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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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 책의 묘사가 이해보다 공감으로 다가온다.
주인공들의 절망과 슬픔이 가슴아프다.

소설이라기보다 시라 표현해야할 듯.
낱말 하나하나, 묘사들이 아름답고 은유적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삶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느껴지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구가 안타깝기만 하다.

p75
집 바깥으로 빛이 후드득 떨어지는지 그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문 밑 틈에 들어오는 복도 불빛을 바라본다. 빛은 힘이고, 파도이며, 입자다. 빛은 나에게 닿을 수 있고, 실제로 닿아야 한다. 누구든지 나를 볼 수 있도록.

p92
우리 소년들의 목소리는 검으로 찌르듯 곧장 앞으로 향해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우리의 순진무구함은 이렇게 음악으로 표현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특히나 열정을 안다는 것은 우리를 전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잠시나마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짧고도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며 신 앞에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는 걸 보면. 심지어 상실의 고통에도 열정이, 그리고 사랑이 있으며, 이런 고통은 죽음에 비하면 차라리 축제이기도 해서 고통을 새겨 넣을 칼날이 필요할 지경이다.

p142
이런 곳에서도 나에게 내 목숨은 소중하며, 이 어둠 속에 살아 있는 것이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신을 잃기 전에 어둠에 촛불을 빼앗길까봐 벌써부터 두렵긴 하지만.

피터의 죽음 후 주인공 아피아스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집 천장의 프레스코화에 묘사된 도시,
에든버러.
그곳 마지막 생존자의 편지에 쓰여진 삶에 대한 갈망.
이 책의 제목이 에든버러인 이유일까?

한국적인 이야기가 스며들어 더욱 매혹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묘사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
슬프고도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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