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권력자편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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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험의 압박이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역사책이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전 시리즈를 다 소장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독자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접했을 때는 인류의 발자취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며, 이미 세계사를 조각조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성인이 볼 때에는 흩어진 조각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이번에 새롭게 나온 벌거벗은 세계사 권력자 편에 함께 빠져보자.


이미 많은 분이 아는 것처럼 이 시리즈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과 교보문고의 합작품이다. 붙여진 타이틀의 명성만 보더라도 별다른 의심 없이 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사라고 하면 서양의 중세 시대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독특하게도 중세 말기부터 아주 최근의 일까지 다루고 있어 역사적인 부분 이외에 거시 경제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리기에 최적의 책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특정 국가의 사람만이 아니라 세계를 주름잡는 힘 있는 국가들의 인물과 그 인물이 살던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이 얽혀 있어 시공간을 초월한 지구 전체를 그리기에 좋았던 것이었다.


첫 장은 우리가 중세 배경 TV 드라마에서 가장 단골로 나오던 여성 편력의 대가 헨리 8세와 여섯 명의 아내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마 가장 친근한 것이 두 번째 아내의 이야기인 천일의 스캔들의 주인공 앤 불린이 아닐까? 이쪽으로 포인트를 두면 남녀의 사랑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내면은 종교 개혁과 연관이 있다. 덕분에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로맨스 소설 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효과를 주는 장점이 있다. 결말이 언제나 슬픈 결혼 생활이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 한 쪽이 시린 느낌이다. 게다가 의외로 헨리 8세가 지금의 영국을 존재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국 해군의 아버지로 각인된 왕이라니! 사생활의 복잡성과 달리 정치적으로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양면성을 띤 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 제국에서 대제라는 호칭을 받은 두 대제의 이야기가 나온다. 표트르 대제와 예카트리나 대제인데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업 시간에 반드시 듣고 이름과 업적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날 것이다. 이 표트르 대제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롤 모델이라고 한다. 냉정하게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러시아를 사랑하고 지구상에 최고의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스스로가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모든 것을 배워왔던 표트르 대제. 긍정적인 요소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아주 희미하게 표트르 대제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현재의 상황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해 마시길!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세 번째 에피소드인 서태후였다. 서태후를 중국 역사와 연결하게 아주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이 작년 말에 읽었던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한중일 편'이었다. 희대의 악녀로만 알고 있었던 서태후였는데 작년에 읽었던 도서로 인하여 꽤 긍정적인 측면을 찾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에피소드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서태후의 악행이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설명들이 있어 한 명의 인간을 정말 제목 그대로 벌거벗긴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달까? 인간의 욕망과 시대의 불운이 겹쳐 만들어진 서태후를 꽤 옆에서 본 것 같아 꽤 만족스러웠다.


이후 불운의 아이콘인 케네디 가문, 처칠, 스탈린, 엘리자베스 2세, 도널드 트럼프, 푸틴, 빈 살만이 이어서 나온다. 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만 들어도 소속된 나라와 연계된 국가가 그려지면서 현재의 무기로 하는 생명이 오가는 전쟁과 총칼 없는 무역 전쟁에서 서로의 스탠스를 이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그려질 것이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중동의 종교와 역사를 공부한 것이었다. 이들은 우리와 달리 이들은 종교가 신념이고, 코란이 법이며, 무함마드 알리가 생명을 걸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미 공기 중의 먼지가 되어 버린 이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음을 전혀 공감할 수 없겠지만 공부를 하면서 이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완독하고 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여행을 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책이 굉장히 객관적으로 쓰여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단적인 예로 서태후의 사치와 권력 욕심을 말하면서도 현재 전해오는 서태후에 관하여 나왔던 수많은 설들은 반대편의 권력 욕망과 미움 그리고 특정 집단의 목적을 위하여 부풀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리고 굉장히 스마트하기만 할 것 같던 윈스턴 처칠의 성적표와 전쟁에서의 실패도 함께 나란히 보여줘서 책을 읽고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즉,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독자가 간과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썼다.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어떤 것을 보거나, 어딘가를 여행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책 한 권으로 자신의 시야를 몇 배로 넓힐 수 있는데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개인적인 호불호를 제외하면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기존의 알던 것과 얽혀 스스로 상상의 문을 열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페이지 터너다. 소설책 읽는 것처럼 진짜 재밌다. 로맨스, 스릴러, 서스펜스가 범벅이 된 영화를 몇 편 본 기분이다. 게다가 자극적인 표현이나 묘사가 없어 자녀와 읽기에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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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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