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심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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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손에 책 한 권과 노란 형광펜을 들고 다녔다.




근래 나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었다. 책 한 권과 노란 형광펜.



(첫 문장) 책 한 권과 노란 형광펜.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 글을 잘 쓰지 못해서 서론-본론-결론의 틀이 아닌 의식의 흐름으로 작성한다. 내 블로그의 감상문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쓰였기 보단, 후에 이 책이 어땠는지 떠올리려고 내 생각을 옮겨 놓는 용도에 한정되어있다. 이기적 글쓰기, 글 못쓰는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고 무엇보다 내 부족한 글을 남에게 '이 글 읽어보실래요?'라거나 '읽어주세요.'라고 할 용기가 없다. 내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글을 다른 사람이 읽으면 더군다나 아는 사람이 읽으면 낯간지럽다. 그래서 블로그도 별명으로 가린 채 활동한다.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다.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하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너 참 똑똑하다. 말 잘한다.'라는 소리에 그런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어렸다. 그저 타인의 눈에 말 잘한다. 글도 꽤 쓰네~라는 말에 끄덕이며 내 장점으로 여기던 적이 있었다. 과거. 과거에 머무른다. 지금은 아니기에. 정확히 말하면 부정하게 된 지 꽤 됐다.



구분선 위에도 적어놓았지만, 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고 쓴다. 정확히는 의식의 흐름 그대로를 입을 통해 뱉고, 하얀 백지 위에 써 내려간다. 써 내려간다에서 내려간다에 더 치우쳐진 느낌으로.


토론에 참여하거나 참다가 상대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 말을 뱉어야 할 때는 나름 구조가 잡혀서 말이 퍼지는 듯하지만 평소에는 의식의 흐름, 그 자체다. 이것저것 지식 쇼핑을 좋아해서 의식이 흐르는 데로 그 조합들을 아무렇게, 틀 없이 내뱉어도 '말 잘한다~ 똑똑하다!'라고 바라봐 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오래 본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내가 얼마나 무식하게 말하고 쓰는지 안다. 아는 거라도 없으면 더 무식해 보였겠지. 지식 쇼핑이 책으로 단정되어버린 요즘에는 그렇게 보일 테다.


처음 적어보는 나의 치부다. 글에 나의 생각만 담아봤지 내 부끄러움은 얼렁뚱땅 넘어가기 일쑤였다. 꺼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 심원 선생님의 배움을 얻기 전까진 말이다. 노란 형광펜과 책을 들고 다닌 데는 책이 지닌 여운이 있었다. 일이 많아서 책을 잘 못 읽었는데도 빨리 다음 배움을 얻고 싶었다. 양옥순 할머님의 <양옥순 호강하네>를 시작으로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작가님의 표현을 옮겨 적고 싶은데 표절 부분을 읽고는 망설여지기에 '새로운 정의'라는 표현으로만;) 그리고 필사하고 싶은 말씀들이 담겨있었다.

글쓰기를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 옆의 사건을, 오늘 내가 본 일을 그저 기록하고 가상의 인물인 빙봉과 함께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형식을 취할 것을 권해주셨다. 우리의 일상이 곧 글감이니 평범해도 그 안을 들여다보아 다른 것과 차별점을 찾으면 되니 일단 사실을 기록하라고 하셔서 메모장에 글감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작은 변화지만 후에 글을 쓰기 위해선 큰 도움이 될 거다. 더불어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닌 타인이 공감해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담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나의 치부를 들어낸 거다. 글감이 너무 없으면 치부라도 써보라고 하셔서.

사실 글감은 구했지만 이 책의 도움으로 내가 지닌 부끄러움을, 남을 겨누는 입장 말고 화살촉을 나로 돌려 적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감상문 편에 적고 싶었다. 반디앤루니스라는 도서 판매 사이트 리뷰칸에는 내가 지닌 책인지, 내 인생의 책인지 체크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이다. 이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이 안타까울 정도다. 기존의 글쓰기 책들과 달리 실제 글을 씀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다줌은 물론이고 그 이외의 삶, 색안경, 가치관의 변화를 배운다. 배움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책도 가벼워서 미세먼지가 좋음 수치를 보이는 날에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읽으면 힐링 그 자체다.


작가님이 책을 통해 주신 배움을 조금 공유하자면, 주어, 서술어, 서술어 자릿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물론이고 '-것이다'라는 무엇으로 바꾸어야 하는지도 알려주신다. 글을 고치는 과정이 맞춤법, 문장을 보는 게 아니라 배치를 수정하는 거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생각해보면 배치 수정으로 글의 느낌이 달라진 경험을 했는데 이런 표현을 들은 적이 없다 보니 써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었던 경우였다.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그래서' 등도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신다. 상위 문장을 찾는 데에 그래서를 사용하라고 하셨다. 또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견해로 가는 파트도 견해에 대한 새로운 정의부터 활용법까지 언급해주신 덕에 지금까지 견해를 쉽게 생각한 걸 반성하며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육하원칙,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이 아닌 우리가 조금 더 편히 써먹을 수 있는 방법도 귀띔해주신다.


심리가 나타나는 장치는 무엇인지, 묘사와 서술의 차이, 주제어를 활용해 요약하는 법도 알 수 있었다. 분석과 비평 파트였던 20장의 많이 알면 뭐하나요 써먹지 못하는데에서는 우리가 흔히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던 뒤집어진 변기, <샘>은 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어야 하는 부분 더불어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 등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도 바라볼 수 있었다. 단순한 글쓰기 도움 책이 아니라 넓은 삶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외에도 이문열 선생님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글을 읽을 때 적용하는 기준이 단편적이면 안 된다는 조언도 주셨다. 더불어 286쪽에서 작가님께서 소개해주신 제임스 스콧 벨을 통해 얻는 표절 팁도 획기적이었다.







*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인생의 책,

심원 선생님의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를 제공받아

배움의 즐거움에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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