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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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gerna블로그_ https://blog.naver.com/gingerna/221358573990


 오랜만에 제목을 통해 생각을 품었던 책이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이 말을 하고 싶어요'를 제목이라 생각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동시에 수줍음을 보이는 듯해서 귀엽다 느꼈었다. 

 속지에 제목을 보고는 놀란 채 다시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시 본 제목은 '나는 이 말을'이 아닌,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라고 적혀있었다. ('을'이 빠진 것입니다.) 한없이 귀엽게만 느껴졌던 아이가 단호함을 보이자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깡을 쥐고 있는 듯하여 흐뭇함과 함께 빨간 책 가운데 빼꼼 내미는 소년을(알고 보니 사회자 김제동 님이셨다...!) 뒤로 한채 헌법 독후감을 읽기 시작했다. 


p.16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집니다. 12조예요. 
11조를 보면 우리는 평등해요. 안녕히 가세요. 아 참, 행복하세요. 이건 10조예요."

 후다닥, 
그리고 다시, 또 한 번 더. 

총 세 번을 읽었다. 물이 흘러가듯 읽고는
'내가 뭘 본거지...?'하며 다시 한번, 

이해하고 '아...!'(입가 미소)를 뱉으며 한 번 '더'.


'행복을 추구할 권리 = "나는 지금 불행해"라고 외칠 수 있는 권리'라는 표현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와닿을 수도 있구나라는 짧은 느낌이었다. 

바로 다음 장에 헌법 제12조를 보고 김제동 작가님이 느끼신 것을 접하기 전까지는. 

 19쪽_ 더 감동적이었던 건 헌법이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라는 점이에요. 헌법 12조, 신체의 자유에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이 한 줄 넣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받았을지 생각하니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사람들이 그려지는 거예요. 3.1운동 때 태극기 들었던 사람들도 떠오르고요. 

 '우리 조상들의 유산' 이 헌법 독후감에 여러 번 얼굴을 비친다. 
헌법 자체를 우리 조상들의 유산으로 보시기 때문 같다. 여기서 이 표현에 뭉클함을 받은 것은 아니었고 '이 한 줄 넣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받았을지' 부분 덕에 이 감정을 느낀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게 그가 언급한 '우리 조상들의 유산' 카테고리에 속하는 요소들이었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느낀 감정 중 가장 벅찬 부분 중 하나에 해당한다. (물론 주관적이다.) 
그 벅참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졌다. 이는 법과 역사를 함께 살펴보며 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알아가고 싶다고 2018.9.8. 토요일 사랑이가 사라진 곳 옆에서 햇빛에 위안을 받으며 오전 11시 20분에 결심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그때 버킷리스트 목록을 작성하며 더해진 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2015년 3월 27일 공포)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이 시간의 강물에 나 또한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법이 만들어진 배경 또한 평소 문제라고 생각해왔기에 더 관심이 갔던 법인데 이 짧은 경험이 법의 배경을 찾아보는데 응원을 보태주는 듯하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의 2장에서는 각 조항에 대한 사회자 김제동 님(자꾸 연예인 김제동 님이라는 표현 대신 사회자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까닭은, 작가님께서 이 표현이 더 좋다고 하셔서 '사회자 김제동 님'으로 칭하고 있어요~)의 헌법 독후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 조항에 대한 그의 독후감은 나의 버킷 리스트 수행력을 절로 높여주었다.

  헌법 제10조 '비타민'조항이라 칭해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헌법에 빠져있을 때 마주쳤던 이 조항은 인간의 존엄성은 중요하기에 이를 명시해놓은 기본적인 조항이자 당연한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것 같다. 하지만 헌법 독후감을 접한 후인 지금은 이 조항이 나오기 위해 누군가의 존엄이 짓밟혔고 '모든 국민'에게.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차별받지 않게 모든 국민에게 존엄성을 지님을 알려주고, 보호해주려고 얼마나 싸웠을까.라는 법의 이면을 추측하고 있었다.

 작가님이 바로 도움을 주셨는데 소름 끼쳤던 부분이 두 군데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조항과 관련된 배경이었다.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행위를 권리로 정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책을 인용하면 이 법은 전두환 대통령 때 생긴 조항이라고 한다.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자리해 봉사자가 아닌 권력을 지닌 사람처럼, 아니 사람으로 행한 그가 만든 조항이라고 하니 그저 '허-'라는 헛웃음만 나왔다. 자신이 한 일을 가리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순간, 다음 문장에 바로 내 생각을 언급하시며 헌법은, 더 이상 내려가면 안 되는 하한선, 더 밀어붙이면 안 되는 최소한의 인간적 범위를 명시해놓은 것이기도 하다는 작가님의 표현에 또 한 번 감탄의 '아'를 내뱉었다. 이루어야 하는 것, 바라는 것으로 구성되어있기도 하지만 보호해주는 수호신에 걸맞게 더 이상 내려가면 안 되는 하한선의 바운더리를 지닌 헌법. 또 다른 해석이었다. 마치 최저시급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고 문득 생각된다.


다음으로 얘기 나누고 싶은 조항은 음덕 조항이라 칭해진 헌법 제12조 2항_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거! 힌트는 ㅁㅈ정치야."  말이  입가에 미소를 선물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거'라는 표현에 안도감이 들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오던 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아이들이 민주 정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를 수 있는 데에는 민주 정치를 위해 싸워주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도 포함되어있을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처럼 국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 정치를 위해 싸워주셨던 분들을 잃게 된 슬픔을 지닐 때, 아니 그전에 박종철 열사님과 같은 분들이 민주 정치를 갈망하실 때에 이 조항이 없었는지. 이 조항이 있어도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여 지금까지도 슬픔을 전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음덕 조항을 접하기 전에 전문에서 먼저 찾아 읽었기에 온전히 생각에 잠겼는데, 책으로 돌아온 순간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생긴 배경, 그 시대에 담겨있던 인물 중 한 명이 박정희 대통령이란다. 

 바로 전에 헌법의 다른 해석을 접했고 이를 배웠으니 적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이는 그저 뒤로는 사람을 고문해서 죽이고 앞으로는 고문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을 하는 듯하는 농락으로 여겨졌다. 박정희 정권이 행했던 어두운 행적만 보아도 이런 일을 충분히 벌일 수 있는 몹쓸 力을 지녔던 사람이기에. 力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정권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사용했기에 그저 씁쓸함이 밀물처럼 들었다.

 국민을 보호하며, 그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라는 법 중 하나이자, 그중 가장 권위 있는 법인 헌법에 명시되어있음에도 그 이면에서는 反 헌법적인 행위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니. 이게 과거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대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 한편 이 괜스레 휑해진다. 


力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정치권 사람들이 있었고, 현재도 있기에 '정권(政權)'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권 교체', ***정권 등 이와 같은 말을 당연하게 사용해왔었다.

 하지만 정권에서의 권세권이 권력을 나타낼 때의 權이었으며. 정권이라는 말 자체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도,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을 통한 두산 백과사전에서도 '정치권력'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음을 정확히 인지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무지함이 그들에게 권력을 줘놓고 자신들이 권력을 가진 것인지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에 봉사자로서 代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평을 늘여놓곤 한 것이다. 권한을 부여해주고는 권력이라는 정권이라고 칭하고 있으면서도 몰랐다니. 

 그 무지한 사람이 앞으로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권한 대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한다. 작은 불평이라도 제대로 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할 수 있게. 

 더불어 권오곤 선생님(국제 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과 작가님의 만남에서 나온 이야기를 인용하여 전하면, 일제시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법이 남용됐다고 한다. 이런 면은 국민들에게 법이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있다는 것보다는 각 개인을 옭아매기 위한 것으로 느껴지는 요인이 되어버렸다고. 어쩌면 내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드는데 이 의문이 생성되는 것조차 슬픔이 오는 듯하다. 


 김주대 시인의 [반박 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 중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봐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날리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촛불 들고 언 손 불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너희들 월급 받아 판결 잘 해달라고 
나라에 꼬박꼬박 세금 바쳤다

 너희들이 빵 한 조각 훔친 아이는 징역을 보내고 
수백억 갈취한 파렴치범은 집으로 돌려보낼 때 
너희들 지위를 지키며 겸손한 척 더러운 판결을 내릴 때 
너희들 좋은 머리 아플까 봐 
너희들의 판단이 맞겠지 하며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막차를 타고 퇴근하였다

(중략)

우리는 택시 전문가 
우리는 버스 전문가 
우리는 서비스 전문가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법 전문가 너희들이 더 잘 할 것이므로 
우리는 못하니까 
우리는 법을 못 배웠으니까 
기꺼이 너희들을 인정하며 너희들에게 법의 칼을 쥐여주었다 

(중략)

대법원장인 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위에 우리가 있다

출처_ https://cafe.naver.com/newhd/325344


 전태일 열사가 청한, 

"각하에게 아픈 곳을 알려드리니 고쳐주십시오. 
하루 14시간의 작업 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하십시오.
일요일마다 쉬기를 희망합니다. 
시다공의 수당을 50퍼센트 이상 인상하십시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출처_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이 두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굳이 옮겨 적지 않아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교집합의 원소가 존재하리라 생각되어, 살짝 다른 이야기를 접목시키려 한다. 권오곤 선생님과의 대화 중 '판결문이 최종이 아니고 설득의 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굉장히 와닿네요.'라는 김제동 사회자님의 말씀이 있었다. 

 두 분의 대화를 접하기 전까진 판결문은 판사가 해당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모의재판을 진행했을 때도, 실제 재판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배심원의 의견은 참고만 하고 판단은 판사로부터 行 해진다고 알았는데 그 판결문이 '이렇게 판단 내렸다.'가 아닌 '제가 이렇게 판단을 내렸는데 이러 이러한 근거로 이런 판단이 도출되었습니다.'라는 하나의 설득 과정이라니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라고 아직 이런 사회여서 다행이다고 숨을 돌린다.


 영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해리 포터 스튜디오(WB Harry Potter Studio)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하수구 청소를 하시는 분들과 의사와의 임금 격차가 우리나라처럼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한 명에게 들은 이야기이기에 그게 사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그 얘기는 앞으로도 잊히지 않는 사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든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돌려드리는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제동 작가님이 옥스퍼드(Oxford)와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 초청받으셨을 때 건물 벽돌에 '1870년부터 1905년까지 우리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셨던 메리 아주머니에게'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분명 두 군데를 갔었는데 초청을 받은 게 아니라 보지 못했을까. 아니면 케임브리지 화장실에 안경을 두고 오느라 못 봤을까. 하며 아쉬움을 표하면서 벽에 소중한 분들을 새기는 그들의 마음과 연필이나 펜 끝의 꾹꾹 눌림을 상상해보았다. 그 눌림만큼 학생들이 그분들에게 전하는 감사함이 묻어나겠지 하며.


+ 출판사로부터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를 읽어볼 기회를 제공받아 2018년 9월 7일 금요일부터 12일 수요일까지 읽은 후, 12일 저녁부터 13일 아침, 저녁 그리고 14일의 새벽녘까지 이 책과 어울리는 real garden 디퓨저를 새로 개봉한 채 작성된 gingerna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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