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3부작과는 달리 샤이닝에는 마침표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마침표 사용은 아니며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마침표 사용량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이것으로 인하여 주인공이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심리를 굉장히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질문의 형식에 물음표가 존재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더 몽환적이며 질문이 질문이 아니라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주인공의 깨달음으로 가는 독백으로 느껴지는 특이함도 있다.
3부작과 마찬가지로 샤이닝에서도 반복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는 오히려 정반대랄까? 3부작의 반복은 동화적·연결적 느낌이 강했다면 샤이닝의 반복은 혼란스러움과 바람 그리고 정돈에 더 가까웠다. 아무래도 인간의 마지막인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이기에. 이야기는 사람이 없는 숲속에서 고립되고 길을 잃고 눈이 오면서 하얀 빛, 부모님의 형상,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부모님의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이것이 주인공이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꽤 묘해진다.
샤이닝은 80페이지 정도의 단편 소설에 속한다. 사실, 얇다는 것에 힘을 얻어 주말 낮에 읽은 것인데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아 책을 덮고도 여운에서 쉽게 가시지 않았다. 과거라면 장년층이 넘어가면서 생각하는 것이 죽음이겠지만, 요즘은 각종 공해와 오염으로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샤이닝의 주제는 죽음이지만 오히려 책을 덮고 나면 삶에 대하여 고찰하게 된다. 자신의 삶의 의미와 마지막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