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조안빈 그림, 오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눈, 
그리고 쓸쓸함이 깃든 
가네코 미스즈의 눈이 동시에 담겨있다.

루시드폴님과 이효리 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가네코 미스즈의 시. 

내가 쓸쓸할 때라는 제목에서 쓸쓸함이 쌓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잠시 그녀의 시를 접하게 되었다.

 표지와 제목으로는 시의 내용도 하염없이 쓸쓸한 무언가를 함께 지닐 듯했다. 

실제로도 그녀의 쓸쓸함이 확 다가오던 작품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쓸쓸함에 앞서 아이의 눈, 모든 걸 사랑하는 그녀의 편안함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쓸쓸한 부분에서는 깊이가 깊다고 느껴졌지만 그 이유는 알지 못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옮김이 오하나 님의 글을 접하니 가네코 미스즈의 쓸쓸함이 깃든 삶이 그녀의 작품에 차가 우려지듯 퍼져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나는 이렇게 그녀의 시로 위로를 받고 미소를 지으며 쓸쓸함을 덮을 수 있는데 그녀는 그 힘든 시간을 홀로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했으니 그녀를 위로할 수 없음에 마지막 쓸쓸함을 느꼈던 내가 쓸쓸할 때였다. 

 하나같이 너무 예쁘고 소중한 그녀의 작품을 다 보여주고 싶지만 내게 다가온 부분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수많은 시들 중 몇 가지 시로 간추리고 그 시에서 부분만을 찍어왔다. 

*  책 이미지와 함께 보시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gingerna/221411191401)


 처음으로 소개할 부분은 도토리를 챙기다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곤 결국 도토리를 모두 버린다는 시였는데 조안빈 작가님의 그림과 가네코 미스즈의 시가 어우러지니 내가 도토리를 줍고 버리는 아이가 되어 비탈진 산길을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 정도의 몰입은 어느 시여도 가능하지 않나 싶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왠지 모르게 몰입하려는 마음도 없었던 내게 수채화 물감이 퍼지듯 들어온 시였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가네코 미스즈가 읊어주는 예쁘고 작은, 산골짜기에 있을 법한 마을을 그림으로 그려가다 마지막 '그러고서, 나는 무얼 했더라. / '기억이 안 나.'하고 생각하니 / 그것은 누군가에게 빌린, / 책 속의 삽화였습니다.'라는 구절이 머리에 느낌표를 띄웠다. 그녀의 표현과 작품으로 엿보는 마을에서 내가 경험한 것이 없으니 기억이 미비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 이후부터는 그녀의 시를 읽고 나와 조금이라도 더 연관 지어보려 했다. 사실 연관 짓지 않아도 충분한 작품들이었지만 약간의 연관성이라도 띠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담고 싶었다. 이 책은 10년 내지 15년 기간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는데 다음번에 읽을 때 내게 쌓인 세월은 어떤 느낌으로 그녀의 작품을 해석해줄지 궁금해진다.


 '그다음엔 더욱더, 쓸쓸해, / 정말로 오늘은, 쓸쓸해.' 내가 쓸쓸할 때에서 첫 쓸쓸함을 맛보았던 작품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본 기억이 있기에 그 쓸쓸함이 더 와닿았을까 싶었지만 감상문의 도입에서도 언급했듯 그녀의 쓸쓸함이 작품에 담겨있기에 그 크기가 더욱 크게 다가왔나 보다. 


 '풀이 파릇파릇 / 무성해지면, / 땅은 풀에 / 덮여 버릴 텐데......' 어머니 모르는 아기들을 거두어들여 홀로 키워온 땅은 자신이 그 아이들에게 묻혀버릴 미래도 모른 채 어쩌면 알고도 그 아이들을 무럭무럭 키워 어느 날엔 그 아이들의 밑에 그늘의 일부에 속해버릴 그들의 모습이 엄마와 나, 아빠와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파릇파릇 무성해진 우리를 키워주신 장본인들이자 우리의 성장으로 가려진 그들의 모습이.


 눈물이 흘러내리듯 웃음이 흘러넘치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에 하염없이 미소가 번졌다. 아이의 시각을 가진 그녀의 눈, 그 반짝임을 보고 싶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홀로 힘들었을 그녀를. 


 방울, 작은 새, 그리고 나. 모두 달라서 좋다는 가네코 미스즈. 천진난만한 그녀의 말들이 다시 한 번 가슴 아픈 쓸쓸함을 주었다. 그녀의 삶을 모르고 읽었을 때는 모두 사랑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정도였던 나의 작은 새와 방울과는 쓸쓸함이 담겨있던 글이었음이 이제야 보인다. 


 가네코 미스즈의 시 그리고 조안빈 작가님의 그림, 가네코 미스즈의 시를 읽어 볼 수 있도록 옮겨주신 오하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부족했던 2018년 12월, 내가 쓸쓸할 때의 감상문을 마치려 한다. 다음에 읽었을 때는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이겠지 하며.


* 내가 쓸쓸할 때를 창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gingerna의 감상문입니다.
다른 책에 관한 감상문을 보시고 싶거나 책 이미지와 함께 보시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gingerna/22141119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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