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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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대한 관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경기일 때가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 더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이런 관심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도록 하죠.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제가 의외로 학습을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남는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나오는 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경제는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파트인 것 같아. 공부를 해도 머릿 속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어.

두 번째, 분명히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책을 덮고 현실에 적용을 시키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모르겠어.

세 번째, 내가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적용시켰지만, 왜인지 잘 맞지가 않아.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인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아주 호기롭게 경제 신문과 함께 각종 블로그, 경제 서적들을 펴놓고 공부를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나랑은 맞지 않는 분야인 것 같아서 포기해야겠다는 말로 귀결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만약 위 세 가지를 한 번이라도 겪었고, 아직 그 해법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오건영 작가님의 위기의 역사를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그럼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이해가 쉽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서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이해가 되어야 흥미를 가지고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경제 어렵습니다. 한글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영어 혹은 한자어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이런 용어를 찾아보면 그 설명마저 어려워서 또 다시 검색에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즉, 책 한 권 읽는 시간은 엄청 오래 걸리지만, 책을 덮고 났을 때 이해하는 양은 터무니 없이 적은 편이죠. 쉽게 말해 지루하고 힘은 든데 남는 것은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위기의 역사도 경제에 관련된 서적이기에 영어, 한자어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를 쉽게 풀이도 해 놓았습니다. 단순하게 딱딱한 교과서 같은 느낌의 풀이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가 "내가 대학교 다닐 적에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왜 그런지 알아? 짜식 모르는구나~ 잘 봐 니가 몸이 아파.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했지? 그런데 이틀 입원하면서 약을 먹으니 몸이 다 나은 거 같은거야. 그래서 의사는 안 된댔는데 니가 고집을 부려서 퇴원을 했어. 그랬더니 집 가서 하루만에 다시 아파서 또 입원을 해야 되네? 여기서 니 몸이 경제고 아픈게 인플레이션이고 병원이 연준이고 약이 금리 인상이야. 그러니 잘 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묘하게 경제 용어가 나오는데 이것을 일상적인 용어로 해설을 해 놓으니 이해가 아주 쉽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경제!>


우리가 경제 공부를 하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거나, 적용이 힘든 이유가 바로 이 연결고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 곡선, 공급 곡선의 움직임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쉽게 이해합니다. 그런데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런데 금리를 인상하는데 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게 됩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일본의 엔저 현상이 왜 미국의 영향이고, 이것으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른 나라 말로 방언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소비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중국에서 소비가 활성화되어 미국의 경제가 살아나는지 정도의 내용이 나오면 그냥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결고리를 생각하지 않고 모두 하나씩 떼어서 공부한 부작용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연결하여 공부하기에는 경제학도가 아닌 이상 그리고 시사상식에 아주 밝지 않는 이상 어디에서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의 역사는 이 연결고리를 아주 쉽게 설명해 놓았더군요. 제가 서평 초기에 이 책을 한 줄로 표현한 것이 바로 '오건영 지휘자의 이코노미 오케스트라의 공연를 글자로 들려준 책'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섬세하게 조율하여 하모니가 맞도록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리먼 파산 직후 현금의 중요성으로 인해 각국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장기 국채의 금리도 오릅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오르고 부동산도 취약해지게 되고......이런 식으로 하나씩 떼어서 설명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을 상대로 경제 용어와 용어 사이, 한 나라의 경제 상황과 정책 사이, 각 국의 정책과 다른 국가와의 사이 전체를 연결시키기에 더는 낱알로 돌아다니는 경제 지식이 아니라 실물 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확연한 책입니다.


​<한국의 현대 경제 위기 역사를 알 수 있다>


​사실, 작가님이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본문에는 누구나 들으면 공감할 수 있는 네 가지 큰 경제적 사건이 나옵니다. 1장에서는 외환위기(우리에겐 IMF로 더 익숙하죠), 2장에서는 닷컴 버블, 3장에서는 금융위기(리먼사태라고도 하죠), 인플레이션 위기(현재입니다)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 또한 하나씩 떼서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작가는 친절하게 각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줍니다. 그러면서 본문의 마지막에서 작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각각의 위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장기간의 안정적인 경제 환경 속에서 싹튼 안이함'과 '급격한 금융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역사가 던져주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찾고, 과거에 인류가 행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합니다."


​개인적으로 경제학과 출신이 제 기준에서 이 책만큼 한국의 현대 경제사를 서술해 놓은 책을 보지 못 했습니다. 단순히 서평을 써야 해서 좋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쉽다는 것을 느끼면서 감탄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가 과거 경제 위기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였는데 경기는 성장하지 않고 있고, 금리는 높고 수출은 잘 되지 않고 말이죠. 자! 그럼 대한민국에 제2의 IMF 혹은 제2의 금융위기가 올 것인지 궁금해겠죠? 책에서 확인해 보시죠.

항상 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거안사위‘라는 사자성어가 있죠. 편안함에 머물러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격언입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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