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https://blog.naver.com/gingerna/221323050586

 

제 블로그에 가시면 정돈된 이미지로 보실 수 있어요~

여기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옮겨적기여서 다소 난해한...;

 

제목_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저자_ 예니 에르펜베크 저 / 배수아 옮김
출판사_ 한길사

 힘들었다. 너무 몰입되어서 처음에는 마치 연극을 보 듯, 시선만 이동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心도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내게 이 일들이 벌어지는 것 마냥 가슴 한 켠에 쓰라림을 부여잡고 읽다보니
 정말 아픈 사람처럼, 이 책의 여인처럼, 죽음을 여러 번 마주하고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사람처럼 아프더라. 

나는 꿈 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더는 꿈이 아니었어.

지난 여름만 해도 우리는 여기서 기차를 타고 마리엔바트로 갔다.
그런데 이제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W.G. 제발트, <아우스터리츠> 중에서

 1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마주한 글귀이다.
'지난 여름', '이제 우리'

 처음에 이 글귀에게 들 꽃을 보듯 그저 담담한 궁금 섞인 미소를 품어주었다.

 이 책을 다 접한 뒤, 서평을 쓰는 지금은
'저 두 글감이 이 책을 다 대변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과거와 현재. 그 사이의 공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좋은 부분도 있지만 분명 포함되있을 나쁜 일들. 피해가고 싶은 일들이 담겨있는 그 공간으로 초대되었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처음부터 마주하는 누군가의 죽음(death).
그녀의 갓난 아기의 죽음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경험해 본 바 없기에
가족의 죽음과 스스로의 죽음 중 무엇이 더
슬프다고 칭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족의 죽음 또한
그 응어리는 가슴 한 켠에 최소 몇 년은 자리 잡으며
내가 그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저랬더라면...
더 나아졌을까. 라는 온갖 생각을 마주하며 살아가곤 했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라는 표현을 접한 순간,
아무 모션도 취하지 못한 채 그 순간 잠시 멈추었던 것 같다.
주마등처럼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는지 아니면
그저 담담히 입꼬리를 올려보려 애 썼는지는
기억도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 책과의 첫 만남이. 

내 말은 그저, 지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예전의 네가 많이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거야

여인의 어머님의 현실성 잔인함(?)에 기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무언가를 실패하거나 잃었을 때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한탄을 내뱉는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알고보면 그 무언가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고.
그러니 그렇게 아쉬워할 필요 없다고.

 물론 그녀의 어머니는 잔인한 현실 뒤에
위로를 품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는

현재의 내게 해당되기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손으로 상품을 절대 건드리지 마시오.

"나중에는 그녀가 만지려고 손을 뻗기만 하면, 상인들은 그녀를 아예 옆으로 밀쳐내버렸다."

 그녀가 살아오던 곳에서는 상품을 만져볼 수 없다면 상점을 접어야했는데 이동한 이 곳, 빈에서는 그녀가 물건을 살짝 건드려보는 것에도 기겁을 한다. 

 사실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 담겨있는 2차 세계대전, 나치즘, 반유대,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회주의 혁명까지
이 이야기에 속한 반유대를 살포시 퍼트리기에 그저 쓰라림을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두려워. 그녀가 말한다. 모든 것이 사라질까봐, 흔적이 사라질까봐.

 수많은 죽음을 봐왔고 죽음의 문턱에도 마주칠 뻔 했던 그녀지만 '-라면'이라며 죽음을 피해갈 상황도 생각해봤던 그녀지만

 모든 것이 사라질까 두렵다고 한다.
흔적이 사라질까봐

 그런 그녀는 소중한 아들에게는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더 좋다고 말하곤 한다.

 이에 대해 아들이 침묵한 것 처럼

나 또한 침묵만을 행할 수 있었다.

+ 한길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gingerna의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