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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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접한 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었다. 아마 거시 경제 공부를 조금만 해 본 사람이라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모르시는 분을 위하여 잠깐 언급을 하자면,  1973년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4차 중동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하였고, 중동 산유국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석유 감산을 결정하고 유가를 인상하면서 석유 무기화를 선언하였다. 언제나 유가상승은 국제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지구촌에 인플레이션을 몰고 오는 주범이 되었으며,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것에도 직격타가 되었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폴 볼커가 상상도 하기 힘든 사채 수준의 금리까지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잡혔고, 그 결과물로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였다. 


​이런 금리 인상은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때를 놓치지 않은 일본은 자국의 물품을 미국에 수출하면서 큰 이익을 보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은 일본으로 하여금 엔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플라자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일본이 저성장의 길을 걸으며 장기 침체까지 이르러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물론, 이후 두 번의 지진과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금융 위기(한국의 IMF) 등등 여러 요인이 얹어지면서 회복이 요원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 공부하면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결코 일본과 단절될 수 없으며 언제나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보다 경제나 사회 문제 등은 언제나 앞서서 진행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번에 선택한 책은 미래의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문제가 어떻게 드러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이런 문제 상황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한 방법 등이 잘 나타나 있는 정희선 작가님의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본 파트는 현재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 관련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미 지구 전체가 멀지 않은 시기에 고령화에 접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고찰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인간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먹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 풍토를 많이 경험했다. 심지어 심각한 경우에는 선거에서 청년의 한 표를 위하여 사회 지도층이 앞서서 노인층을 공격하는 것까지 목격하였다. 그러나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에서는 단순하게 문제 지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면서 윈윈 전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한국인이어서인지 일본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았다.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는 단어만 들어도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강제 징용에 끌려간 할아버지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문에서 일본인들이 고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기엔 너무나도 현명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한편으로는 인간적이기까지 하였다. 나에게 당장 불이익이 온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로 몰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베이스를 가지고 시행한 정책과 사업들은 우리가 무조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책 본문에서 가장 깊이 다가왔던 문구는 다음과 같다.


"고령자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고령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시니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by 정희선 p.163"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타인과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름으로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외면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본 것 같았다. 단순히 그들은 이럴 것이라는 편견에서 시작하는 생각이 아닌 그들도 나와 같은 이들이라는 선에서 시작하는 이해가 가장 시급한 부분이 아닐까? 


​과거에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오로지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국민연금'이었다. 하지만, 본문에는 젊은 층의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연금으로 시니어층을 먹여살리라고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하나의 사업을 일으킬 경제의 한 파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조금 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조금 더 기술이 필요할 뿐이라고 일본의 기업들은 말한다. 10년 전이었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직 도약할 부분이 많기에 이 부분은 미래의 인재들에게 미루고 아이디어에 더 치중했겠지만, 이제는 기술력으로도 부족하지 않아 두 개를 접합함으로써 충분히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의 60세 이상이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큰 시장을 단순히 비난만 하면서 버릴 것인가는 개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그 외에도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에서는 Z세대의 생각과 소비 성향,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 등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제들을 직접 실행하고 있고, 이것으로 실제 수익을 내고 있는 - 심지어 어지간한 기업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다 -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비즈니스를 하려는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될 책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미래를 앞서서 경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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