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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평점 :
#여행이 좋다. 어릴 적에는 이곳저곳 다녀보고 싶었고, 그 순간의 느낌들을 사진에 담았었다. 그러다 '-' 딱 이 느낌, 나쁘고 좋은 건 없지만 딱 저 느낌만큼의 중립 기어?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한 번 멈추니 여행에 관한 시동은 잘 걸리지 않았고 왜인지 모르지만 그저 집에 머물렀었다. 분주한 발걸음과 - 상태 사이에 '기획'에 대한 관심이 생겼었다. 그전에는 기획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기획을 한다."라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 조금씩 눈여겨봤을 뿐. 이번에 읽었던 [기획자의 여행법]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여행하는 분의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보았던 것과 앞에서 언급한, '기획'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10년 차 기획자로 살아가고 계시는 작가님의 시야를 빌려볼 수 있었고, 그중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내용을 적어 두려 한다.
'대화로 욕망에 다가선다'로 시작한, 오덴세에서의 할머니와의 만남이 첫 번째 기록이다. 사실 이곳의 순간 기록은 여행의 발걸음이 잦아들었던 내 마음속 경종을 울려주어서였다. 파리에 가보기 전에는 꿈에 그리던 유럽의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방문해 마주한 파리는 나의 이상과 거리가 있었고, 두 번째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외로 이탈리아는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가보니 그곳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되어있을 정도로 좋았던 순간들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나라가 살기도 좋고 치안도 좋은데 굳이 다른 나라에 가야 하나와 유튜브로 보면 되지라는 마인드에 지배당했다. 그런 내게 작가님은 '가만히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 쉽게 여행지 풍경을 볼 수 있는데도 두 발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 사이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다.'라고 귀띔해 주셨다. 그렇다. 티비의 냄새를 맡지 못하듯, 그 순간에 있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주변인들의 감정, 그 파동을 느낄 수가 없다. 여행지에 방문해서 거리에 서 있을 때 모든 주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옥스퍼드 거리에서 가벼운 백팩에 아주 긴 목도리, 그리고 활짝 핀 미소와 함께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을 보았다. 보았지만 그녀가 뿜어내는 기운을 느꼈다. 만약 내가 여행을 해서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작가님이 오덴세에서 만난 에어비엔비 할머님도 미국에서 만난 가족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내 친해져서 이것저것 함께 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감정, 그리고 그 순간이 마음에 맴도는데 Fem family도 오랜만에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해준다. 그때의 감정의 전달로.
너무 여행에 관한 이야기만 한 것 같으니, 기획에 대해서도 적어보면 기획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건 줄 알았던 내게 기획이 새로움이 아닌 불편한 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란 걸 알려주었다. 더불어 스페인에서 우버를 사용할 때와 킥보드를 이용하고자 했지만 불가했던 이야기 등을 언급하며 개선점으로 볼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야를 보여주었다. 우버 리뷰가 300개가 된다는 소리에 바로 편히 이용하셨겠다 했는데, 우버 기사님께선 그 길에 들어갈 수 없으니 다른 위치에서 만나자고 했었고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지도와 통역 서비스가 없었다고 한다. 어플에 그것만 있어도 훨씬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더불어 책의 끝부분에서는 '내용 자체가 중요하지 문장의 조사 하나하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품으셨던 과거를 보여주시며, 결국 실행을 위해서는 기획이 존재한다고 할 때 실행할 사람을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도 기획자의 몫이라고 했다. 난 아직 앞의 내용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넘어가려고 노력하는 상태인데 괜히 오른쪽으로 넘어가신 모습을 보니, 이 방법이 맞구나 싶으면서도 더 노력할 맛이 나기도 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