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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평점 :
새로운 관점으로 고전을 읽다,
인간의 성적 본능으로 꿰뚫어보는 고전 속 가족이야기.
전래동화나 고전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어려서부터 당연하게 알고 있던 이야기 속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어 보는 책.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고전 속에서 남탓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
특히 가부장제 남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적나나하게 파헤친다.
그것도 무척 원색적,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시원하게 비난한다.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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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몰랐냐?”는 말 속에 담긴 성적인 의미,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여 희생양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타자화의 매커니즘’
이 모든 것이 열등감이라는 인간의 본성에서 유래했는 걸 보여주는 ‘쥐 변신 설화와 옹고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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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 이데올로기에 담긴 ‘상징폭력’
문화가 폭력이 되는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잔인한 짓을 서슴치 않고 해치우고는 당당한 사람들 이야기 ‘열녀함약양박씨전’.
처첩의 문제나 갈등을 여자의 ‘투기’로 단순화시켜 가부장제라는 시스템 속에 남자들을 숨겨주는 이야기들, ‘구운몽’, ‘옥루몽’, ‘홍계월전’....
p178
자기의 바람을 성취하려는 벽성선과 자기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황 부인의 갈등은 욕망의 대결이었고, 그 결과가 가부장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안타깝고 불쌍한 대결이었다.
무능한 것보다 더 나쁜 무기력한 흥부와 변강쇠, 무기력하지는 않았지만 장애인이라 비난받은 심 봉사이야기,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전.
하나의 애완동물이나 식충이 정도로 취급받았던 아이들,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p256
손순의 이름도 성별도 없이 그냥 존재하던 아이가, 버르장머리 없는 쥐 떼 같았던 하멜른의 아이들이, 그리고 장화와 홍련이 학교에 다녔다면, 배우고 익혀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편애, 과잉 보호, 집착, 결핍과 같은 자식사랑 패러독스가 담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여우 누이’.
아이들이 부모를 배반하더라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가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마지막 '최고운전'까지....
저자의 노골적인 입심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
그나저나 이젠 고전을 읽으며 이건 어떤 성적 의미를 담고 있는걸까 생각하게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