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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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시작하면서 필사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고 꾸준하게 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깨달음을 주거나 고전일 때가 태반이다. 즉, 신선한 표현보다는 우아한 표현 위주로 필사를 했다는 말이다. 필사를 진행한 책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들어 뭔가 좀 신선한 표현들을 공책에 새기고 싶다는 갈망이 샘솟았다. 그러던 중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필사 책이라며 추천을 받았다. 필사 전 왜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여 읽어보았다.



​칼자국은 김애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사람만 좋고 무책임한 아버지와 성질은 급하고 무심하며 장난기 많은 어머니. 당연하게 생존 문제는 어머니 몫으로 돌아왔고, 국졸인 어머니이지만 음식 솜씨가 좋았기에 칼국수 가게를 연다. 가게 이름이 만나당이었다. 제과점 이름 같은 칼국수 가게여서 의아함이 스쳤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가난의 서글픔이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시렸다. 작가가 어린이 시절의 엄마부터 마지막 장례식 날 엄마까지의 이야기가 80페이지에 쓰여 있다. 두세 페이지마다 따뜻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책을 읽는 내도록 그 따스함이 배가 되었다. 



​처음 읽을 때 궁금했던 것도 완벽히 해소가 되었다. 책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끝까지 유지가 된다. 담담하지만 슬픔보다는 따스함을 얘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에 보여 독자가 마음대로 슬픔에 빠지게 만들지 않게 하는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다. 또한 표현 방법이 굉장히 독특한 편이었다. 그게 이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어떻게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달까. 어느 한곳만 뚝 잘라서 필사하기엔 단어 하나하나가 아까울 정도였다. 다행히 짧아서 통필사로 진행해도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아 전체를 필사해 볼 생각이다. 



​혹시 글쓰기를 할 때 참신한 표현이나 문체가 궁금하여 필사를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을 적극적으로 추천드린다. 게다가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녀와 같이 읽기에도 좋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이 심히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문장을 공유하며 오늘의 서평을 마치려고 한다.



"오른손이 칼질을 하는 동안 왼손 손가락 두 개는 칼 박자에 맞춰 아장아장 뒷걸음쳤다."


칼자국 김애란 p.16



​"칼은 도마 위를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어머니의 손은 빨랐고 칼 박자는 경쾌했다."


칼자국 김애란 p.42



​"저 삼촌과 저 사촌과 이 육촌은 아무 데서나 출몰했다. 그들의 얼굴은 곧 내 얼굴이기도 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내 이마를 만나고, 신발장 앞에서 내 콧잔등을 만나고, 주차장에서 내 쌍꺼풀을 만났다."


칼자국 김애란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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