두어 가려고 한다.
"안 돼! 아무것도 만지지 말게!
아직은 안 되네!
부친을 내버려두게!
이분이 죽음을 통해 하신 말씀을 들어야 해!"
-p.131
물론 캐드펠 수사는 유골이 탐 나서 동행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꿍꿍이가 궁금하여 합류한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의 수사와 마을 대표인 리샤르트를 설득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수도원장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러 1차 협상 때 리샤르트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든다. 결국 그에게 사과를 한 부수도원장은 2차 협상의 약속을 이끌어 낸다. 2차 협상을 위하여 만나기로 한 날 무슨 일인지 리샤르트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그를 찾아 나서지만 리샤르트의 주검만 발견한다.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죽였으며 수사들은 무사히 성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생각>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수도원장과 부수도원장, 주교나 왕자는 실존 인물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열면 제일 처음에 중세 슈롭셔와 웨일스의 지도, 수도원의 내부 안내도가 나온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이동 경로나 인물에 대하여 머릿속으로 그리기가 수월했다. 게다가 오로지 두뇌 싸움만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캐드펠로 인하여 독자도 범인을 찾는 수단과 범인을 찾기 위하여 자신도 모르게 치열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덕분에 더위는 자연스레 잊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DNA만 있으면 특별한 증거나 증인이 없더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요즘 미스터리 스릴러는 독자가 가지는 감정의 폭을 굉장히 넓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즐거움은 있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읽으면서 현실성과 과학성을 끝도 없이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Ⅰ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꽤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예를 들자면 헤비메탈과 클래식의 차이 같달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더운 요즘 잠시 자신에게 릴랙스할 여유를 주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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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