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 대범하게 시도하고, 열렬히 사랑하라
리쓰위안 지음, 오하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게으르다. 엉덩이를 의자에 오래 붙이는 힘도 부족하고 실행력도 관심 없는 분야에 관해서는 다소 느리다. 그래도 그 게으름 덩어리인 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참 모순되는 말이지만 쉼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이 부분만 보면 타인보다 대충 살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작은 애벌레가 꿈틀대듯, 대충 살고 싶지 않다며 가끔 나를 다잡는다. 아쉽게도 많이 늘어지는 편이지만 말이다.

평소 내 패턴이자 워너비인, 대충 살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듯해 궁금했다. 본인의 시간, 처해있는 환경을 어떻게 알차게 사용할지. 기대가 커서 그런지 아쉽게도 굳이 대충 살고 싶지 않다는 걸 표현하는 제목에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하나라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시 책을 꺼내 읽어보니 이 또한 다 물을 흐르게 하는 바람처럼 필요한 내용 중 하나였다. 다만 물이 흘러간다 보고 마는 것처럼 바람의 역할을 잊었을 뿐.

물을 흐르게 해주는 바람은 쓸모 있는가? 난 쓸모 있다고 본다. 그러면 바람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할조차 바람의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바람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일까? 참 쓸데없는 잡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들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속으로는 잡념을 하면서 더 깊은 곳에서는 쓸모 있는 무언가를 행함에 중점을 둔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했고 실제 내 삶에 대입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게 리쓰위안은 잔잔한 물을 흘려보내주었다. 이 또한 그가 읽은 책의 내용 중 하나였는데 우리가 허투루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 일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미리 깔아놓지 않은, 즉 생각지 못한 때에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이다. 우아한 백조의 물 밑처럼을 떠올리며 매번 열심히 살아야지를 다짐한 내게 저자는 다시 약간의 느긋함을 쥐여줬다. 분명 대충 살지 않는 삶인데 왠지 모르게 느긋함을 건네주던 책이다.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을 준비하는 그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빨리 결승선에 도달해야 하는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처럼 길게 뛰어서 그런지 저자는 다른 사람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지닌 듯했다. 그 돌아봄에 주위의 사람보다 뒤처진 듯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는 그는 그들과 뒤처진 자신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힘과 용기의 내포 여부로. 한 교실에서 어떤 면에서도 뛰어나지 않고 오히려 평범보다 못한 듯 보이는 B가 줄곧 발표, 사회자,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후에 동창회에서 선생님께서는 너희가 더 뛰어났지만 B가 손을 들고 행동을 취했기에 그 아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고 한다. B처럼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 반해 손을 듦을 주저하는 아이는 거절당함이 두려워 미리 시도를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쉽게도 후자에 속한다. 몸이 게을러서 그런지 생각으로 미리 결론까지 도달해서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이 부분이 내 단점임을 알기에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인지했을 때보단 내게 다가올 거절이 그려지면서도 몇 걸음은 나아가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 이런 내 모습을 몰랐을 때 이 부분을 봤다면 그렇군이라며 단순 지식적 측면으로만 접하고 지나쳤을 거다. 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많이 모르지만 그래도 그전보다는 스스로와 가까워진 지금이기에 이 책이 편하게 나를 다독이는 시간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시그마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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