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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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이 분야에 문외한이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고, 스쳐 지나갔을 작품들.

"아름다운 것에 가능한 한 많이 감탄하렴.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어."

책 소개 글에 담긴 이 한 마디에 🫨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 각 인물로 들어본 바 많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분들이다.

그저 너무 많이 들어보았기에 성함을 아는 정도, 딱 이에 그친다.

그나마 <서시>, <Starry Night>, <Self-portrait>,

<Portrait of Doctor Gachet>, <Irises>, <Cafe Terrace>

그리고 한때 폭 빠졌던 <The Portraits of Joseph Roulin>은

한 번씩 접했다.

이마저도 지나간 일이지만.

그런데 '별'이라는 link로 두 분을 엮고,

<서시>와 <Starry Night>,

서시를 읽은 후, 그림을 보았을 때 그 배가 되는 전율을,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자화상>과

<Self-portrait>의 쓸쓸함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이에 머물지 않고 타 작품들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졌고,

저녁달에서 하드커버로 나온, <동주와 빈센트::열두 개의 달 시화집>을 쥐게 되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가슴 한 켠 쓰리면서도 괜스레 차분해지는 서시는

접할 때마다 그 배경을 알아서인지,

그저 윤동주 시인의 암담함이 전해져서인지

먹먹해진다.

고흐의 <Starry Night over the Rhone, 1888>과 연결된 시화.

동시대를 살지 않은 두 분임에도

저 별을 윤동주 시인이 세었을까, 보았을까 싶다.

노랑으로 밝게 비쳐지는 줄만 알았던

저 노오란 별빛들이

암담함에 잡혔구나. 그랬구나 하고는.


<자화상>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화상 같았다.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여 밉기도,

가엾기도, 동일하게 유지되는 그 모습이 다시금 밉기도,

버리고 가자니 그리운 그 마이너스적인 모습까지도.

이런 나보다 더 동일시되어 보인, 고흐의 <Self Portrait, 1889>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과 엮기 전에는

그저 은은한 파랑과 그의 과묵함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화상>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소년>도 <자화상>과 마찬가지로 고흐의 여인을 묘사한 작품과 잘 어울렸다.

거의 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돌아와 보는 밤>은 내 눈에는 화려한 색상으로 비친 고흐의 <Vincent's Bedroom in Arles, 1889>와 맞지 않으리라 여겼었다.

읽고 나니

아... 불을 끄옵고 낮의 연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연신 고개가 끄덕인다.

마루의 색 변화도 이내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는 시구에 연결되어버린다.

모든 걸 엮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이번 열두 달 시화집 덕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등

바로 옆에서 같은 것을 묘사함이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윤동주 시인과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설명란을 다시 들락거렸다.

윤동주 시인은 1917~1945의 시대를,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1853~1890을 살았으니

동시대가 아니구나 하며 돌아왔다.

<십자가>, <슬픈 족속>, <길>

<내일은 없다-어린 마음이 물은>, <식권>, <빨래>

<가을밤>, <참새>,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종시>까지

많은 부분이 바로 연이어졌던 시화집에서

유독 깊게 남은 작품들이다.

<종시>

종점이 시점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

사건이란 언제나 큰 데서 동기가 되는 것보다 오히려 적은 데서 더 많이 발작하는 것이다.

...

"그래 책장이나 뒤적뒤적하면 공분 줄 아나. 전차간에서 내다볼 수 있는 광경, 정거장에서 맛볼 수 있는 광경, 다시 기차 속에서 대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생활 아닌 것이 없거든."

이 꾸러미를 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씩 뜯어보기로 한다. 늙은이 얼굴이란 너무 오래 세파에 짜들어서 문제도 안 되겠거니와 그 젊은이들 낯짝이란 도무지 말씀이 아니다. 열이면 열이다 우수 그것이요, 백이면 백이 다 비참 그것이다. 이들에게 웃음이란 가물에 콩싹이다. 필경 귀여우리라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의 얼굴이란 너무나 창백하다.

...

이윽고 터널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데 거리 한가운데 지하철도도 아닌 터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냐. 이 턴러이란 인류역사의 암흑시대요, 인생행로의 고민상이다.

그의 필력에 그림이 펼쳐진 듯했다.

이렇게 표현하지 못한 나에게 책 뒤표지는

그림은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라고 알려준다.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124편)와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129점)와 함께

더불어 반가웠던 <On the Outskirts of Paris, 1887> 기록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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