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 아작 YA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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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지인이 읽는 것을 보고 제목이 독특하여 눈길을 끈 레이 브래드버리의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 소감을 듣는 순간 바로 주문해서 읽었을 정도로 호기심이 이는 책이었다. 책은 120여 페이지로 매우 얇은 편이고 이야기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페이지 터너'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머릿속을 꽤 복잡하게 만드는 책이어서 쉽지만 킬링 타임용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먼저 작가가 익숙하지 않아 잠시 살펴보자면 20세기 SF 문학의 입지를 주류 문학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라고 한다. 의미는 다르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로켓맨'이라는 용어의 창시자라고 하며 장르 소설 작가로서는 최초로 전미도서재단 평생 공로상을 시작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모비딕의 각본 집필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분이시라고 하는데 일단 나는 이번 책으로 레이 브래드버리를 처음 만났다.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는 무려 66년 전의 작품이다. 사실 이 말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20년 전의 문화만 해도 고전물 같은데 66년 전이면 아무리 SF 장르물이더라도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경은 2349년이며 이미 화성을 점령하여 그곳에 사람이 살면서 개발까지 하고 있었다. 당장은 실현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세균 때문에 인간에게 해롭다고 선정하여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모두 소각하는 부분은 터무니없다기보다 실제로 먼 미래에는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더 몰입이 되었다.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남은 묘지의 철거 작업 도중 작업 시간이 다 되어 퇴근한 인부들이 아직 손대지 못한 관에서 시체가 좀비로 되살아나면서 시작이 된다. 이 책의 묘미는 스토리 자체보다 그 배경이지 않을까 한다. 2349년은 인간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범죄가 없어 경찰도 존재하지 않으며 불면증과 같은 질병도 없다. 게다가 인간을 좀먹는 분노, 두려움, 의심,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체와 상상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책에서 유일하게 문제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깨어난 시체뿐이다. 즉, 모든 인간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데 오히려 숨을 쉬지 않는 시체에서 인간의 냄새가 난달까.




상황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있어 오히려 두려움을 야기하는 2349년의 지구. 읽으면서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강제적으로 인간을 감시하여 세뇌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아 등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무덤에서 나온 주인공인  윌리엄 랜트리. 스스로 자신을 향해 "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랜트리가 이 말을 할 때는 시공간을 초월한 단 하나의 존재라는 의미가 강해서인지 꽤 슬프게 다가왔다. 이런 랜트리가 동료를 만들기 위하여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2349년을 사는 인간들은 우리가 거장이라고 느끼는 애드거 앨러 포나 로드 던세이니나 앰브로즈 비어즈에 대한 판단을 보면서 두려움과 함께 의문점이 생겼다. 약 300년 후의 사람들이 우리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기원전 4~5천 년 전의 수메르 문명에 대하여 제대로 말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얇디얇으면서 술술 넘어가는 책 한 권을 읽고 하루 종일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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