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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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 이은경 선생님의 자녀 교육 에세이.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태도에 관하여라는 부제와 함께 온,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사로잡힌 건, '관찰자'였다.

나 또한 관찰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라는

고백조로 혹은 완결, 이 또한 아니어도 시행 후 결과를 서적으로 내신 작가님에 비하면

사실 그에 비하지 않아도,

나는 많이 부족한 관찰자다.

다정한 관찰자님(작가님)께는 두 아이가 있다.

첫아이는 책가방을 챙기는 것도, 머리를 감은 후 거품 없이 나오는 것도,

물론 4명 만을 뽑는 학원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 당당히 한자리 차지했던 그 순간도

중학생의 시간에 중학생의 삶을 사는 기적과도 같은 아들.

둘째 아들은 노모가 아닌 듯하지만,

노모라고 본인을 칭하신 작가님이 007작전을 펼치게 하고,

신용 카드 긁고 다닌다는 아들이다.

'엥?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그저 미소 지어지는

이 친구를 향한 작가님의 표현을 빌려 몇 자 더 남겨보면,

이 친구는 5호선 남자이다.

'5호선에 머문다는 건가?' 싶다면, 그렇지는 않다!

특공무술을 배울 때 '그날'을 체험했고,

*그날이란, 아이가 홀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이다.

그날은 정말 그날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흐른 다른 날이 될 수도 있다.

이내 복잡함의 끝! 1호선으로의 환승이 필요한 수원 스타필드도 혼자 간 친구다.

넷플릭스가 작가님을 사로잡지 않았다면, (말이 사로잡다지만^^)

수원 스타필드도 그녀의 007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

읽는 내내 어? 혼자...?라며 가만히 계시는 작가님 뒤로하고 혼자 불안해했지만.

아이의 모든 경험을 함께 혹은 대신해줄 수 없고

내가 조바심에 섣불리 뱉은 말이

아이가 항상 나를 실망시키는 존재가,

나는 항상 우리 아이로부터 실망하는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음을.

후자는 그 말들이 없어도 실상 일어나는 일이니.^^;

이제야 떠올리며

그래도 잘했으니~하고 만다.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그늘 찾아 나선 자리에서 그늘은 못 찾고,

땡볕에 작은 바람 위안 삼아 읽었는데

더워서 그런 건지, 아직 관찰자가 아닌 개입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야 보인다. 이제야.

매 순간이 새로운 상황이다.

물론 전에 접했던 상황도 있지만, 그 상황과 이 순간의 온도, 습도도 다르다.

실험 컨디션이 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매 순간 긴장이다.

홀홀 떠나버린 엄마의 맴이 아닌,

얼굴은 웃지만 그 가면 속,

아슬아슬 얇은 줄 위에서 곡예를 한다.

그런데

그 가면, 눈과 숨을 쉴 코 부분이 뚫려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글로 읽었기에 덤덤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약간의 소름이었다.

아이에게 이 불안을 들키지 않으려 장착했던 그 가면이,

진정한 감정이 보이는 눈과

격해진 들숨 날숨이 새어나가는 코 부분이 뚫려있다니.

지금껏 잘 써왔다고 생각했던 가면이

그게 아니었음을 이제야 안다.

알았다라고 쓰지 않는 데는 아는 중인 지금이기에,

당황스러워 잔뜩 흔들리는 동공을 가면 덮어

가렸다고 생각한 채로 머리와 엉덩이는 잔뜩 뒤로 뺀 채,

이 문제를 해결한 선례를 찾는다.

'제게 도움을 주세요...'라는 절실함으로.

'제가 우리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우리 아이를 돕고자, 다른 이의 도움을 바란다.

이 책도 그런 마음에서 만났다.

"걔들이 너만 빼고 자기들끼리 놀았어?"

다정한 관찰자님의 둘째 보물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가 왕따인가?', '혹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물음표가 들 위 질문은

몸집은 크고 한없이 맑고 씩씩하지만

중학생임에도 초등학생의 삶을 살아가는 둘째 보물에 대한 일화를 보곤,

내 아이 편을 들어주는 느낌을 주고자 했던 말들이

이내 팔을 걷어올리고 내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있나 고개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분명 스스로를 관찰자라고 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작가님께서도

'엄마의 말들을 삼키지 않으면 아이는 영영 어른이 될 수 없다.

아이를 위해 뭐든 다 해주고 싶었던 엄마는 몇 마디 삼키지 못한 것뿐인데

아이를 영영 아이에 머물도록 만든다.'라고 남기셨다.

아...

그 누구보다 성장하고

이곳저곳에서 사랑과 따스함으로 함께 하기를 바랐던 내 보물이,

나의 섣부른 판단과 말 한마디에

이 우물 속에, 나만의 우물 속에 갇힐 뻔했구나.

'딱 하루'

뒤에 오는 이야기인데 위와 이어지는 느낌이다.

확신이 없을 때는 딱 하루만 해보고 다시 고민해 보라고 한다.

오늘 편한 마음으로 한 번 시도해 보고 아직 아니라는 사인이 보이면

한 달 후, 삼 개월 후, 반년 후, 일 년 후에 다시 고민하기로 미루어버리면 된다고.

그때는 틀림없이 될 테니 오늘 아니면 말고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라는 대범함과 게으름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딱 하루'.

그 딱 하루가 그날이 되고, 그날이 오늘이 될 테니.

백바지를 입고 들으셨던,

'규민이가 수업 시간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대요.',

'규민이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어요.',

'규민이가 크게 화를 내며 그 친구를 손으로 밀쳤다고 하더라고요.'

사춘기의 체취가 강하니 바디로션을 온몸에 덮어씌워 보내달라는 부탁, 그 머뭇거림까지

다행히 선생님의 속마음을 알아차리신 규민 어머님은

여느 엄마들처럼 나에 대한 말이 아닌, 자식에 대한 말이기에 데미지를 더 받고

이내 눈물을 꾹 삼킨다.

꾹 삼킨 눈물들도 있지만, 분기별로 모아 모아 펑펑 우는 날도 있기에

작가님의 <초등 매일 공부의 힘>에 적힌 말에 여러 엄마들의 눈물이 따랐다고 한다.

'이제 그만 불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여는 머리말이자,

엄마라는 역할을 지닌 사람으로서

불안이라는 감정과 매일을 싸워야 하는 엄마들, 그녀들의 마음을 대변했고 끌어내는 말이었으니.

지금 우리의 엄마들도

수련회 한 명만 가줘도 너무 좋았다는 말을 후에 들려주며,

아 그랬구나.

감정을 꽁꽁 싸맨 엄마의 그때 그 마음을 내가 그 자리에 올라 느껴본다.

혜진이와 지연, 작가님의 교사 시절 단짝.

사실 이은경 그녀였다.

그녀와 그녀 가족들의 이야기가 각 인물들에 담긴 채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자녀는 부모의 '가장 특별한 손님'입니다. -버지니아 사티어

부모 눈에만 사랑스럽고 우리 집에서만 왕이길 바라세요? 그렇다면 그렇게 키우세요.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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