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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쓰는 47가지 규칙이라는 부제가 있다. 소설과 약간의 거리가 있어서, 가끔 도전하는 개념으로 읽곤 하는 편에 가까워서 본 제목의 '이렇게 쓴다'를 보고 택했던 책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글은 무엇이 다르지?라는 사소한 물음에 대한 답은 뻔했다. 그 글들은 프로 작가가 썼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필력이 뛰어난 사람이겠지 정도에 그쳤었다. 아직도 이 생각의 비중이 크지만 이번 책의 정형화된 규칙은 약간은 그 부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만들어 주었던 거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몰랐지만 책 중간중간에, 정확히는 매번 규칙과 연관해 어느 부분인지 연관 지어 설명해 준 덕에 소설로 여러 단편을 읽은 것도 같았다. 여러 규칙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11번의 몇 번이고 같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건, 이 책의 저자 말대로 팬 서비스 같은데 나도 이 느낌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하게 해보기도 했는데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맨 마지막에는 작가의 책 제목부터 에디터와 작가의 부속 설명? 느낌도 적혀 있어서 그런지 전혀 몰랐던 작가였던 그의 글이 조금 친숙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1번 규칙이었던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는 건 놀라움이다. 처음에는 내가 책을 제대로 골랐나 하며 다시 읽곤 했었는데 이걸 딱딱하게 봐서 그러지 편히 보면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했고, 뛰어난 그의 필력 그 자체였다. 그게 규칙화된 거니 조금이라도 따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강력한 키워드 또한 가치 함축성을 제. 대.로 담아낸 소설 그 자체구나 싶다가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네? 하던 나는 참신한 조어의 '소확행'을 만들었다는 하루키에 아이스크림의 윗부분이 살짝 녹듯 약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었다. 물론 그 앞에 5번째 규칙이었던,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에서는 아.. 이렇게 쓰구나와 같은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어부터 시작해 익숙+경계가 풀림이 진행되어서 그런지 겨우 한 번에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번 책은 나와 다른 파트인데다 평소 잘 접하지 않던 글이어서 그런지 읽는데도 오래 걸렸고, 무엇보다 약간의 힘듦이 있었는데 이걸 기록으로 정리할 수가 없어서 머리가 꽤나 아팠었다. 마치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의 규칙처럼 나도.. 그랬으면 했을 정도니. 그 외에도 연도랑 비슷한 느낌이겠다 하며 읽었지만 문체는 깊구나 했던, 나이를 구체적으로 표시한다(20번 규칙)를 읽다가 금세 <해변의 카프카>와 함께 소개된, (아직도 등장인물의 이름은 신기하다^^) '음식'에 대한 풀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글들도 기억에 살짝씩 남아있다. 의외로 안 남은 편이어서 차례를 보며 더듬더듬 쓰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 책은 읽는 내내 어렵다... 하며 끊어읽어서 그런지 마음이 들어갔나 보다... 색과 고전음악을 활용한 부분도 좋았지만 처음 기록에 남겨야지 할 때만 해도 뭘.. 쓰지에 불과했으니. 2장에서는 하루키의 문체의 힘이라는 제목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나중에 이번 책처럼 천천히라도 카프카를 읽어봐야 할 거 같다. 의외로 중독성 있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