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책의 전체를 받은 것이 아니라 가제본 약 9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읽고 쓰는 #사전서평단 으로 쓰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처음 책장을 열기 전 주제가 과히 가벼울 것 같지 않아 크게 심호흡부터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페이지가 한겨울 새벽 아직 해도 뜨기 전의 배경 속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암시를 줍니다.(물론, 결말까지 읽은 것이 아니어서 엔딩을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부여잡고 제발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 얘기는 없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데 첫 페이지의 암시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전개였습니다. 이야기는 현재에서 시작하여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는데 주인공인 정윤옥 선생님의 삶이 정말로 많이 먹먹했습니다.





가정사로 보자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여자 혼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이 들었을 텐데 여기에 하나 더 얹어서 막내아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인공은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어머니가 방직 공장에서 일할 때 동생을 돌봐야 했고요. 결국 어머니는 큰 결심을 합니다. 아들을 시설로 보내기로요. 그런데 이것이 어머니와 주인공에게 평생에 한으로 남을 사건으로 변질되게 되어 서로 심리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도 않고 속으로만 삭히고 웁니다. 어머니가 다니던 방직 공장은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전혀 챙겨주지 않고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하여 속옷 차림으로 결사 투항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짧게 나오면서 지나가지만, 과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동자의 기본권을 무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현재는 그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아직도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개인사도 눈물 나는데 저는 교권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가슴이 답답하면서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본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정윤옥 선생님은 1학년 담임과 국어 과목을 맡고 있으며 그 반에는 뇌 병변 장애가 있는 시영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동생의 상황과 맞물려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학년을 옮겨 시영이가 있는 2학년 담임을 맡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이 부릅니다. 그건 안 되겠다고. 그 이유가 교육 수요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요즘은 학부모나 제자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로 불리는 모양입니다. 교육 수요자들의 반대 이유는 수업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학부모들이 본 다음 감상평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좀 살펴보자면



50분 수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았음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망쳤음

교과서에도 없는 언어학 수업을 했음

참관자로서 교사의 질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음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았음

학생들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분위기였음

대안학교 수업을 공립학교에서 하고 있음



이었습니다. 반대 이유만 놓고 보자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50분짜리 수업 하나 영상으로 보고 판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며, 50분 내도록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이 절반 이상 되는 학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심지어 내 아이는 장애가 있는 학생과 한 반에서 공부하는 것이 싫다는 얘기로 보이기도 하고요. 정윤옥 선생님은 더는 대항할 힘이 없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물러섰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담임을 하면 뭔가 특별한 혜택이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찰나 뉴스 기사에 이런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윤 대통령 “월 13만원 담임수당 50% 이상 인상”…교사들에 약속
‘교권보호 4법’ 공포 계기 현장교사들과 간담회20년간 동결된 보직수당은 2배 이상 올리기로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11161.html





제 눈에는 겨우 13만 원 더 받으면서 학부모들에게는 온갖 수모를 겪는 담임인데 굳이 하고 싶어 할 이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 정도 급여 차이라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로 맡는 것이 담임인 것 같은데 그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지금 맡은 반이 2학년으로 올라가도 자신이 맡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참다운 스승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교육 수요자들이 반대를 하기에 아마도 담임의 자리는 내놓으면서 이야기 전개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참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과연 작가는 이 많은 문제를 화두에 던져 놓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100% 유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윤옥 선생님의 죽음은 본인에게 과연 해피엔딩인지 언해피엔딩인지 추측이 불가능하여 더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다산북스 에서 #지켜야할세계 출간 전입니다. 보통 소설책은 E북으로 많이 읽는데 이 책은 아마도 출간함과 동시에 종이책으로 바로 주문하여 호기심을 충족시킬 것 같습니다. 90페이지를 단 한 번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릴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고, 만연체의 문장이 아니어서 속독으로도 이해하기에 좋았습니다. 사실, #문경민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해보는데 자극적인 사건 없이 수수한 일상을 바탕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시는 분으로 유명하였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비록 책에서지만, 교육 수요자라는 말에서 진정한 선생님이라는 말로 이야기가 끝맺었으면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스승의 그림자는 밟으면 안 된다면서 킥킥거리고,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잘못하면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면서 아이의 손을 선생님께 건네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업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이 마음을 달랠 수 있고,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결말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교감 선생님과의 면담 이후 체념하는 마음으로 거울을 보게 되면서 나오는 정윤옥 선생님의 심경을 잘 나타내는 구절을 적으면서 서평을 마치려고 합니다. ​



거울에 비친 얼굴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달랐다. 윤옥은 거울에 오른손을 갖다 댔다. 손바닥으로 차가운 기운이 스몄고 거울 표면에 부연 김이 퍼져나갔다. 서글픈 마음에 눈길이 아래로 떨어졌다.

지켜야 할 세상 by 문경민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