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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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현재로서 상상하기 힘든 발전된 모습에 매료되어 SF 소설을 보았다. 그러나 읽은 책의 높이가 쌓일수록 SF 소설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판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들의 시대를 비판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풍자소설이라는 장르가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현대는 오히려 SF 장르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은유를 강하게 사용하지만 그 시대에 따라 각 장르가 심리적으로 와닿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읽고 소개하는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에서도 그런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엄청 유명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저자 월터 테비스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자. 우리는 이 작가를 책보다 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바로 그 유명한 체스 천재의 이야기 퀸스 갬빗이다. 그래서 월터 테비스는 퀸스 갬빗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그 외에도 영화로 제작된 당구 주제의 허슬러와 컬로 오브 머니가 있으며 SF 소설로는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오늘 소개하는 모킹버드가 있다.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모킹버드를 수식하는 말로 40년 전에 그린 400년 후 미래가 있다. 1984년에 타계했으며 이번에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그의 저서를 모아 월터 테비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로버트 스포포스. 그는 메이크 나인 로봇이고, 인간의 기발한 독창성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정교한 기계였다."

-p.18


작품의 주요 인물은 스포포스라는 지구상 최고의 로봇과 인간인 폴, 그의 연인 메리 루이다. 물론 이름도 없는 로봇과 폴이 살면서 만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인연들도 있다. 작품은 이 세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13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는 2460년 대이며 로봇이 인간들을 돌보며 사는 시대이다. 모든 인간은 바륨이라는 최면제와 대마초로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최면제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며 언제나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며 그 양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데 엄청난 음모까지 내재되어 있는 최면제였다.



"우리는 매일 한 시간 동안 개인 영역 지키기 훈련과 마음 평정 유지 훈련을 받았다. 방 안 가득 같은 나이 대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빛과 색깔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존재를 망각하는 훈련이었다."

-p.60


게다가 텔레비전으로 각종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읽고, 쓰기를 전혀 못한다. 게다가 개인주의 성향을 강조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하도록 교육받는다. 이런 세상에서 처음으로 읽기를 할 줄 안다는 폴의 전화를 스포포스가 받고 그를 고용한다.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스포포스는 금속 뇌를 만들 때 실제 인간의 뇌에 남은 기억을 이용하였다. 문제는 이것이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꿈 등과 같이 어렴풋하게 다가와 매번 스포포스를 괴롭히는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실제 인간의 기억을 제대로 찾아 온전히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기 위하여 폴을 고용한 것이다.



"이제 9일째 그녀는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건 개인주의와 개인 영역 보호에 관한 모든 원칙에 반하는 행동이다."

-p.128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폴은 현재 우리처럼 완벽하게 글을 아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읽기만 하고 의미는 사전을 통하여 하나씩 학습하는 수준이다. 완벽한 통제 속에 있던 인간이었지만,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하나씩 깨달음으로 점점 변해간다.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것은 동물원에서 만난 메리 루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이런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통제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끌리며 결국 연인이 되고 이런 모습들은 결국 스포포스에게 걸려 법정에 회부되게 된다. 과연 로봇의 두뇌 지배로부터 벗어난 이들의 운명과 암울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책에 나온 대로, 덴버 사건이 있었던 시기 또는 그 이전에, 그러니까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된 후에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이 땅이 이렇게 '황폐화'된 건지 궁금했다.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했을 때, 역사도 같이 소멸한 걸까?"

-p.269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를 읽으면서 몇 가지 큰 주제를 느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책 읽기의 중요성이다. 로봇들이 인간을 세뇌시키고 컨트롤하기 위하여 한 행동 중에 약과 세뇌도 있지만, 이것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은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없앴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폴마저도 문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 문제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다. 



"그 모든 책은 -심지어 지루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들까지-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p.421​


그들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해야 할 것이 바로 짧은 영상이 아닌 긴 줄글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작가는 말은 하되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것이 되더라도 문해력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문해력인 것이다. 장르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SF 소설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교훈이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출간한 퀸스 갬빗의 아버지 월터 테비스의 SF 소설 모킹버드는 중간에 T.S 엘리엇의 시가 자주 등장한다. 평소에 시라는 장르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나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심리에 맞도록 짧게 인용한 덕분에 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말이 궁금한 분, 그의 다른 작품을 좋아하신 분, 40년 전에 본 400년 후의 미래가 궁금한 분, 읽기와 쓰기가 사라진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 분, SF 덕후이신 분들이라면 책에 빠져 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주는 모킹버드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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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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