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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애프터 눈, 나의 찐 인생! - 삶의 중반에서 나에게 던지는 셀프 인생 리뷰
정지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4월
평점 :
나의 인생에 유독 생각이 많았던 해였다.
정확히는 인생까지는 가지도 못한 채,
'나'에 대해 혹은 '나의 겉'에 대해 생각이 난무했다.
생각이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불안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 더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돌지 않는다.
지금 이 책을 읽고 마음 편히 짧은 글을 아카이브하는 시점에도 그저
뒷목이 너무 아프다.
머리는 먹먹하고, 난 또 내 마음과 달리 멈쳐버린 몸에 며칠을 내어주었는데
이 친구는 평소보다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주었지만,
그래도 난 이때쯤엔 두통과 메슥거림은 다 지워줄 줄 알았다.
헛된 희망이었음을 알았지만
그저 <굿 애프터 눈, 나의 찐 인생!>의 목차에서부터 받아온 은은함에 취해
한 번 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글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시간대별로 기록해둔 목차와
작가님의 은은함들이 나와 엄마가 가진 결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어 읽을 때만 해도
몸이 괜찮았다.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는 소리다.
책도 술술 읽히고 나와 비슷한 결인 분께서 글로 남겨놓아주신 기록은
또 다른 재미와 따스함을 선물해 주셨다.
지금은 또 허리 뒷쪽이 쿡쿡 쑤신다.
목뒤는 아직도 뻐근하고 머리는 누가 내 뇌를 물속에 넣어놓은 듯이 멍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지금에는,
그 기록을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 적으며 지웠다 적었다를 반복하는 오늘에 다가와서도
내가 이 책에서 느낀 커다라면서도 은은함은 표현하지 못한 채
작가님이 초반에 느끼셨던 공허함과 함께 이어지나 보다.
책을 읽으며, '아 이 책은 다시 읽고 싶다.'거나 '이 책은 00에게 선물하고 싶다.'라는 책이 있다.
이번 책은 두 곳에 다 해당한다.
작가님의 언급부터 조곤조곤 읊조리는 듯한 말들까지
그 생각이, 말이 글로 담겼을 때 전해지는 마음과 전율은 온전히 받아온 책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작가님 덕에 내 복잡함이 가라앉음과 수면 위로 올라옴을 반복하며
입가에 미소와 눈가에 슬픔을 번갈아가며 읽어 내려갔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저 도망쳐도 된다는, 그 도망침을 빙빙 돌아가며 살아가도 된다는 말도
그렇게 살아오던 나였지만 또 위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머리로 생각하는 게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더불어 막연한 길을 그저 걸어보는 것, 그 안에서 발견됨을 한 번 더 말씀해 주신 것도
조급함을 비쳐주신 것도
본가에 내려와 멍한 채로 있다 6개월 만에 했었던 일상 찾기를 회상시켜주신 것도
속도가 느리다 못해 가고 있긴 한가...?싶은 내게 속도 이론을 다시 언급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작가님.
위로가, 공감이, 그저 쉼이, 원동력이 필요하신 분들이
선선한 바람을 벗 삼아 읽으시면 좋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