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나이 문지 스펙트럼
E.T.A. 호프만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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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고전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다섯권 중 하나
호프만 [모래 사나이]

광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다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래 사나이>와 <적막한 집>은 비슷한 분위기,
<장자 상속>은 좀더 비장한 느낌이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어릴 때 보았던 <환상특급>이라는 외화가 생각난다.
매주 한편씩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시간의 요정이 우리 모르게 움직이고 있고, 다른 차원이 존재하고...
이 책이 바로 그런 환상적인 느낌.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서 오싹하니 소름이....

어릴 때 공포스런 모래사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뒤엉킨 주인공 나타나엘.
그는 모든 경험을 공포스럽고 광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까.
눈을 빼앗는 모래 사나이에 사로잡혀 이성을 찾지 못하고 허상에 사로잡혀 결국은.....

p56
“너희처럼 냉정하고 산문적인 인간들에게는 올림피아가 두렵게 보일 거야. 시적인 감정은 오직 동일한 감성 체계를 가진 사람에게만 펼쳐지는 거니까! 그녀의 사랑의 눈길은 내게만 다가와 감각과 생각을 비추고, 올림피아의 사랑 속에서만 나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상상력이 풍부하고 환상적인 체험을 믿고 대환영하는 분위기.

p76
내가 예전부터 몽상가인 체했고, 너희의 명철한 이성이 부인하는 경이로운 세상의 특이한 현상이 내게 곧잘 나타났다는 걸 잘 알지! 그래! 야릇한 표정을 지어도 좋아. 마음대로 하라고.

p78
백작이 이 이야기를 해졌을 때 그 못지않게 나도 찬물이 끼얺어진 기분이었고, 마치 온갖 시적인 것에 적대적인 악마가 달콤한 꿈을 꾸는 사람의 코를 아프게 힘껏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

호프만은 현실의 시공간을 신비와 몽상으로 가득 채우고, 환상이 현실이 되는 삶을 꿈꾸는 인물들을 고 한다.
꿈이라기보다 잠들기 전 몽롱한 상태에서 경험하는 환상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문지스펙트럼 중 첫 책인데 환상적인 세상을 다녀온듯 멋진 경험이었다.
나머지 책들은 또 어떤 세상으로 데려 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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